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레인보우 상담실'은 21회를 마지막으로 마칩니다. 그동안 관심가져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욱 좋은 기획으로 만나뵙겠습니다. <편집자말>

남편들에게 버림받아 상처로 가득한 두 모녀 오정희(배종옥), 강재미(이보영)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애정만만세>. 그동안의 아픔을 보상하듯 두 모녀에게 각각 예전 사랑의 회복과 새로운 사랑에 대한 희망이 보이면서 드라마의 시청률은 조금씩 오르고 있다.

 

이 드라마가 특히나 많은 여성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지고지순하지만 너무 순진할 정도로 충실하게 사랑에 올인해봤자 많은 남자들이 그 진가를 모르고 한심하게 한눈을 판다'는 걸 알고 '그런 경험을 해봤기에 더 이상 바보같이 상처 받고 싶지 않아진' 시청자들이, 나쁜 남자들이 응징을 당하고 그 모든 과거 트라우마를 없던 일로 할만큼 근사하고 멋진 사랑이 나타나는 드라마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당신도 등 돌릴 거잖아요"... 상처가 두려워 사랑 못하겠다는 그녀

 

평소 도도한 이미지로 매력 만점인 그녀. 그러나 그녀의 속마음은 상처투성이었다. 연애를 하게 되면 전적으로 올인해 그 남자만 바라보는 성격이 결국 상대방으로 하여금 '너무 의존적이어서 부담스럽다'는 말을 남긴 채 떠나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상처를 받으면 '두 번 다시 사랑 안 해'라고 다짐하지만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또다시 그런 사랑을 반복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 싫다고 한다.

 

그러던 그녀가 한참 동안 마음에 두고 있던 한 남자와 즐거운 데이트를 했다. 남들처럼 거리도 거닐고 공원에서 음악도 같이 들었다. 그리고 저녁이 돼 술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많은 사람들이 꿈에 그리는 장면처럼 자기가 오래 짝사랑했던 그 남자가 자신에게 고백을 해왔다. 하지만 정작 고백을 받자 그녀에게는 세상의 모든 불안이 쓰나미처럼 몰려 왔다.

 

이미 좋아하고 있던 사람이고, 고백까지 받았으니 그냥 멋지고 아름답게 만끽해도 좋을 그 시간에 그녀는 상처로 얼룩진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혀 그만, '나를 언제부터 좋아했느냐, 나의 어떤 모습을 좋아했느냐, 다른 사람은 몇 명이나 사랑해 봤느냐, 그 여자들과는 얼마나 사귀었느냐, 왜 헤어졌느냐, 그 사람들과 시작할 때도 나한테 하듯이 이렇게 했는가 등등'과 같은 엉뚱한 질문들을 그에게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난 사랑이 두렵다, 상처가 싫다, 결국은 당신도 나에게 등을 돌릴 것 아닌가'라는 보이지 않아도 되는 패를 모두 공개하고 말았다.

 

이튿날 그녀는 하루종일 그와 한 어제의 대화를 곱씹으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마음이 들었는지 내게 전화를 해 "내가 바보 같았나? 나한테 실망을 했나? 그럼 우리는 끝인가? 시작도 못했는데, 대체 이 남자 나 좋다고 해놓고서 왜 지금까지 연락이 없는 거야?"라면서 또다시 한바탕 쏟아놓았다.

 

지금 설레는 이 순간을 만끽하는 건 어떨까?

 

자기피해의식이 강한 그녀이기에 그 어떤 말들도 조심스러워 못하고 답답해하다 불쑥 "그냥 지금 설레는 순간을 만끽하면 안 돼?" 그랬더니 그녀가 한참을 침묵한다. 그래서 그와 당신은 현재에 함께 서있고 가까운 미래를 꿈꾸며 사랑해도 시간이 너무 아까운데 왜 자꾸 그렇게 '지긋지긋하다'는 뒤를 돌아보려고 하는지 다시 물었다. 더불어 그에게 당장은 말로 들을 수밖에 없는 내용에 대한 어떤 대답이나 약속을 기대하는 것은 쓸데없는 감정낭비이니 차라리 자주 오지 않는 그런 설렘, 애틋한 연애의 과정을 즐길 것을 권유했다.

 

과거 사랑에 올인했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얼마나 다행이냐고, 싫은 과거는 마음속에 묻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그를 대하라고 덧붙였다. 그랬더니 용기를 얻은 듯 명랑하게 그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던 그녀가 또 말끝을 흐렸다.

 

"그런데 그가 나를 좋아하는 것은 맞을까? 왜 전화가 안 오는 걸까. 나 이제 조금은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녀가 하는 질문을 듣고 한참을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곤 한다. 특히 누군가와의 사랑에 빠져 자신의 감정이 너무 커져버리면 문득 상대방의 애정이 나의 것보다 한참 덜 할까봐 안달하게 되고 그것이 불안과 공포로 다가올 때 이런 반응들이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그걸 확인하겠다고 닦달하는 것은 상대방이 설렐 권리를 뺏는 것일 수도 있다. 수많은 세월을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의 '사랑 타이밍' 또한 다를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설렘, 사랑, 이별이 찾아오는 시기, 심지어 작게는 전화를 걸고 싶은 시간 또한 다를 수 있다. 연애 혹은 시련의 계절 가을, 혹시 당신이 운좋게 전자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비슷한 타이밍에 둘 다 설레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축복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그에게도 조금의 공간, 당신을 생각하고 그리워할 시간과 어떤 행동을 할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 결국 사랑은 말보다는 가슴과 눈빛을 통해 둘 사이에서 오고가는 묘한 확신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좋으면 좋은 대로 내 안에 숨어 있던 연애세포가 숨 쉬는 것에 가슴 벅차하고, 상대방의 떨림에서 오는 좋은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신을 볼 수 있다면 이제 그대에게 남은 것은 새로운 사랑 뿐이다.

 


태그:#애정만만세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