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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자료사진)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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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그걸 어떻게 내가 이야기해?"

그가 멋쩍게 웃는다.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장과의 인터뷰 초반부터 얄궂은 질문을 했다. 단답식으로 하자고 했다. 경제학과 교수이기도 한 그에게 현 정부 평가를 물었다. 아예 점수를 매겨달라고 했다.

그는 "저보다는 (현 정부 평가는) 국민이 하는 게 옳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시 생각해보시라고 했다. 잠시 고민하듯, "내가 학점이 좀 짜다"면서 답을 내놓았다.

그의 평가는 일단 "비(B) 학점"이다. 곽 위원장은 "아직 기말고사가 남았다"면서 "원래 학점이 기말고사가 좀 가중치가 높지 않느냐. 점점 잘하는 학생, 정부가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위원장을 '왕의 남자' 라고 부르는데, 마음에 드나.
"난 어찌 보면 (글만 알고 경험이 부족한) '백면서생'이었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 많은 경험을 하게 됐다. 사 교육과 전쟁을 벌일 땐 비장함마저 있었다. 여러 경험을 했고,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 대통령을 자주 만나나.
"가끔 뵌다."

- 최근에 만난 건 언제인가.
"(웃으면서) 그런 것 대통령 경호처에서 절대 말 못하게 한다. 미안하다."

-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
"요즘엔 잘 알다시피, 따뜻한 시장경제 이야기를 많이 한다. 8.15 경축사때도 나왔고, 2008년 국정기획수석때 중요하게 내세웠던 것이 '따뜻한 시장경제'였다."

- 그땐 별다른 주목을 못 받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여러가지로 복잡하기도 했고, 내가 수완도 부족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이슈가 확 흘러가는 바람에..."

"안철수씨도 미래기획위원... 정치 잘못 들어가면 고생할 것"

그와의 이야기는 지난달 31일 광화문 미래기획위원회 사무실에서였다. 전날(30일) 이재오 특임장관 등 이른바 'MB남자'들의 여의도 복귀 소식이 정가에 화제였다. 곽 위원장 역시 내년 총선출마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말이다.

- 내년 총선 나갈 가능성은.
"이쪽 들어와서 보니까, 정치쪽이 만만치 않더라. 학교 선생하던 사람이 성공하기 어려울 것 같다. (대학) 총장했던 분들을 보더라도 그렇고..."

- 대통령께서 (정치를) 해보면 어떠냐고 하면.
"(웃으면서) 다행히도 아직 전혀 그런 말씀이 없으셨다."

그는 정치가 결코 만만치 않다고 했다. 그리고, 정치가 자기에게 맞는지, 제대로 하려면 스스로 바뀌어야 할 부분도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과 함께 미래기획위원으로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이야기도 꺼냈다. 곽 위원장은 "안 교수도 정치를 한다고 하지는 않더라"면서 "그 역시 정치에 잘못 들어가면 고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1년부터 이명박 캠프에서 일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 방향을 세운 인물 중 하나다. 덕분에 현 정부 초대 국정기획수석을 지냈다. 정권 출범 때 이명박 대통령이 수석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수석 이름 앞에 '국정'이라는 이름을 붙여, 혼자 일 다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 아니냐"고 우스개 소리를 할 정도였다.

- 정부에 들어와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2008년) 촛불 때였다. 하나는 시위 그 자체였다. 시위라는 것이 뻔했다. 하지만 소통을 하지 못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했어야 했다. 이것은 틀리고 맞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 그때 국정기획수석이었는데, 청와대 내부에서 논쟁도 많았다고.(당시 곽 수석은 미국과의 쇠고기 재협상을 주장했고, 박재완 당시 정무수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재협상 불가'를 주장했었다.)
"(잠시 생각하다가) 나도 잘 끌고 가지 못했다. 경험도 부족했고, 초년병이었다. 국민들이 (재협상을) 원하면 해야 했었다. 미리 잘 설명하고. 억울한 부분도 많지만. 안타까운 부분이 많았다."

"MB정부 지금까진 B학점... 경제 신화창조를 실현해주지 못한 것이 아쉬워"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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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정부에서 이 거 하나는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앞으로 30년 동안 먹을거리를 마련하겠다는 것, 지금도 진행중에 있다."

-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다. 원자력발전과 유전개발, 그리고 시스템 반도체다. 아랍에미레이트 유전개발은 석유 메이저들이 다 잡고 있는 곳을 우리가 직접 뚫었다는 의미가 있다. 그동안 우리 누구도 가보지 못한 곳이다."

- 원전은 일본 대지진 이후 독일은 아예 철수까지 하기로 했는데.
"(끄덕이며) 원전의 안전성을 세게 다시 보는 기회가 됐다. 원전이 가만히 보면 굉장히 경제적이다.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적어, 일부에선 환경개선쪽으로도 본다. 프랑스는 개발도상국의 화력발전소를 원전으로 교체해주는 사업에 나설 정도다."

- 프랑스는 원자력발전에 강국 아닌가. 원전을 대체할 신재생에너지 개발은.
"그렇다. 물론 신재생에너지 개발도 필요하다. 30~50년 후 먹거리로 준비를 해야 한다."

- 유전개발 사업은 진척이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최종 계약을 조금 늦추고 있다. 좀더 좋은 조건으로 하기 위해서다. UAE 대통령과 왕세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공개적으로 사인을 했다. 앞으로 잘될 것으로 본다."

- 파이낸싱에 문제가 있나. 밀실 계약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옛날에는 밀실로 했는지 모르지만, 이번엔 투명하게 완전히 공개적으로 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우리나라가 취약한 부문이다. 삼성전자 등이 메모리반도체에서 세계1위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것과는 정반대다. 메모리보다 시장규모도 6배나 크다. 하지만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3%정도에 불과하다. 곽 위원장은 "우리 전자공학도들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반도체 설계분야"라며 "한국에서 할만한 곳이 없다 보니,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나서 인력 확보 등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시스템 반도체 육성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계획은 언제 나오나.
"다음달 말이나 11월 초에는 나올 것이다."

- 기업들 참여까지 포함해서.
"(웃으면서) 발표 때 가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판을 흔들어야 한다. (정부는) 흔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에게 그동안 아쉬웠던 점을 꼽아달라고 했다. 솔직하게 답했다.

"국민들이 우리에게 기대했던 것이 뭐였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실용적인 것, 경제 부문에선 '신화창조'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 않았나 싶지. 그런데 글로벌 경제위기 맞고, 여당 내부에서도 노선투쟁하면서, 젊은 층에게 많은 일자리와 희망을 주지 못한 것이 좀 안타깝지요."


태그:#곽승준, #복지, #미래기획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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