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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맞아 지난 7월 9일부터 8월 12일까지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월드프랜즈코리아, 2011 대한민국 IT 봉사단'의 일원으로 아프리카 북서부에 위치한 모로코왕국(Kingdom of Morocco)에 대한민국의 앞선 정보기술과 문화를 전하고 왔다. 

그 과정에서 지브롤터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지척인 아프리카 왕국이라는 정치적 정체성과 99%가 이슬람교인 종교적 특징이 조화된 독특한 현지문화를 경험했다. '모로코에서의 한 달'은 그 경험의 일부이다. <기자 말>

우리가 컴퓨터 교육을 하는 기관의 교육장은 컴퓨터 교육뿐만 아니라 주말에는 동네아이들과 재미있는 공동 활동을 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아하메드는 주말마다 아이들의 활동을 도와주는 선생님이었다.

아이들이 모인 자리면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곤 했다. 나와 동갑내기인 그는 훤칠한 외모에다가 특유의 수줍음까지 갖추어 우리 여자 봉사단원 사이에서는 단연 인기남이었다. 게다가 아주 독실한 무슬림이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모스크에 다녔는데, 자기는 무슬림 여자가 아닌 이상 절대 결혼을 안 한다며 무슬림이 아닌 우리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그 누구보다 질레바가 잘 어울렸다. 항상 말을 걸면 하늘 한 번 보고 땅 한 번 보고 한참 생각을 하다가 대답을 하였는데 어떻게 저렇게 수줍은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그런 아하메드의 진면목을 발견한건 나의 생일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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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ympaTIC Coree 팀

8월이 생일이었던 나는 운 좋게도 생일날을 모로코에서 보낼 수 있었다. 수업중 교육생들 몇 명에게 생일 축하한다는 말도 듣고, 팀원에게 생일 선물로 길거리 음식, 달팽이를 사준다고 약속을 받아놓았다. 그렇게 다른 날과 다르지 않게 나의 생일날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저녁에 다시 기관에 가봐야 할 일이 있다고 하는 팀원을 따라나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기관장 아저씨가 나를 위해 깜짝 생일 파티를 준비한 것이었다.

깜짝 생일 파티를 해준 삼총사. 쌍둥이 형제인 하산, 드리스와 둘의 가장 친한 친구인 함무다.
▲ . 깜짝 생일 파티를 해준 삼총사. 쌍둥이 형제인 하산, 드리스와 둘의 가장 친한 친구인 함무다.
ⓒ SympaTIC Coree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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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생들과 기관장 아저씨 가족들까지 와서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여느 파티에서 같이 이 날도 춤과 노래가 빠지지 않았는데, 신나게 드럼을 치고 있는, 어디서 많이 본 청년은 바로 아하메드였다. 몇 명의 친구들과 같이 큰 모로코 탬버린으로 노래와 연주를 하고 있었다. 덕분에 그럴싸한 춤판이 벌어져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춤을 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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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ympaTIC Coree 팀

다음날 수줍은 줄로만 알고 있었던 아하메드의 이면을 본 충격이 가시지 않아서 아하메드를 심문하기 시작했다. 어제 자기의 연주는 나의 생일 선물이었다며 수줍게 웃는 아하메드는 알고 보니 그룹에도 소속되어 있는 프로페셔널한 연주가였다.

연주한 음악은 모로코에서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다카 마라케시아'라는 음악. 생각해보니 결혼식과 '모로코의 밤'에도 들었던 음악이 바로 다카 마라케시아였다. 이 음악은 모로코의 붉은 도시라고 불리는 제일의 역사 관광도시인 마라케쉬(Marrakush)에서 생겼다고 한다. 모로코라는 나라의 이름도 바로 이 도시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단다.

'다카'는 아랍어로 손으로 리듬을 내면서 두드린다는 뜻인데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모로코 북이 주가 되는 흥겨운 리듬으로 계속 반복되는 음악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탬버린보다는 조금 큰 크기의 악기와 타리자(taarija)라고 불리는 모로코 북을 허리춤에 눕히고 연주한다.

다섯 명 정도의 연주자로 이루어져 있고 연주자들은 질레바를 입고 타기아(taguiya)라고 불리는 챙이 없는 조그만 모자를 쓴다. 이 음악은'Sabaatou Rijal'라고 불리는 7명의 성자에게 존경을 받치는 노래로 '아슈라' 라고 불리는 이슬람 축일의 연주 음악이다. 결혼식이나 할례식과 같은 가족행사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다. 아하메드도 이런 가족행사에 가서 5시간씩 정도 연주하고 상당한 돈을 받는다고 한다.

모로코의 밤 때 초대된 모로코 음악 연주자들. 축제분위기를 띠우는데는 절대 없어서는 안된다.
▲ . 모로코의 밤 때 초대된 모로코 음악 연주자들. 축제분위기를 띠우는데는 절대 없어서는 안된다.
ⓒ SympaTIC Coree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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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에서는 음악이 나오는데 춤을 추지 않는 것은 용납이 되지 않는다. 봉사했던 기관에서조차 누군가가 북을 치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손을 내밀며 리듬을 탄다. 모로코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춤을 추는 게 일상이 돼서 그런지 나는 도대체 열심히 골반을 흔들어 보아도 6살 난 나다의 춤사위를 따라갈 수가 없다. 다음에 모로코에 올 기회가 되면 그 어느 것보다도 춤을 먼저 배우고 와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나다와 요스라의 춤 실력은 항상 나를 움츠리게 만들었다.
 나다와 요스라의 춤 실력은 항상 나를 움츠리게 만들었다.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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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살 다나의 모로코 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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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모로코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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