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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아침! 대부분의 한국인은 조상에게 차례(茶禮)라는 형태의 제사(祭祀)를 지낸다. 제사는 우리민족의 핵심 전통 중 하나이므로, 이즈음 제사의 참 의미를 한번쯤 되새겨 볼만하다.

같은 제사이지만, 모시는 사람에 따라 제사를 대하는 마음과 태도는 다양하다. 집안에서 늘 제사를 지내왔기 때문에 아무런 생각 없이 제상을 차리고 꾸뻑 꾸뻑하는 절하는 사람. 어른이 시키니까 하는 수 없이 제사를 준수하고 제사에 참여하는 사람. 조상을 신으로 모시고 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예를 드리는 사람. 남의 집에서 하니까 체면상 제사를 지키거나 제사에 참가하는 사람. 의무감으로 제사를 지내거나 제사에 참가하는 사람 등.

특히 많은 사람은 조상을 신으로 생각하며, 제사를 자신 및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행사로 여긴다. 물론 이는 토속신앙, 인간의 한계,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는 현대사회의 특징이 결합되어 만들어 낸 산물이다.

그렇다면 제사의 참된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신과 제례에 대한 공자(孔子)의 견해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공자가 최초로 민간에서 행해지고 있던 제사를 유교에 도입하여 제례라는 예법으로 발전시켰으며, 그 후 제례를 포함한 모든 유교적 예법이 공자사상을 중심으로 전개되어오고 있고, 우리나라의 제사도 이러한 유교적 바탕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사의 참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공자가 무신론자였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 논어(論語)에 이러한 공자의 신관(神觀)이 잘 나타나 있다. 한 제자가 "귀신(鬼神)을 섬기면 어떻습니까?"라고 질문하자, 공자는 "아직 산 사람을 섬기는 것조차 할 수 없는데, 사자(死者)의 영(靈)에 봉사할 수 있겠는가?"라고 대답하였다. 계속해서 제자가 "사후(死後)의 세계는 어떻습니까?"라고 질문하자, 공자는 "이 인생조차 모르는데 하물며 사후의 세계는 알 수 없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공자가 병이 들었을 때, 제자들이 "신에게 병이 낫게 해 달라고 기도하겠다"고 하자, 공자는 "내가 기도한 지는 오래되었다"라고 하면서 이를 거절하였다.

무신론자인 공자가 제사 의식을 제례로 발전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도덕국가 재건'이라는 그의 정치사상에서 찾을 수 있다. 공자는 혼란스러운 춘추전국시대의 원인으로, 가족주의 정신의 상실로 인한 '힘의 추구' 및 '힘에 의한 정치'를 지적했다. 그리고 혼란의 치유는 ① 효와 질서로 도덕을 부흥시켜 가족을 결속시키며, ② 이를 촌락으로 확대하고, ③ 국가에 미치게 하며, ④ 나아가 천하에 확대시켜 천하를 도덕국가로 통일함으로써만 가능하다고 생각하였다.

공자는 자신의 도덕국가 재건에 제사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여 의식으로 발전시키고 장려했던 것이다. 즉 제사가 효와 질서에 대한 교육효과를 가져오며, 자손의 제사 참석은 가족 결속과 가족 질서를 유지시키고, 이것이 사회질서에 이바지하며, 나아가 천하질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분명 공자는 자신의 사상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 때문에 제사를 하나의 예법으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례가 효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가족 결속과 가족 질서, 사회질서에 미치는 역할을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공자의 관점에서 제사를 정립해 보면 관습적으로, 피동적으로, 의무감으로, 체면 때문에 제사를 모셔서는 안 된다. 조상을 자신과 가족의 복을 비는 신으로 섬겨서도 안 된다. 자손이 함께 모여 자신을 존재하게 해준 조상의 은혜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집안 어른께 인사하고 혈연의 정을 나누는 마음으로, 같은 동기끼리 우애를 나누는 마음으로 제사에 참여해야 한다.

제사를 모신 후에는 술과 음식을 함께 들면서 조상의 공덕에 대한 이야기, 어려움을 이겨낸 슬기로운 조상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 등을 나누면 좋다. 이처럼 참된 의미의 제사는 부모에 대한 효도, 가족에 대한 사랑, 윗사람에 대한 공경, 동기간의 우애를 배우게 해 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사회로 확대되어, 사회질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공자도 이러한 제사를, 이러한 제사의 효과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태그:#추석, #차례, #제사, #공자, #차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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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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