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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맞아 지난 7월 9일부터 8월 12일까지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월드프랜즈코리아, 2011 대한민국 IT 봉사단'의 일원으로 아프리카 북서부에 위치한 모로코왕국(Kingdom of Morocco)에 대한민국의 앞선 정보기술과 문화를 전하고 왔다. 

그 과정에서 지브롤터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지척인 아프리카 왕국이라는 정치적 정체성과 99%가 이슬람교인 종교적 특징이 조화된 독특한 현지문화를 경험했다. '모로코에서의 한 달'은 그 경험의 일부이다. <기자 말>

모로코에 가기 전에 자주 들은 얘기 중 하나가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무릎 위로 올라오는 반바지 같은 옷차림은 삼가는 게 좋다는 것이었다. 그 충고에 따라 나는 한국에서 생전 입지 않던 긴 치마를 두 개나 구입하고, 알라딘이 입었을 것 같은 긴 바지도 두 벌 구입했다.

컴퓨터 교육이 끝나고 기관장 아저씨와 우리 반 우등생 마즈다와 얘기를 나눴는데 내가 한국에서 얘기를 듣고 이런 옷만 가져왔다고 말하자 웃음을 먼저 터뜨렸다.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해줬냐고 되레 물어본다. 마즈다 말에 따르면 모로코에서는 민소매나 반바지 등 개의치 않고 자유롭게 입을 수 있다고 한다.

마즈다의 얘기를 듣고 보니 민소매나 파인 옷, 딱 붙는 청바지를 입은 젊은이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라바트 같이 큰 도시에 가면 이런 젊은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사실상 내가 지냈던 마을에서는 이런 옷차림을 보기 어려웠다. 게다가 남들보다 눈이 몇 배나 작은 내가 반바지까지 입었으면 얼마나 이목이 집중될지는 안 봐도 뻔했기 때문에 마즈다의 얘기를 듣고서도 나는 긴치마를 고수했다.

한국에서 온 봉사단원을 위해서 교육생들이 '모로코의 밤'을 준비해 주었다. 교육생들이 각자 집에서 가져온 전통의상을 입고 있다.
 한국에서 온 봉사단원을 위해서 교육생들이 '모로코의 밤'을 준비해 주었다. 교육생들이 각자 집에서 가져온 전통의상을 입고 있다.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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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책으로 혹은 건너들은 얘기로만 모로코를 알았던 나에게 모로코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다. 바로 우리가 봉사하는 기관에서 기관장 아저씨와 교육생들이 '모로코의 밤'을 준비해준 것이다. 교육생 각자가 직접 집에 있는 모로코 의상을 준비해서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우리도 기관장 아저씨의 친척 옷을 빌려서 모로코 의상으로 갈아입었다. 우리가 입은 모로코 의상은 언뜻 중국의 의상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카프탄이라고 불리는 이 의상은 여자들이 주로 결혼식 같은 행사에 입는 옷으로 얼굴, 손, 발을 빼고는 몸의 전체를 가리는 길고 펑퍼짐한 옷이다.

‘모로코의 밤’에 가기 전 모로코의상을 입은 우리들. 여자들은 카프탄, 남자들은 질레바를 입었다.
 ‘모로코의 밤’에 가기 전 모로코의상을 입은 우리들. 여자들은 카프탄, 남자들은 질레바를 입었다.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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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의상을 입고 도착하니 기관 안은 벌써 북적북적하였다. 남자들은 모로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레바를 입었다. 질레바 역시 얼굴, 손, 발을 제외하고는 신체 모든 부위를 가리는 길고 헐렁한 모로코의 의상이다. 여자들이 입는 화려한 색상의 질레바와는 다르게 남자의 질레바는 흰색이나 검정색 같이 화려하지 않은 색이 대부분이다. 특히 모스크 앞에서는 흰색 질레바를 입은 남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혹시나 질레바 안에 아무것도 안 입나 궁금해서 물어보니 안에는 티셔츠나 반바지 같은 일상복은 그대로 입는다고 한다. 모로코 남자들은 정말 질레바가 잘 어울린다. 한 번은 저녁에 마을 산책하다가 모스크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이삼씨를 만났다. 이삼씨는 수업에도 빠지지 않고 항상 맨 앞자리에 앉는 모범생이었는데 불과 한두 시간 전 수업시간에 봤는데도 질레바를 입고 있어서 못 알아 볼 뻔 했다. 반팔, 반바지를 입고 있을 때와는 정말 사뭇 느낌이 달랐다.

여자들에게도 질레바는 평상복인데 카프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질레바에는 마법사의 옷에 달릴법한 삼각형의 모자가 달려있다는 점이다. 평상시에 질레바에 히잡을 쓰고 외출하는 여성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모로코 거리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모로코 여성들의 의상. 온몸을 다 가리면서 마법사를 연상시키는 모자가 달려있는 질레바에 히잡을 두른 모습.
 모로코 거리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모로코 여성들의 의상. 온몸을 다 가리면서 마법사를 연상시키는 모자가 달려있는 질레바에 히잡을 두른 모습.
ⓒ SympaTIC Coree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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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옷 중에는 타크시타라고 불리는 옷도 있다. 이 옷은 우리도 기관장 아저씨 친척 중 포경수술한 아기를 축하하는 가족 행사에 초대되었을 때 입어보았다. 화사한 색깔에 가슴부터 발끝까지 내려오는 화려한 단추까지 정말 아름다운 의상이다. 이 의상의 특징은 소매가 넓고 허리에 크고 화려한 벨트가 있다는 것이다. 이 옷 또한 큰 행사가 있을 때 입는다고 한다.

결혼식과 같은 행사 때 여성들이 주로 입는 타크시타. 단추부터 허리에 벨트까지 정말 아름답다.
 결혼식과 같은 행사 때 여성들이 주로 입는 타크시타. 단추부터 허리에 벨트까지 정말 아름답다.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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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없었던 베르베르인들의 의상도 볼 수 있었다. 베르베르인은 아랍인들이 북아프리카로 오기 전부터 살았던 사람들이다. 베르베르인은 보통 아랍인들이 많이 사는 도시보다는 시골이나 산간지역에 많이 살고 있고, 언어 또한 아랍어가 아닌 베르베르어를 사용한다. 다양한 의상이 모로코의 다양한 문화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베르베르 의상은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한 옷에 굉장히 색깔이 많이 들어가 있고 장신구가 많은 게 특징이다.

베르베르인의 전통의상. 색깔부터 장신구까지 정말 화려하다.
 베르베르인의 전통의상. 색깔부터 장신구까지 정말 화려하다.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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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남부의 의상은 또한 달랐다. 사막이 있는 남부 지방에는 얇고 굉장히 큰 천 하나로 머리와 몸을 가리고 남자는 터번을 썼다. 막 사하라 모래바람을 피해 낙타를 타고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모로코 남부에 사하라 사막이 있는 곳에서 입는 의상. 교육생 이삼씨에게 정말 잘 어울렸다. 어디서도 빠지지 않는 민트티 한잔.
 모로코 남부에 사하라 사막이 있는 곳에서 입는 의상. 교육생 이삼씨에게 정말 잘 어울렸다. 어디서도 빠지지 않는 민트티 한잔.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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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의 전통의상들을 보면서 한 나라의 의상 또한 그 나라의 모든 문화를 함축해서 보여주는 좋은 지표라는 걸 깨달았다. 한국 사람이 모로코 전통의상을 입은 게 신기했던지 이날은 연예인이 된 마냥 사람들과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여름의 뜨거운 열기, 그리고 팔과 다리 끝까지 가리는 의상 때문에 몸 전체에 땀이 마를 세가 없었지만 모로코의 화려한 의상들 때문에 그 어느 날보다 입을 다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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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리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모로코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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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행복한 만큼 다른사람도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세계의 모든사람이 행복해 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세계에 사람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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