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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지난(24일) 일이 되어버렸지만, 강정마을에서는 경찰들과 주민들 사이에 진짜로 피를 흘리는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몇 시간 동안이나 전의경들을 동원한 경찰의 공권력과 마을 주민들 사이에는 적대적인 감정만이 난무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그 결과 수명이 주민들이 다치고 연행되었으며 서귀포경찰서장은 경질되었습니다.

이 상황을 전하는 뉴스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군차량 진입하자 반대 주민 '우르르'… 고성·몸싸움 '아수라장' (<세계일보> 안석호 기자)
하루 멀다하고 충돌…마치 전쟁터 (<매일경제> 이상훈 기자)
'강정마을 사태' 속수무책…서귀포 경찰의 굴욕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
이춘근 "제주 해군기지는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것" (<코나스> 이현오 기자)
[시론-구본학] 제주 해군기지는 평화의 생명선 (<국민일보>)
강정마을, 제주도는 시끌시끌 정부는 원론적 입장만! (<인터넷뉴스 신문고> 서정용 기자)

평소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던 매체만 골라보았습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현장 르포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이유를 추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름대로 한번 아주 성의 없이, 비과학적으로 현장상황을 근거로 하여 갑자기 언론에 강정마을의 충돌이 등장하는 근본 이유를 추적해보았습니다. 

장면 1. 집결호(集結胡)

24일 서울 공항에서 대한민국 군용기 CN-235에 몸을 실어 제주해군기지 건설 현장에 나타난 일단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인원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CN-235
 CN-235
ⓒ 대한민국 공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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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235라면 인도네시아에 잠수함을 주고 대신 들여온 신형 수송기로 45명이 탑승 정원이라고 합니다. 날렵한 그 모습에 멋져보여서 사실 나 역시 이런 수송기를 폼나게 타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감히 민간인 신분으로서 군용기를 탑승한 그분들이 누구인지는 저 같은 '빨갱이이자 외부세력'의 일부는 감히 모릅니다. 신성한 국방의 임무를 수행하기 휘해서 불철주야 노력하는 대한민국 장교들이 하는 일을 어찌 감히 짐작이야 할 수 있습니까? 그저 돈 내라면 돈을 내고, "나와!" 그러면 잠자리에서 끌려 나와서 40kg 군장을 메고, 땀이 차서 무좀 걸리는 군화끈을 고쳐메고 악다구니 하면서 산길을 뚫고 나가야만 했던 놈이 뭘 알겠습니까? 

저는 정말 그들이 그들은 누구였는지 궁금합니다. 다만 그분들 앞에서 해군기지사업단장이 공사 하루 연기 비용이 58억 원이고, 처음에는 종교행사라고 해서 천막을 허용했는데, 이상한 외부세력들이 몰려와서 이 모양이 되었다는 등의 얘기를 읍소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왜 이들에게 현역 대령이 그러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정말 싶습니다.

장면 2. 오비이락(烏飛梨落)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에는 두달째 방치되어 있는 대형 크레인이 하나 있습니다. 공사가 실질적으로 중단된 이후 거의 방치되어 있던 장비입니다(사실 이 장비는 지난 6월 폭우가 내리는 밤 새벽 3시에 몰래 반입하였고 분해된 상태로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24일에 이어 25일에도 장비결합을 하던 인부들에게 작업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갑자기 24일 정비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합니다. 자기들이야 장비를 보수하고 유지해야 하니, 언제든 해야 할 일이었다고 말합니다.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개인 의견으로도 이분들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크로라 크레인
 크로라 크레인
ⓒ 조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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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놈이 그 문제의 크레인입니다. 크로라 크레인(Crawler Crane)으로 하부가 무한궤도로 탱크 바퀴같이 캐터필러(Caterpillar) 바퀴에 상부는 래티스붐(Lattice Boom)으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상태로 계속해서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주 공교롭게도 24일 오후1시 30분경. 군용기를 타고 온 민간인들이 공사현장을 둘러보는 그 시간이었습니다. 장비결합을 시작하려는 공사장 인부들에게 마을주민들이 "왜 공사를 시작하려 하는가? 현재 진행하려고 하는 작업은 약속위반이니 당장 중지하라"고 요구하였습니다(사실 이 부분도 웃긴 것이, 공사 중단은 해군기지 추진사업단의 약속이었습니다. 완벽한 공사환경이 조성되기까지는 공사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물론 당연히 해군은 부인할 것입니다. 문서가 있느냐고 말입니다).

결국 공사장에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이 나타나서 "무슨 공사를 재개하려고 하는가" 하고 질문하려고 해군 측에 다가서는 순간, 업무방해 혐의로 긴급체포한다면서 매복해 있던 사복경찰 30여 명이 강동균 회장을 바로 체포하였습니다. 순식간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뒤편에서 영관급 해군장교들이 사진을 찍는 민간인들에게 이것이 강정의 현실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하였습니다.

강동균 회장을 비롯하여 현장에서 저항하던 사람들은 해군기지 사업단 안으로 강제로 끌려갔고, 부상자는 현장에 버려졌습니다. 이 상황에 분노한 주민들은 마을회관으로 달려가 긴급 사이렌을 울리고 사람들을 모아 해군기지 사업단 앞에서 불법 납치된 강동균 회장을 내놓으라고 드러누웠습니다. 이것이 24일 충돌의 시작이었습니다. 사전에 준비된 덫이었습니다.

장면 3. 도발(挑發)은 하나가 아니다

며칠 전 해군기지 농성장에 있던 사람들 앞에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군복을 입은 해군이 나타나서 이곳에 있는 불법 시설물들을 당장 치우라고 요구한 일이 있었습니다.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이 사람들은 미쳤거나, 아니면 술을 마시고 정신줄을 놓은 사람들이다'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곱게 돌아가시라고 말씀을 드렸는데도 한사코 농성장에 달려드는 사람들을 떼어놓느라고 한참 동안 실랑이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분들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일부 언론사 논설위원들을 모시고 왔던 것이었습니다(그분들이 어떻게 글로 반응하였는지 궁금하군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직업 군인들이 일부러 매나 맞으러 다니는 모습을 누가 상상이나 해보았습니까? 이 한 몸 망가져서 해군기지만 된다면 해군장교의 명예 정도는 쉽게 버릴 수 있는 그분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이분들은 반드시 승진시켜야 합니다.

장면 4.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모습, 화룡정점(畵龍點睛)

24일 강정마을에서 벌어진 충돌의 한 주역인 경찰병력을 현장에서 지휘한 분이 서귀포경찰서장입니다.

이분은 강정마을 얼마 떨어지지 않은 서귀포시 보목리 출신입니다. 평소 강정마을에도 알고지내는 지인들이 꽤 있습니다. 하나의 예로 강동균 마을회장님 사모님은 같은 동네에서 자랐습니다(어릴 때 오빠, 오빠 하면서 따르던 사람이 자기 남편을 끌고가는데 눈이 안 돌아가는 사람이 있을까요?). 유독 이 분이 나오면 동네 어르신들이 흥분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24일 서귀포경찰서장은 유난스럽게 강정마을 사람들 앞에 자주 나타나서 자극적인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는 수행원 몇 명만 데리고 흥분한 마을주민들 사이로 걸어 다녔습니다. 이처럼 애쓴 결과는 사진 한 장으로 나타납니다. 이처럼 할 만큼 했는데도 야박하게시리 경질하는 것은 너무 심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이걸로는 약하다구! 나는 서장이다!
 이걸로는 약하다구! 나는 서장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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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르신이 격분하여 던진 김밥에 맞는 사진입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 정도로는 임팩트가 약했기 때문에 아마도 조현오 청장의 진노를 산 것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프로파간다. 즉 '선전(propaganda)'이라는 말은 '특정한 원칙이나 행위를 전파하기 위해 제휴나 체계화된 계획 또는 일치된 운동'이라는 말로, 이 단어가 새빨간 거짓말과 동의어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때 연합국이 영국과 미국 대중의 귀에 이 말을 익숙하게 만들면서부터였다고 합니다. 그 후 원래의 의미를 되찾으려는 일각에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단어가 지니는 사악한 의미는 1920년대 내내 더욱 굳어졌고 급기야 독일의 괴벨스라는 사람에 의해 꽃을 피웠다고 합니다.

강정마을의 문제는 이제 정말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렸습니다. 차분히 서로에게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고 납득시켜가는 과정이 사라져버리고, 여론조작이 난무하는 적대적 관계로 변해버렸습니다. 이념의 대결로 확대되어 버렸습니다. 이것이 너무 아픕니다.

일부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독한 댓글을 달 때는 독하다고는 해도 그저 지들끼리 노는 문화이고,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이 우리들이었기에 그냥 넘어가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가기관이 그것도 강력한 힘을 가진 집단이 국민들을 상대로 프로파간다를 펼치면서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은 도를 지나친 행위입니다. 도를 지나친 정도가 아니라 국가기강을 흔들 수 있는 위험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설마 우연이겠지'라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우리나라 군대가, 경찰이 그렇게까지 썩었다고는 믿고 싶지 않습니다. 일부 국민을 반드시 제거해야 할 걸림돌로 간주하고, 국민을 상대로 여론조작'질'이나 하는 국가기관이 존재한다면, 역사 앞에 너무 슬픈 일이기 때문입니다.

해군기지를 추진하려는 분들이 마지막 카드로 여론전을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그것을 진행한다면 저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사진으로 한마디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히틀러의 마지막 공개행사 사진
 히틀러의 마지막 공개행사 사진
ⓒ 다음 아고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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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주의는 폭력을 휘두르고 민주주의는 선전을 휘두른다고 합니다(노엄 촘스키의 말이라고 합니다). 군대가 혹은 국가폭력기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상대로 여론몰이를 할 때 생겨나는 최악의 결과입니다. 여기 사진의 아이가 바로 당신의 아이일 수도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김국상 기자는 제주주민자치연대 정책실장입니다. 이 기사는 헤드라인제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강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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