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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회사가 우리 아이에게 말하지 않는 진실>
▲ 책겉그림 <게임회사가 우리 아이에게 말하지 않는 진실>
ⓒ 한얼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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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인터넷 바둑 게임에 빠진 적이 있다. 18급부터 시작하여 차츰차츰 16급, 15급, 그리고 14급까지 올라섰다. 하면 할수록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한 번 이기면 그 맛에 또 하고 싶었고, 몇 차례 지면 기어코 이기고 싶은 마음에 또 도전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둑게임의 생리인 줄 모르고, 나는 점점 중독되었다.

지금은 완전히 벗어났지만, 그때는 그런 핑계를 댔다. 혼자서 취미생활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냐. 두뇌개발에도 좋은 게 아니냐. 특별히 돈 들어갈 것도 없지 않느냐. 나 스스로 절제할 수 있지 않느냐.

하지만 그것은 인터넷 게임의 단면만 생각한 꼴이었다. 인터넷 게임은 취미를 넘어 중독에 빠져들기 쉽고, 두뇌개발과는 무관할 뿐만 아니라, 여러 아이템들이 돈과 직결돼 있고, 자기 절제로부터도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고평석의 <게임회사가 우리 아이에게 말하지 않는 진실>(한얼미디어)은 인터넷 게임이 가지고 있는 여러 해로운 점들을 낱낱이 밝혀준다. 인터넷 게임 회사들은 게임을 통해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것들을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지만, 그것은 빚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을 뿐, 여러 해악들만 양산해 낸다고 지적한다.

인터넷 게임회사들은 왜 게임이 좋다고 말하는 걸까? 대부분의 게임회사들이 협력하는 법과 경제관념과, 두뇌개발에 게임이 좋다고 강조한단다. 하지만 전직 게임회사 대표였던 그는 실제로 게임을 만들어 판매하던 그는 그 모든 게 과장일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온라인 게임은, 심지어 '바보상자'로 불리는 텔레비전과도 달리, 스토리도, 메시지도, 감동도 전혀 없는 백해무익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게임회사들인 늘어놓는 여러 변들도 실은 이치에 맞지 않는 허구일 뿐이라고 말이다.

그는 게임이란 결국 승패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협력보다는 남들 위에 올라서야하는 구조요, 그 속에서 인간적인 유대감을 키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게임과 사회성과는 전혀 연결고리가 없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게임 아이템'을 사고파는 것은 건전한 경제활동과는 전혀 무관한 헛된 상술에 불과한 일이라고 꼬집는다. 더욱이 게임은 정해진 틀에 따라 반복하는 플레이기 때문에 창의적인 두뇌개발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비판한다.

"게임을 독서와 비교해보자. 아주 쉬운 위인전을 읽다가 난이도를 높여 평전과 역사서를 읽으면 느끼는 점도 다르고, 사고의 폭도 넓어지므로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은 실력이 올라가도 어차피 키보드를 재빠르게 누르는 일 같은 똑같은 행동을 요구한다.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방법이 조금 더 익숙해진 것뿐이다. 그러므로 게임을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것은 크나큰 착각이다."(93쪽)

모바일 게임회사 '지오스큐브(COSCUBE)'의 대표였던 그가 인터넷 게임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이유가 뭘까? 그건 다른 데 있지 않다. 자기 자식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든 게임을 자기 자식에게 떳떳하게 권할 수 있는지, 거기에 의문과 회의가 몰려들어, 게임회사로부터 손을 뗀 것이다.

그런 생각들은 자식을 둔 대부분의 게임회사 대표들도 한 번쯤은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도 그 일을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막대한 이익 때문이다. 게임 산업은 영화산업 시장 규모보다 3-4배 이상 크고, 한해 수출액만 1조 5천 억 원에 달하고, 국내시장 규모는 10조원대로 올라섰다고 한다.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게임시장에서 누가 손쉽게 손을 떼려 하겠는가?

물론 우리나라의 인터넷 게임은 해외시장에서 그 벽에 부딪혀 있다고 한다. 선진국보다는 주로 제 3세계에서만 소비되고 있는 게 그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그만큼 혼자서 즐기는 중독성 강한 게임을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 그것은 곧 우리나라의 가난한 집 아이들과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에게도 쉽게 파고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독성이 낮고 온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즐기기에 좋은 닌텐도와 같은 콘솔게임은 선진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고평석은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호천사로 나섰을까? 그는 게임회사들이 높은 순이익을 올리는 대신에 많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게임회사들에게 게임세를 거두도록 주장한다. 이른바 공해를 방출하는 기업들에게 환경세를 내게 하듯 말이다. 만일 정부가 그런 일을 주도하지 않는다면 머잖아 정부를 상대로 소송하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담배 소송처럼, 이미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의 게임회사인 엔씨소프트 사를 상대로 소송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하니 말이다.

"하와이에 사는 크레이그 스몰우드(51세)란 남성이 한국의 엔씨소프트 사의 '리니지'를 상대로 300만 달러의 소송을 일으켜 그 향방에 주목이 모아지고 있다. 개임 중독에 빠져 날마다 샤워도 하지 못하고, 옷도 못 갈아입고, 낮에 일어날 수도 없다는 것이 소송의 이유이다. (중략) 지금도 게임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데, 그러한 문제에 대해 게임 회사 측에서 명확한 경고를 하지 않았다면서 온라인게임이 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는 경고를 미리 들었으면 게임 소프트웨어를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196쪽)


태그:#게임회사, #인터넷 게임, #중독, #엔씨소프트 사, #콘솔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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