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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스타벅스 매장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 박혜경	관련사진보기

목동에서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김아무개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스타벅스 마니아이다. 출근길에 마시는 스타벅스의 카페라떼는 김씨의 아침에 큰 활력을 준다. 김씨는 점심시간에도 회사 근처의 스타벅스를 찾는다. 나른한 오후를 보내려면 커피 한 잔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씨는 집 근처 스타벅스보다 회사 근처 스타벅스에서 항상 500원을 더 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집 앞 스타벅스보다 회사 옆 스타벅스 커피가 더 연해요. 저는 항상 톨사이즈 라떼를 마시는데 왜 여기가 더 연한지…. 그래서 결국 회사 앞에서는 샷(에스프레소)을 하나씩 추가해요."

커피를 좋아하고, 스타벅스를 많이 찾는 사람들 중 일부는 종종 커피 맛이 매장마다 다른 것 같다고 말하곤 한다. 현재 스타벅스는 전국의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며 모두 같은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왜 다 같은 스타벅스에서 매장마다 커피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일까.

그 이유는 '사람'과 '기계' 모두에게 있다.

"사람마다 힘이 달라 커피 맛도 다를 수밖에"

스타벅스 관계자에게 에스프레소 머신과 음료 제조 매뉴얼에 대해 물었다. 이 관계자는 매장마다 다른 맛에 대해서는 일단 부인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는 "현재 모든 매장이 직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음료를 제조하는 매뉴얼과 원·부재료는 모두 동일하며 이 때문에 매장마다 거의 같은 음료 맛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장에서 직접 근무한 사람의 말은 달랐다. 올해 6월까지 매장에서 근무한 박아무개씨는 "매장마다 커피 맛이 다른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근무하는 사람마다 손이 가진 힘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100% 같은 맛을 낼 수 없다"는 것이 박씨가 건넨 말이었다.

박씨는 "반자동 머신은 손으로 커피를 다지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때 힘이 센 직원은 커피를 세게 다지고 힘이 약한 직원은 약하게 다진다"고 말했다. 박씨는 "본사 차원에서 에스프레소 추출에 대한 교육을 주기적으로 하지만 사람마다 힘이 다르니 그 차이를 0으로 만들기는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또 박씨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시간은 18~23초로 정해져 있어서 추출시간이 이 범위를 벗어나면 에스프레소를 버려야 한다"면서 "에스프레소 추출이 잘못됐다면 음료 제조에 쓰지 않는 것이 맞지만 바쁜 아침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이를 완벽하게 지키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반자동보다 커피 맛 연해"

매장마다 커피 맛이 다른 또 하나의 이유는 '에스프레소 머신'이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2010년 음료 제조를 신속하게 하려고 몇몇 매장에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을 설치했다. 반자동 머신에 비해 전자동 머신은 에스프레소 추출 시간을 1.5배 정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장에서 근무했던 박씨는 "반자동 머신에 비해 전자동 머신이 추출 시간이 빠르기 때문에 에스프레소가 연하게 추출된다"고 말했다. 그는 "음료 제조에 정해진 매뉴얼이 있지만 기계가 바뀌고 에스프레소가 연해졌기 때문에 체감할 정도로 커피 맛이 연해졌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바뀐 이후 손님들로부터 커피 맛이 바뀌었다는 불만이 많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계의 차이에 대해서도 스타벅스 측은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전자동 머신과 반자동 머신의 커피 맛은 거의 차이가 없다"며 기계로 인한 커피 맛의 차이를 부인했다. 그럼에도 몇몇 손님들은 기계 때문에 매장마다 다른 커피 맛을 느낀다고 말하니 "종종 민감하신 분들은 차이를 느끼기도 한다"며 "제3의 기관에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전 매장에서 같은 기계를 사용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전 매장을 같은 기계로 교체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항상 전 매장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다른 커피 맛을 느끼는 고객이 의견을 준다면 적극 수렴 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