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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다인종·다문화 국가다.
 네덜란드는 다인종·다문화 국가다.
ⓒ 안야 뮐렌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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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나라에서 온 네덜란드 아이들.
 다양한 나라에서 온 네덜란드 아이들.
ⓒ 장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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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 이주해 살면서 무척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검은 학교'라는 말이다. 맨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인종차별이란 단어였다. 학교에서 인종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네덜란드에서는 학생들 가운데 부모가 네덜란드 출신이 아닌 가정의 자녀가 학생의 50%를 넘는 학교를 검은 학교(즈봐르트 스쿨, Zwarte schoo)라 부른다. 그와 반대면 '흰 학교(뷔트스쿨, witte school)'라 하며, 이 둘의 중간에 해당하는 회색 학교도 존재한다.

7000개 가량의 네덜란드 초등학교 가운데 약 700개가 검은 학교다. 검은 학교는 대도시나 산업 단지 주변 도시에 많다.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에는 이민자 자녀 비율이 75%가 넘는 학교도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산업 이민(네덜란드인들이 3D업종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한 1960~1970년대에 터키, 모로코에서 대거 이주한 사람들)이다.

네덜란드 인구의 20%는 이민자다. 이 가운데 비중이 큰 인도네시아인이나 수리남인은 네덜란드의 식민 통치에서 독립한 후 이주해온 사람들이다. 산업 노동자로 온 터키인과 모로코인, 그리고 그밖의 아시아인(특히 중국, 베트남)이 그 다음을 차지한다.

네덜란드 이민자 현황.
 네덜란드 이민자 현황.
ⓒ 위키미디어커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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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종·다문화 사회의 산물

네덜란드는 다인종·다문화가 오래전부터 정착된 곳이다. 이민에 관대했으며 이민자들에게도 사회적으로 복지 혜택을 주는 것에 인색하지 않은 국가였다. 정부는 경제적, 문화적, 종교적인 모든 상황을 고려해 이민 정책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네덜란드 정부는 이민과 관련한 교육 문제가 만만치 않음을 절감해야 했다.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나 산업 현장 주변의 네덜란드인들은 처음에 그들과 화합하는 것을 두려워하였다. 외국인 차별은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돼 있는 사항이지만 네덜란드인들이 모든 것을 수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자녀 교육 문제에 관해서는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네덜란드에서는 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가 학교를 지정할 수 있다. 자녀를 어떤 학교로 보낼 것인가를 부모가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검은 학교에 다니는 네덜란드 출신 부모의 자녀들이 다른 나라 말을 사용하고 네덜란드 문화보다 다른 나라 문화에 동화되는 상황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그러자 네덜란드 출신 부모의 자녀들 중에서 검은 학교를 떠나거나 입학을 기피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 때문에 검은 학교에서 이민자 자녀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학교들이 검은 학교와 흰 학교로 뚜렷이 갈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피부색에 따른 구분을 떠오르게 하는 검은 학교라는 표현에 불쾌해하는 이민자도 적지 않았다.

이민자의 자녀와 기존 네덜란드인의 자녀들이 함께 학교에 다니게 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광고.
 이민자의 자녀와 기존 네덜란드인의 자녀들이 함께 학교에 다니게 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광고.
ⓒ 장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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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네덜란드 정부는 이러한 흑백 분리를 원치 않았다. 그래서 그 둘을 섞기 위한 정책을 폈고, 그 결과 회색 학교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회색 학교가 만들어지기까지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폈다. 정치인과 사회학자, 교육자 등이 힘을 모아 흑백 분리 타파에 노력했다. 몇 가지 중요한 정책 및 정책 시행 이후의 부정적인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편번호를 기준으로 학교를 지정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학부형들은 주소를 이전하는 불법을 자행하면서까지 검은 학교로 자녀를 보내지 않으려 했다. 이 정책은 실패했다.

둘째, 학교 두 곳에 이중 대기자로 등록하게 한 후 학교에서 이민자 자녀와 네덜란드인 자녀의 분포를 고려해 학교를 지정해주는 방법이다.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등의 대도시에서 시작된 이 방식은 신청 순서와 무관하게 이민자 자녀이기에 우선적으로 입학이 허락되는 등의 문제를 발생시켰다. 이 때문에 이 방식은 인종차별 행위로 간주되어 결국 금지되었다.

셋째, 학부형을 설득해 2인 1조로 학교에 등록하게 하는 방법이다. 네덜란드인 자녀와 근처의 이민자 자녀가 조를 짜서 학교에 등록하게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대도시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고, 이로 인해 회색 학교라는 말이 공식적으로 생기게 되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민자 자녀가 많은 학교에 교사, 교육 장비 등을 추가 지원했다. 또한 이민자 자녀(이들은 이민 2세대 혹은 3세대로 조상들이 살던 나라의 말을 전혀 못하는 아이도 많다)가 네덜란드어를 더 빨리 배울 수 있도록 언어 교사를 배정했다. 이 모든 것은 예산과 직결되는 문제다.

2010년 들어선 새 정부, 검은 학교 배려 정책 철회

그러나 2010년 새 정부가 들어선 후 검은 학교 정책이 바뀌었다. 새 정부는 검은 학교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하는 등 검은 학교를 배려하는 정책을 철회했다. 이는 그동안 이민에 대해 상당히 관대하고 포용적이던 네덜란드 정부의 정책이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새 정부의 교육부 장관은 2011년 2월 한 일간지와 한 인터뷰에서 그간 검은 학교에 투입됐던 정부 예산을 상당 부분 삭감할 것임을 시사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 정부는 검은 학교를 인정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가 노력해온 사항에 대해서는 이제부터 학교와 관련 시에서 노력해주기를 바란다. 정부는 분리 정책 개선에 앞서 교육 전반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교육 성과를 볼 때 검은 학교보다 흰 학교의 성적이 월등히 나은 것이 사실이다. 모든 부모는 자녀가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성장하기를 원한다. 그러므로 혼합을 위한 노력보다는 학교 교육 자체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다."

연정 파트너로서 반무슬림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자유당(PVV)의 반 바이스터벨트는 "검정색과 흰색을 섞어서 회색이 되게 하는 정책을 교육 현장에서 실시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많은 인문과학자들 역시 핵심은 피부색 문제가 아니라고 결론 내리고 있다. 본질적인 문제는 교육의 질 자체를 향상시키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검은 학교 배려 정책에 반대했다.

차디드 교수는 "이제 네덜란드는 인종과 피부 색깔에 연연하는 것을 잊어야 한다. 인종과 문화의 다양성을 활용하여 더 많은 에너지가 네덜란드에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테르담의 한 검은 학교의 교장인 얀 뷜엠 뷔데루는 이 문제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회색 학교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때도 있었다. 이민자들이 많은 학교는 그렇지 않은 학교에 비해 훨씬 많은 예산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민자의 자녀들을 학교에 유입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학교는 검은 색과 흰색을 섞어서 회색을 만드는 곳이 아니다. 현재 교육 현장에서는 바뀐 정부 정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오랜 세월 다양한 인종과 문화 속에서 자리 잡은 네덜란드 교육계가 정부 정책 변화로 전환점에 서 있다.

네덜란드 공영방송에서 방영 중인 청소년 드라마 <스팡하스>는 다양한 인종이 함께 공부하면서 겪는 일을 보여준다.
 네덜란드 공영방송에서 방영 중인 청소년 드라마 <스팡하스>는 다양한 인종이 함께 공부하면서 겪는 일을 보여준다.
ⓒ www.spangas.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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