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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길 자전거를 타고 나들이를 갈 때면, 우리 부부는 위험한 찻길을 피해 늘 다른 길을 찾곤 하지요. 그러다 보니, 어김없이 이런 산길을 찾아낸답니다. 그러나 이번 나들이는 계획을 완전히 잘못 잡았네요. 오늘 이 길은 고생길 시작일 뿐이었어요.

"어! 뭐야? 우리 오늘 임도 타는 거야?"

"……."

"응? 그런 거야?"

"어, 그럴 수도 있어. 지도에는 골짜기 같았는데 모르겠어. 그래도 이 길이 질러가는 길이야."

"그래? 그럼 다행인데, 그나저나 오늘 날씨 진짜 더워도 너무 덥다 아주 사람 잡네."

 

'폭염주의보', 이 말이 오늘처럼 무섭게 들리는 건 처음이에요. 지난 17일 기온이 무려 34도까지 올라간다고 합니다. 구미에서 아침 7시 20분에 집을 나와서 장천면을 거쳐 군위군 효령면에 닿았는데 어느새 두 시간을 훌쩍 넘겼어요. 오늘 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갈 곳은 경북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에 새로 문을 열었다는 '엄마아빠 어렸을 적에'라는 옛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랍니다.

 

여느 때 같으면 군위를 거쳐 우보를 지나 화본역까지 세 시간쯤이면 닿을 거리랍니다. 그런데 벌써 두 시간 동안 꾸준하게 오르막인 고갯길도 넘고 달려왔건만 남편이 앞장서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생판 모르는 길로 갑니다.

 

무려 34도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에 자전거 타기?

 

구미 장천면에서 군위까지 넘어올 때 벌써 고갯길 하나를 넘어왔기에 몸이 지칠 대로 지쳤어요. 오전 날씨지만 한낮 땡볕과 다를 바 없었답니다. 어느새 온몸은 땀으로 흠뻑 다 젖었고 땀 냄새를 맡은 날파리들이 속력도 내지 못하는 고갯길을 오르는 내내 성가시게 굽니다. 안경 속으로도 들어와서 눈 밑으로 아른거리고 한 손은 핸들을 잡고 한 손으로 손사래를 쳐봐도 소용없더군요.

 

이렇게 더운 날, 자전거를 타고 땡볕에 오르막길을 가는 것도 힘이 든데, 남편은 자꾸만 산으로, 산으로 올라갑니다. 왠지 불안한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요즘 장마 때문에 출퇴근 때 말고는 자전거를 한 달이 넘도록 타지를 못했지요. 체력도 바닥이 난데다가 임도로 올라가는 남편이 밉기까지 하더군요.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 오늘 잔차 나들이는 경북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 급수탑 풍경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뽑힌 곳 말고도 요즘들어 이렇게 옛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물건들과 풍경을 전시해 놓은 곳이랍니다. 그런데 이곳을 찾아가는 길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나그네한테는 너무나 힘든 코스였답니다.

'아니, 하필 오늘따라 왜 이런 코스를 잡았지? 늘 가던 대로 우보 쪽으로 가면 될 텐데….'

 

속으로만 원망을 하며 따라가다가 산길이 나오기에 물었더니 자기도 확실히 잘 모른다고 했어요. 다만 화본까지 질러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말에 참고 따라갔어요. 아니나 다를까? 설마가 사람 잡았네요.

 

"아니 여기 뭐야? 길도 없잖아? 아직 길도 안 놓인 데로 가는 거야?"

"저 꼭대기까지만 가면 한 50m쯤은 아직 공사가 덜 끝났을 거야. 그런데 이상하다 왜 자꾸만 올라가지?"

"뭐야? 아직 공사도 안 끝났는데 이까지 올라왔단 말이야? 하이고 오늘 사람 잡네."

"쪼매만 참아봐. 저까지만 가면 될 거라 얼추 안 올라왔겠나? 그런데 희한하네. 지도로 봤을 때는 그냥 골짜기 길 같았는데…."

 

산길 왠지 불안합니다. 보통 때 화본으로 가던 길인 우보역 쪽으로 가지 않고 생판 모르는 길로 들어서더니, 이내 이런 흙길이 나옵니다. 지금 한창 공사를 하고 있는 길인듯 보이는데, 저 끝없이 이어진 흙길을 보니, 오늘 넘어가야할 고갯길이 눈앞에 그려져 무척이나 불안했어요. 아니나다를까?

찻길 피하려다가 길도 없는 곳으로 가다

 

오늘따라 남편도 자기가 가는 길에 갈피를 못 잡고 있네요. 지금까지 늘 지도로 먼저 꼼꼼히 찾아보고 와서 보면 어김없이 길이 있고, 남편이 예상한 대로 척척 맞아떨어져서 '인간내비게이션'이라고까지 했는데 오늘은 암만해도 남편 생각과는 맞아떨어지지 않았답니다.

 

아뿔싸, 아니나 다를까? 오르막 꼭대기까지 올라왔는데 그만 길이 뚝 끊겼어요. 길은 고사하고 왼쪽으로 낭떠러지 같은 돌투성이로 된 곳으로 내려가야 했어요. 자전거를 들고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크고 작은 돌무더기가 우르르 쏟아져 내립니다.

 

조심조심 또 조심하며 가까스로 내려갔더니, 이젠 움푹 팬 골짜기 사이로 물까지 흐르고, 그 위로 또 다시 솟구치듯 돌밭을 올라가야했어요. 맨몸도 힘든데, 자전거까지 끌고 올라가기가 여간 힘겨운 게 아니네요.

 

끊어진 길 길이 없다! 차는 못 가지만 잔차로는 갈 수 있다? 애써 자신만만해하며 돌투성이 길을 자전거를 끌고 내려섭니다. 그러나 또 다시 움푹 팬 골짝길, 솟구쳐 오른 듯한 돌밭을 끌고 올라가야합니다. 찻길 피해 가려다가 찾은 길인데, 오늘은 완전히 고생길입니다.

 

끊어진 길 돌투성이로 된 길도 아닌 길에 자전거를 끌고 가까스로 올라와보니 기가 막힙니다. 이렇게 툭 끊어진 길 옆으로 난 낭떠러지 길을 자전거 끌고 생쇼를 하며 올라왔어요.

"에헤이, 오늘 여기서 시간 다 잡아먹네. 그래도 오늘 두고두고 얘깃거리는 많겠다. 하하하."

"암만해도 오늘 길을 잘못 잡았다. 지금쯤이면 벌써 화본역에 닿았겠다. 에잇!"

"할 수 없지 뭐. 어떡해 이미 들어선 길인데, 그나저나 오늘 진짜 덥다. 옛날에 거창 갔을 때만큼 덥네."

 

길을 잘못 잡아서 고생하게 되니까 남편은 자꾸만 미안해합니다. 그러면서도 자기도 화가 나는지 투덜거리기도 하고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이런 것도 다 자전거 타는 재미지요. 사실 이렇게 잡은 것도 쉽게 갈 수 있는 찻길도 있지만 쌩쌩 달리는 차에 시달리면서 가는 게 더욱 힘든 고생길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기에 우리는 고생인 줄 알면서도 자꾸만 이렇게 찻길을 피해서 길을 찾는 거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 또한 힘은 들지만 내색은 안 하지요.

 

또 고갯길! 하필이면 가장 덥다는 오늘

 

가까스로 돌투성이 길을 빠져나오니, 한여름 땡볕이 타는 듯합니다. 장마 때문에 오랫동안 숨어있던 탓인지 오늘따라 내리쬐는 햇볕이 너무나 뜨거웠어요.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고 준비해온 물 네 통이 벌써 동이 나고 말았지요. 길을 따라 내려온 곳은 군위군 마시면 이었어요. 왠지 낯익은 마을풍경이라서 남편한테 물었더니 몇 해 앞서 산악자전거 랠리 때, 춘산리 임도를 타고 와서 잠깐 쉬었다 간 마을이라고 하네요.

 

그때는 어디가 어딘지 하나도 모른 채, 그저 앞사람 따라서 달리기만 했는데, 지금 보니 퍽 아름답고 조용한 마을이 마치 어렸을 적 고향 같은 풍경이더군요. 우리가 지나온 그 길은 바로 군위 효령면과 마시면을 잇는 새 길을 공사하는 곳이었고요.

 

마시면 명산리 명산리(옛 거수리) 마을에 들어서니, 다리 밑에서 빨래를 하는 할머니를 봅니다. 어릴 적엔 나도 저렇게 집앞 도랑가에서 빨래를 하곤 했지요.

마시면 명산리에서 잠깐 쉬었다가 다시 또 산 고개를 하나 넘습니다. 아까 워낙 힘든 길을 넘어왔기에 명산리 고갯길은 아무 것도 아닌 양, 쉽게 넘을 수 있었답니다. 또 다시 찻길을 피해 둑길을 따라 한참 달려가니 부계면에 닿습니다. 부계에는 군위삼존석굴과 대율리 한밤마을이 있는 곳이에요. 이곳은 벌써 여러 번 다녀왔고 기사로도 소개를 했었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이 마을 뒤쪽으로 난 고갯길을 또 하나 넘어야 한다는 겁니다.

 

끝없이 이어진 오르막길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면, 이런 오르막길을 자주 만납니다. 저기 멀리 산허리가 움푹 패인 곳이 보이나요? 저기로 고갯길을 또 넘어가야합니다. 그러나 오늘은 너무나 힘이 듭니다. 무려 34도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 한낮 뜨거운 땡볕을 머리에 고스란히 받아가면서 올라가기가 여간 힘겨운 게 아닙니다. 이러다가 일사병으로 쓰러질 것 같은 불길한 생각마저 들었어요.

"엥? 뭐야? 또 고갯길이야?"

"여기만 넘으면 돼. 오늘 고갯길은 이게 마지막이야. 좀만 더 고생하자."

"치! 뭐가 이게 마지막이야? 집에 돌아갈 때 또 넘어야 되잖아!"

"갈 때는 오로저수지 고개 하나만 넘어서 가자."

"그래? 그럼 다행이고. 오로저수지 고갯길 지겨워도 그나마 그 고개가 가장 만만한 길이네."

"그러니까 말이라 군위나 의성 갈 때는 어쩔 수 없이 그 고개를 넘어야 하니까 오늘은 좀 더 쉽게 가려고 이쪽으로 잡았는데, 오늘 계획은 완전히 잘못 잡은 거다. 다시는 이쪽으로는 못 올 곳이야."

 

까마득한 오르막길 저 끝, 산허리 움푹 팬 곳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너무나 힘이 들어요. 오늘만 해도 이런 고갯길을 다섯 개나 넘었답니다.

이번에는 부계면에서 산성면까지 잇는 새 길을 넘어간다는데, 아이고 들머리에 들어서니 기가 막힙니다. 저 꼭대기 움푹 팬 산허리 사이로 넘어가야하는 거였어요. 길을 보니, 올라갈 일이 아득하기만 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폭염주의보까지 내려진 이런 날씨에 땡볕을 고스란히 받으며 가파른 오르막길을 한두 개도 아니고 너덧 개를 자전거 타고 올라가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반쯤 올라갔을까? 갑자기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왔어요. 속도 메스껍고 토할 것만 같았지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내려서 끌고 갑니다.

 

오늘은 암만 생각해도 너무 무리하는 거예요. 가까스로 꼭대기까지 올라가서는 고갯마루 정자에 벌러덩 누워버렸어요. 아마도 한 삼사십 분쯤은 쉬었다가 다시 길을 떠났을 겁니다.

 

힘겹게 오르막을 올라갔다가 반대쪽 내리막길을 달려갈 때면, 그동안 힘들었던 걸 싹 잊어버리지요. 그렇게나 가파른 고갯길을 신나게 달려 내려와 보니, 기가 막힌 풍경이 우리를 맞아줍니다.

 

아마도 이런 풍경을 보는 재미 때문에 이렇게 고생을 사서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내리막길 저 아래로 우뚝 서있는 군위군 산성면 화본역 급수탑이 보입니다. 지난 2009년 9월에 찾아왔던 화본역,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뽑혔고 급수탑이 역 풍경과 어우러져 사진작가들한테도 인기가 높은 그런 곳이지요. 저 멋진 풍경을 위에서 내려다보니, 지금까지 힘들었던 고생이 씻은 듯이 사라졌어요. 참으로 놀랍습니다(관련기사 : 빛바랜 급수탑엔 옛 추억이 휘감아 돈다.  

 

찻길을 피해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길을 찾다 보면, 어쩔 수 없어 넘어가야하는 고갯길이 무척 많답니다. 처음 몇 해 동안에는 갈 곳도 많고 가는 곳마다 낯선 풍경이라서 조금도 지겨운 줄 모르고 다니지요.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갈 때마다 너무나 뻔한 풍경을 보고 다니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랍니다. 죽어라고 힘겹게 넘어가야만 하는 고생길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지요.

 

드디어 화본리! 가파른 오르막길 고개만 네 개나 넘어서 다다른 곳! 드디어 화본리입니다. 찌는듯한 더위와 싸우면서 힘겹게 고갯길을 오르내리기를 몇 번이나 한 끝에 화본리 마을에 들어서니, 그동안 힘겨웠던 고통들이 말끔히 씻깁니다. 아, 이런 맛에 자전거를 타고 나들이를 다닌답니다.

"아이고 미쳤어. 진짜 우리 미쳤다. 이렇게 더운 날, 이키나 사서 고생을 하고 집에 가만히 앉아서 에어컨 켜놓고 있으면 시원하게 보낼 텐데, 이카고 댕기고 있으니 넘들이 봐도 우리 보면 미쳤다고 할 거라. 하하하."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남편도 나도 이렇게 고생하고 다니는 걸 그 어느 누구도 맛볼 수 없는 즐거움이라는 걸 잘 압니다. 그래서 또 웃고 페달을 밟곤 한답니다. 서로 어깨를 토닥여가면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에 이어 경북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 새롭게 문을 연 [엄마아빠 어렸을 적에]에 다녀온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풍경을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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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