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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이 13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전국 지방청·경찰서 수사·형사과장 워크숍'에 참석, 박수를 치고 있다.이날 워크숍에는 시민단체, 학계, 언론계, 일반 국민 등 11명이 패널로 등장해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제기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 '전국 지방청·경찰서 수사·형사과장 워크숍' 조현오 경찰청장이 13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전국 지방청·경찰서 수사·형사과장 워크숍'에 참석, 박수를 치고 있다.이날 워크숍에는 시민단체, 학계, 언론계, 일반 국민 등 11명이 패널로 등장해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제기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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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인권 생각하면 수사가 소홀해진다."
"인권 때문에 수사 못한다면 경찰 그만 둬라."

13일 오전 10시부터 경찰청 대강당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전국 수사경찰 워크숍'이 개최됐다. 경찰수사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한다며 시민들의 쓴소리를 듣고자 열린 이날 워크숍은 인권·시민단체·학계·법조·언론·일반국민 등 11명의 패널과 경찰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패널과 경찰은 최근 쟁점들을 두고 확연히 다른 의견을 냈다.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 몇몇 패널은 경찰 개입을 최후 수단으로 여겨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경찰은 폭력적인 불법시위에 합법적으로 대응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인권보호 문제, 검경수사권 갈등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시각을 보였다.

[#논쟁 ①] 한진중공업 사태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한진중공업 사태는) 악덕 기업행위로 사회적 쟁점이 된 문제인데 왜 경찰이 나서는지 모르겠다"며 "경찰력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방문 당시 시위대를 보호하는 독일경찰의 모습을 예로 들며, 희망버스 행사 때 경찰이 시위대를 마구잡이 연행하는 등 폭력적인 진압을 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그러나 고영일 부산지방경찰청 수사과장은 경찰의 행동이 정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위대 1200명이 부산에 와 미신고 집회를 벌였다"며 "집시법에 야간 행진은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주말에 있었던 2차 희망버스 행사에 대해서도 "시위대가 인근 건축 자재상을 부수고 들어가 물품을 훔쳤으며 인근 병원에서 용변을 함부로 봐 시민에게 불편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조현오 경찰청장도 "희망버스 시위대가 건조물을 침입했다"며 "이건 집회 시위의 자유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찰 존재 이유는 질서 유지와 국민 안전"이라며 "공장관리권을 가지고 있는 곳을 침범했다는 신고가 들어왔기 때문에 당연히 경찰력을 동원해 막아줘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화장실 이용은 경범죄이지 현행범이 아니다"라고 재반박한 뒤, 심상정 전 의원 체포를 언급하며 "(심 의원을) 아줌마인줄 알고 체포했다는데, 의원은 체포하면 안 되고 아줌마는 체포해도 되냐"고 반문했다.

[#논쟁 ②] 인권보호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은 범죄예방, 사회질서 및 평화유지와 함께 인권보호를 목적으로 삼는다"며 "피해자 인권뿐만 아니라 피의자의 인권도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상영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총괄과 사무관은 "(경찰의 수사권은) 기본권을 제약할 수밖에 없는 공권력"이라며 "형식적인 인권개혁에서 벗어나 체계적으로 양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문대봉 김제경찰서 수사과장은 경찰수사를 위해선 최소한의 인권침해가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경찰에서 인권 생각하면 수사가 소홀해진다"며 "인권 위주로 일을 하면 소극적 수사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을 두고 "인권연대 사무국장님이 경찰 입장이면 입건 하나도 못할 것"이라며 현실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경찰은 두 마리 토끼(인권과 업무)를 잡으라는 신성한 국민의 책무를 받은 것"이라며 "인권보호 때문에 수사 못하겠다면 경찰을 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또한 그는 "둘 다 해내라고 계급주고 월급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쟁 ③] 검경 수사권

박근용 참여연대 시민감시팀장은 "검찰 권력 분산에 동의한다"면서도 "경찰의 손을 들어드리기 어려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 신뢰도가 높지 못하니 적극적으로 수사구조 개혁 목소리를 높여오지 못한 게 아니냐"며 경찰의 대국민 신뢰도 제고 노력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조현오 경찰청장은 "지구상의 4분의 3은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하고 4분의 1은 검찰이 간섭을 한다"며 "우리 대한민국은 후자에도 못 들었다가 이제 비로소 4분의 1에 들었다"고 말했다.

김인석 광주북부서 수사과장도 "수사를 하다보면 범죄가 성립 돼서 구속 및 기소를 해야하는데, 검찰에서 불기소라고 송치하라 할 때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과장은 "경찰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날 참석한 패널들의 주요 발언이다.

"국민을 위한 경찰, 신뢰 받는 경찰? 국민이 그런 발표 믿을 거라 생각하나"

구수환 KBS PD
"<추적60분>을 만들 때 취재현장에 가보면 '혹시나' 했던 부분이 '역시나'가 된다. 경찰의 모습은 배타적이고 은폐하려 든다. 그 모습을 보면 경찰이 뭔가 감추려 하는구나 생각한다. 그동안 경찰은 국민에게 사건이 터질 때마다 약속했다. 국민을 위한 경찰, 신뢰 받는 경찰이 되겠다고. 그런데 국민이 그런 발표를 믿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이러한 이미지는 경찰이 만들어 낸 자업자득이다."

박근용 참여연대 시민위원회 팀장
"경찰에 대한 믿음이라는 건 얇은 유리판과 같다. 경찰은 결단력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무엇보다 신중해야 한다. 신중함은 느리게 한다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구속영장은 10건 중에 2건 정도 기각되고 긴급체포는 41% 정도를 돌려보낸다. 과잉수사, 편한 대로 수사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맞게 최소한의 수사를 하자."

박병수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현직 경찰과 대화해보면 경찰이 군대보다 더 위계적이라 한다. 아래에서 위로 의견 전달은 거의 없고 모두 승진에 목말라 청장 관심사에만 골몰한다. 조직문화가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위계적이다. 지금 경찰에게 노조를 말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하위계급도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오승근 한국소프트웨어 저작권협회 팀장  
"경찰의 수사기법을 보면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한 방향으로 몰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호한 질문을 던지고 단답식의 대답을 강요한다. 이런 '전문성이 없는 수사 집단에 칼을 맡겨 놓으면 괜찮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권력은 한 곳에 집중되면 반드시 부패한다. 수사권도 경찰과 검찰이 국민을 위해서 경쟁하고 견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민은 권력을 막연하게 불신한다. 인권침해 비리 등이 개인의 경험, 인터넷, 언론보도를 통해 전파되면서 불신이 확산된다. 범인 검거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범죄 예방, 사회 질서 및 평화 유지, 인권 보호가 경찰의 존재 목적이다. 진정성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일회적인 대책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진짜 변화하고 있다고 시민이 느끼게끔 해야 한다."

정상영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총괄과 사무관
"경찰 조직은 상하관계가 명확한 수직적 구조이다. 수직적 구조에서는 지휘부의 자기검열이 어렵다. 감시체제를 강화하고, 외부 인력을 특별 채용해 업무의 전문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피의자를 하대하고 무죄추정 헌법원칙을 무시하는 사례가 있다. 조사과정을 녹화·녹음하여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정치적인 편견, 권력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수사권을 발동해야 한다."

정철승 서울지방변호사협회 감사
"해방 이후 입법자들은 경찰 조직은 항상 감시되고, 통제되고, 지시에 복종해야 한다고 상정하고 법을 만들었다. 이것으로부터 바뀌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한계가 있다. 경찰은 원죄가 있다. 지난 근현대사에서 국민에게 가장 혹독하게 상처 줬던 당사자는 경찰이다. 친일행위를 한 경찰들이 반민특위를 없애는 등 정치세력의 앞잡이가 되어 개같이 충성했다. 그 점을 통절히 반성해야 신뢰 받을 수 있다."

홍정호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총괄실 부장
"중소기업 대표를 수사할 땐 불구속 비공개로 수사해주었으면 한다. 소기업 소상공인 같은 경우에는 기업 모든 부분에 관여하고 있다. 기업대표에게 구속수사나 공개수사를 하게 되면 기업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납품이 끊기는 등 정상적 경영이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별건수사를 금지하는 원칙을 천명했는데 세부규칙을 만들어 원활한 기업 활동을 도와주길 바란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했을 때 일부 교포들이 4대강 시위를 벌였는데, 청와대 경호원들이 저지했다. 그러나 독일 경찰은 오히려 시위대를 보호하더라. 우리 경찰의 모습은 마구잡이 소환과 강제체포 위주 아닌가. 또 자기만 책임지지 않으면 된다는 구태에서 벗어나 경찰은 더 이상 검찰 뒤에 숨지 말아야 한다. 과장들은 지휘부 뒤에 숨고, 심지어 부하들 뒤에 숨는데 그러지 말아야 경찰이 변화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김민석·이주영 기자는 <오마이뉴스> 14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경찰 수사권, #인권, #조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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