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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충격과 경악이다. 정치팀 막내 기자가 혼자 결단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경찰이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 압수수색까지 했다면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KBS는 혼돈의 도가니였다. 8일 오전 자사 기자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었단 소식이 알려지자 그야말로 공황 상태가 됐다.

국회 본청 205호 민주당 당 대표실 도청 의혹이 불거졌을 때 "민주당이 괜히 저러는 것 아니야?" "김진표 원내대표가 한나라당과 수신료 인상 합의한 뒤 정치적 피난처로 도청 의혹을 제기한 거 아닌가?" 등등의 의혹을 보냈지만 이번 압수수색으로 도청의혹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사내 분위기는 침통하다.

보도국의 한 기자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충격과 경악"이라는 말로 내부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 기자는 "(도청의혹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전혀 소문이 돌거나 보고가 올라온 것이 없고 타사 기사로 접했다"면서 "왜 이런 지경까지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고 착잡해했다.

"A기자는 2009년 입사한 막내...누가 시켰을 것" 

민주당 '불법도청 진상조사 특위' 위원장인 천정배 의원이 6월 30일 오후 문방위 회의실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선교 의원이 민주당이 시한으로 제시한 24시간이 지나도록 (녹취록 입수 경위에 대해)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키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민주당 '불법도청 진상조사 특위' 위원장인 천정배 의원이 6월 30일 오후 문방위 회의실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선교 의원이 민주당이 시한으로 제시한 24시간이 지나도록 (녹취록 입수 경위에 대해)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키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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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인상 관련 민주당 비공개 회의 내용을 녹음한 후 제 3자를 통해 한나라당에 건네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A기자는 지난 2009년 입사한 35기.

앞서 인터뷰한 기자는 "A는 정치팀에서 막내다, 워낙 어린 기수라서 자신의 생각이나 성향에 따라 움직일 수 없다"면서 "누가 시키는 걸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KBS는 선후배간에 연대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A가 도청을 했든, 안 했든 간에 막내 기자가 타깃이 되어 이런 형사적인 절차를 당했다는 것에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면서 "만약에 진짜 도청했다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건 A가 한 짓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팀이나 회사에서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내부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A기자가 소속되어 있는 정치팀에서는 도청의혹을 부인하는 상황. 황동진 KBS 기자협회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A기자가 (도청 당사자로) 지목된 6월말, 20여 분간 면담을 했는데 A기자는 (도청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당일 당대표실에서 50cm 떨어진 곳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서 들었고, 나오는 의원들을 상대로 내부 분위기에 대해 취재를 했을 뿐 도청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황 협회장은 "이런 일이 처음이다 보니 상당히 당혹스럽다"고 덧붙였다. 

KBS 새노조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당사자가 동료기자이고, 혐의가 확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팀에서도 '안 했다'고 하는데 기자협회나 노조에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명백하게 밝히라는 것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민주당측의 '설'만 있었는데 오늘 같은 경우에는 압수수색까지 했기 때문에 노동조합차원에서도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론노조 "배후 은폐하고 '꼬리자르기'식 수사 돼선 안 돼"

KBS 수신료 인상안과 관련해 민주당 당대표실 도청 의혹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30일 오전 민주당 당직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당대표실 출입문 앞에 서있다. 국회 205호 민주당 당대표실은 당직자들이 근무하는 공간을 거쳐 들어가는 출입문과 현재 출입은 안 되지만 복도로 직접 나 있는 문이 하나 더 있다.
▲ 민주당 당대표실 앞 복도 KBS 수신료 인상안과 관련해 민주당 당대표실 도청 의혹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30일 오전 민주당 당직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당대표실 출입문 앞에 서있다. 국회 205호 민주당 당대표실은 당직자들이 근무하는 공간을 거쳐 들어가는 출입문과 현재 출입은 안 되지만 복도로 직접 나 있는 문이 하나 더 있다.
ⓒ 최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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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조는 '기자 자택 압수수색'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한 KBS 측의 태도를 비판했다. KBS 출신인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KBS에서 책임 있게 신뢰할 만한 조사 결과를 내놨어야 되는 건데 그런 노력들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경찰이 언론인을 수사하는 상황까지 간 것"이라면서 "이에 대한 기본 책임은 김인규 사장과 KBS 이사회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이렇게 수사가 진행된 마당에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최하위 실행자(A기자) 선에서 배후를 은폐하고 꼬리자르기 식의 수사가 되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만약에 (도청의혹이) 사실로 판명이 된다면 KBS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처벌, 뼈를 깎는 자성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KBS 측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압수수색이 "뚜렷한 증거도 없이 특정 정치집단의 근거 없는 주장과 일부 언론 등이 제기한 의혹에 근거해 이루어졌다"며 "강력하게 법적 대응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KBS수신료, #도청, #KBS,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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