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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 권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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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어슬렁 거리던 들고양이가 하루는 제 가게 앞에 와서 저를 애타게 바라본 적이 있었습니다. 보통 때는 사람을 보면 도망가던 고양이가 그날 아침에는 유독 제게 무엇을 말하려는 것처럼 가게 앞에서 저를 빤히 쳐다봤습니다. 느낌은 먹을 것을 달라는 눈빛이었는데 제가 못본 척 했습니다. 왜냐면 제가 고양이를 무서워 하기 때문입니다. 계속 어슬렁거리는 고양이가 신경 쓰여 멀지감치 떨어져서 말을 시켜보지만 제가 고양이 언어를 모르는지라 진정한 대화는 나누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나름대로 고양이의 간절한 눈빛을 읽고 먹을 것을 달라는 것이리라 싶어 우유를 담아 고양이 다니는 길목에 두었지만 고양이가 먹지는 않았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고양이는 우유를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쨌든 배가 축 처져 있는 걸로 봐서 새끼를 뱄을지도 모르겠다 싶었는데 진짜 새끼를 낳았습니다. 가게 지하가 비어있는데 그곳이 고양이의 아지트가 되었습니다.

며칠 동안 암컷, 숫컷으로 보이는 고양이 두 마리가 지하실을 번질나게 드나들었습니다. 그리고 하루는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계단 위로 힘겹게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사람을 보면 기겁하고 도망칩니다. 고양이는 나를 보고 기겁했지만 저는 기절했습니다. 갑자기 화장실에서 튀어나온 고양이 때문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제가 습격 당한 줄 알 정도로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런데 고양이를 자주 만나니 겁이 안 나고, 오히려 고양이를 관찰하면서 고양이의 모성본능을 보게 되었습니다. 두 마리였던 새끼 고양이가 어느날 한 마리 밖에 보이지 않았고, 그 한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어미 고양이가 계속 보호하면서 따라 다닌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새끼 고양이가 걸음마를 떼러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와 옆집 쓰레기통을 뒤질 때도 어미 고양이는 망을 보고 있었습니다. 새끼 고양이를 누가 헤치지 않을까 주변을 맴돌고 두리번 거리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제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어미 고양이가 애타게 '야옹 야옹'하면서 상가 주변을 쫓아다닙니다. 왜 그런가 봤더니 새끼 고양이가 없어졌습니다. 반나절을 그렇게 찾아 헤매다 새끼 고양이를 찾았습니다.

동네 중학생들이 새끼 고양이를 어미 고양이가 한눈 판 사이 잡아서 가지고 놀다 놓쳤나 봅니다. 그 중학생들이 다시 큰 소쿠리를 들고 새끼 고양이를 잡으러 왔으니 말입니다. 그때 어미 고양이가 정신없이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애들아. 그런 장난 치지마. 어미 고양이가 자기 새끼 애타게 찾더라. 부모가 자식 잃어버려서 슬픈 건 동물도 마찬가지야. 그런 장난은 치지마."

중학생들이 멋적어 하며 흩어졌습니다. 그 후로 어미 고양이는 더 새끼 옆을 떠나지 않고 지켰습니다. 어제 퇴근하는데 어미 고양이와 애비 고양이, 새끼 고양이 다 만났습니다. 새끼 고양이는 제 발소리에 놀라 후다닥 어미 옆으로 달려갑니다. 어미 고양이가 사진을 찍는 저를 경계하며 노려봅니다.

동물도 자기 새끼를 저렇게 보호하는데 자기가 낳은 자식을 버리고, 죽이는 기사가 떠올라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그런 기사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문제라고 하지만 그 젊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교육을 시키지 못한 것은 우리 기성세대들입니다. 뭐 좋은 꼴을 보여줬어야 아이들이 보고 따라 배우지요. 무조건 아이들만 탓할 수 없습니다.

저부터도 생명 존중보다 돈에 가치기준을 더 주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기성세대부터 마음 깊숙이 돈에 대한 집착과 가치기준을 다른 것보다 우선시하는데 어떻게 자식들에게 다른 가치를 심어주겠습니까.

세상은 많이 진보했고, 제 어릴 적 생활과 지금의 우리 아이들 생활은 많이 발전했는데 우리 의식은 점점 후퇴하는 것 같습니다. 의식의 후퇴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아마 밥상 교육이 없어져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 어릴 적만 해도 밥먹을 때 부모님께서 삶의 가치에 대해서 한두 마디라도 꼭 하셨습니다. 공부하란 소리만큼이나 많이 들었던 것이 타인에 대한 배려였고 사람이 사람다워야 한다는 말씀이셨습니다. 물론 그 당시 들을 때는 좀 지겹고, 잔소리 같았지만 지금 저의 행동의 뿌리는 다 부모님 말씀에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데 요즘은 밥먹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습니다. 새벽같이 학교 가는 애를 붙잡고 무슨 교육을 할 것이며 저녁은 집이 아닌 식당에서 밥을 사먹고 학원에서 늦게 오는 아이를 붙잡고 무슨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아무 말없이 공부나 잘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 가주면 모든게 감사할 따름인 세상이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공부를 잘하면 다른 것은 좀 싸가지가 없어도 용서가 되고, 쉽게 잊혀집니다. 일방적인 쪽으로만 아주 너그러운 사회입니다.

물론 저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자신있게 말하지 못합니다. 다만 내가 자식에게 창피하지 않도록 스스로 돌아보고 살아야겠다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들고양이, #입시교육, #돈, #대학, #밥상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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