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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평화문화광장에서 바라본 DMZ평화문화관은 왜소하기까지 하다.
 철원 평화문화광장에서 바라본 DMZ평화문화관은 왜소하기까지 하다.
ⓒ 김동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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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강산리와 중강리, 그리고 철원읍 흥원리에 걸쳐 있는 '평화문화광장'은 광장이라기보다 거대한 주차장에 가까웠다. 철원평야 한쪽에 자리 잡은 DMZ 평화문화관(1872㎡)은 왜소해 보였고, 이 문화관을 둘러싼 21배 면적의 평화의광장(3만8853㎡)은 썰렁했다. 평화의광장을 비롯해 야외무대, 시간의 정원, 전망의 언덕, 주차장까지 합친 평화문화광장의 총면적(21만6595㎡)은 서울광장(1만3207㎡)보다 16배 더 크고 여의도공원(22만9539㎡)에 버금간다. 사업비는 무려 263억 원(국비 63억 원, 도비 200억 원)을 들였다.

주차장 한 쪽 돌 위에 평화문화광장 소개글과 조감도가 놓여있다.
 주차장 한 쪽 돌 위에 평화문화광장 소개글과 조감도가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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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한쪽 돌판 위에 조감도와 함께 평화문화광장을 조성한 취지를 적어 놓았다. "통일 후 미래를 대비한 상징적인 한민족 공동체 번영의 공간으로서 상생과 공영, 화해와 협력, 평화공존의 정신을 나타내고 평화, 문화, 생태, 통일, 안보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자" 조성한 광장이란다.

통일 후 미래를 대비해 미리 만들어 둔 것이라니 그 선견지명을 따라갈 길 없다. 하지만 평화, 문화, 생태 등의 가치를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서 고심한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일단 크게 짓고 보자는 의도가 너무 드러나기 때문이다.

문득 과연 '광장'의 정의가 뭘까 싶어 사전을 찾아봤다.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게 거리에 만들어 놓은, 넓은 빈터'란다. '여러 사람이 뜻을 같이하여 만나거나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란 뜻도 있다. 누구도 쓸 수 없도록 블록을 깔고 비워 놓아 확실히 넓긴 하나, 언제쯤 많은 사람이 모여 뜻을 같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간인통제구역을 출입할 때마다 불편한 출입절차를 거치고, 군부대서 안 된다면 못 들어가는 경험을 수없이 한 사람의 상식을 가지고선, 통일할 때까지는 이 광장을 채울 일이 없겠구나 하는 확신에 가까운 우려가 스친다. 게다가 위치가 남방한계선 바로 코앞이니 말을 더해 무엇하랴.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눈에 보이기 위한 대형 이벤트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광장의 참 뜻은 살리기 어려울 것이다.

막개발의 갈림길에 선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

철원평화문화광장 안에 있는 DMZ 평화문화관. 민간인통제구역 안에 있는 건물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철원평화문화광장 안에 있는 DMZ 평화문화관. 민간인통제구역 안에 있는 건물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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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광장을 가려면 4만 4374㎡ 면적의 '시간의 정원'을 건너야 한다.
 주차장에서 광장을 가려면 4만 4374㎡ 면적의 '시간의 정원'을 건너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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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문화광장을 돌아보다가 만난 한 농민의 우려는 한층 깊었다. 그는 "주차장이 너무 넓어서 좋지 않다, 하지만 고마운 것은 (주차장에는) 아무것도 짓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 두루미가 오는 위치가 많이 변했다는 것도 지적했다. "(두루미가) 작년부터 자리를 옮기더니 (평화문화광장에서 10km 떨어진) 대마리 뒤쪽으로 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불안한 철원의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이래서 망하고 저래서 (농사가) 망하니까 하우스를 새로 시작하는 집이 많아졌다. 농민들은 이제 생태 변화에 적응하려 하지 않는다. 공존이란 개념은 사라졌고 짧은 시간에 투자를 많이 해서 이익을 내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의 마음을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음을 바꾸지 못하면 계속 건물만 짓게 될 것이다."

그러나 '광장'은 시작에 불과하다. 지난 6월 13~15일 행정안전부는 강원도, 인천광역시, 경기도에서 잇따라 공청회를 열고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안)에 대해 설명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한반도 중심의 생태·평화벨트 육성'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인천·경기·강원의 접경지역 15개 시·군에서 2011년부터 2030년까지 18조8천억 원을 들여 각종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국회는 접경지역지원법을 특별법으로 격상시켰고 이 법은 6월 20일 시행됐다.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은 이제 확정을 앞두고 있다. 정말 접경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고, 한반도 중심의 생태평화벨트를 육성할 수 있는 계획이 나왔으면 좋겠다. 철원평화문화광장을 보고 타산지석 삼아 무분별한 개발을 지양할지, 아니면 설상가상으로 막개발을 가속할지 갈림길에 서 있다.


태그:#철원평화문화광장, #접경지역발전종합계획, #생태지평, #DMZ, #민통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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