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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엔느(공학도, 24세)와 오렐리앙(가구 제조업자, 24세)이 친구들과 함께 무료 쿠스쿠스를 즐기고 있다.
 에티엔느(공학도, 24세)와 오렐리앙(가구 제조업자, 24세)이 친구들과 함께 무료 쿠스쿠스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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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물가는 비싸기로 유명하다. 특히 레스토랑의 음식 가격이 비싸, 식당에서 밥 한 끼 사먹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파리에서 음료수를 한잔 시키면 음식이 공짜로 나오는 카페-바가 있다고 해서 가보았다.

[사례 1] 르 부이용 벨쥐 : 수요일 저녁에 음료수 시키면 쿠스쿠스 공짜

우선 이런 콘셉트를 처음으로 적용한 프렌치 케이-와(French K-Wa, 파리 동쪽의 20구에 위치)를 찾아갔다. 매주 수요일 저녁에 음료수를 한잔 시키면 아랍 대표 음식인 쿠스쿠스가 따라 나온다는 독특한 콘셉트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

기자가 접한 자료에 의하면 이 카페-바의 주인인 모앙이 친구들과 함께 수요일 저녁에 돌아가면서 자기네끼리 먹을 음식을 준비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음식 한 접시를 카페에 온 손님에게 무료로 나누어 준 것을 계기로 아예 수요일 저녁에는 모든 손님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연히 한잔하러 들른 손님들은 자기 앞에 배달되는 음식을 보고 '요즘 세상에 공짜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데도 있다'며 매우 기뻐했다고 한다.

기자는 수요일 저녁에 이 신기한 카페에 찾아가 보았다. 그런데 찾는 카페는 없고, 그 자리에는 르 부이용 벨쥐(Le Bouillon Belge, 벨기에 싸구려 식당이란 뜻)라는 새로운 간판이 걸려 있었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들어가서 알아보니, 올해 2월에 주인이 바뀌어 새로운 카페가 문을 열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전에 있던 카페처럼 르 부이용 벨쥐도 수요일에 쿠스쿠스를 계속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젊은이로 가득 찬 식당 안.
 젊은이로 가득 찬 식당 안.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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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크지 않은 카페 안 여기저기에 이미 젊은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구석에 자리를 잡은 기자는 주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20분 후에 나타난 주인 다니엘과 간단한 인터뷰를 해 다음과 같은 정보를 얻었다.

이전 카페처럼 쿠스쿠스를 계속 제공하고 있는 다니엘은 수요일 저녁에 보통 80~100인분의 음식을 준비한다. 저녁 8시 반부터 제공되는 음식을 먹으려면 적어도 1시간 전에는 미리 와야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손님들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다. 우연히 들렀다가 쿠스쿠스를 맛본 사람들이 다음 주에 다른 친구들을 데리고 와 카페에는 자연스럽게 손님이 넘쳐나고, 저절로 카페 홍보가 이뤄지기도 한다고 한다. 

이렇게 음식을 공짜로 주어도 이윤이 남느냐고 물었다. 남는다는 대답이 곧바로 되돌아왔다. 100인분의 쿠스쿠스를 준비할 때 재료비가 200유로 정도 되는데, 음식이 나가는 날은 평소보다 매상이 좋기 때문에 이윤이 더 많이 난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음료수를 1잔만 시키는 손님들이 수요일에는 보통 두세 잔을 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료 음식 제공 서비스는 손님 끌기의 일환인데, 공짜 음식이 오히려 매상을 올려준 것이다.

기자에게 배달된 쿠스쿠스.
 기자에게 배달된 쿠스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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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옆 테이블에서 공짜 쿠스쿠스 대신 햄버거를 주문한 젊은이들.
 기자의 옆 테이블에서 공짜 쿠스쿠스 대신 햄버거를 주문한 젊은이들.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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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을 인터뷰한 후 드디어 8시 반이 됐다. 그러자 쿠스쿠스 접시가 모든 식탁에 배달되기 시작했다. 포크와 나이프는 셀프서비스였다. 그런데 가끔은 수요일에도 돈을 내고 다른 음식을 주문하는 손님들도 있다고 한다. 마침 기자 옆자리에 앉은 네 청년 중 세 명이 다른 음식을 시켰다. 이유를 물었다. 이들은 '쿠스쿠스는 아랍 사람이 운영하는 아랍 식당에 가서 제대로 먹어야 맛이 나기 때문에 여기서는 다른 음식을 시켜 먹는다'고 답했다. 이렇게 돈을 내고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에게는 음식과 함께 포크와 나이프도 가져다주었다.

이날 기자는 3.5유로의 과일 맥주를 시킨 덕분에 공짜 쿠스쿠스를 먹을 수 있었다. 이런 쿠스쿠스는 다른 식당에서 보통 10~13유로 정도 한다. 한편 이 카페는 주말에 자체 콘서트를 주관하여 손님을 끌고 있다.

르 트리발 카페 테라스 전경.
 르 트리발 카페 테라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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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2] 르 트리발 : 일주일에 공짜 음식 4번

파리 동역과 북역 근처에 위치한 르 트리발(Le Tribal) 카페에서는 일주일에 공짜 음식이 4번 나온다. 수요일과 목요일 저녁에는 홍합과 감자튀김이,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에는 쿠스쿠스가 공짜로 나오는 환상적인 카페다. 이번에는 홍합과 감자튀김을 맛보기 위해 수요일 저녁에 이 카페를 찾았다.

파리 시내라기보다는 한적한 시골 같은 작은 거리에 위치한 카페의 테라스에서는 이미 많은 젊은이들이 맥주 한잔 시켜놓고 신나게 얘기 중이었다. 공짜라고 하면 걸인들이 많이 올 것 같지만, 이런 무료 음식 제공 카페의 단골은 주로 대학생이다.

알제리 출신의 아랍 형제가 운영하는 이 카페는 2001년부터 손님을 끌기 위해 무료 식사를 제공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하루만 무료 식사를 제공했지만 이제는 나흘로 늘어났다. 이 카페도 하루 저녁에 1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하는데, 재료비보다 인건비가 비싼 나라이고 음식 준비는 자신들이 직접 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그리 많이 들지는 않는다고 한다. 대신 매일같이 몰려드는 손님들로 인해 매상이 올랐다.

르 트리발 카페 주인 카림.
 르 트리발 카페 주인 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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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옆에 앉은 영국 학생 셋과 프랑스 학생 하나. 여학생은 이 집 감자튀김이 맛있기 때문에 멀어도 자주 온다며 올해만 벌써 열 번쯤 들렀다고 한다. 이 학생은 영국에는 이런 무료 음식 제공 카페가 없다며 아쉬워했다.
 기자 옆에 앉은 영국 학생 셋과 프랑스 학생 하나. 여학생은 이 집 감자튀김이 맛있기 때문에 멀어도 자주 온다며 올해만 벌써 열 번쯤 들렀다고 한다. 이 학생은 영국에는 이런 무료 음식 제공 카페가 없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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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3] 르 코르돈리 : 목요일과 토요일 저녁에 쿠스쿠스 무료

기자는 토요일 저녁에 르 코르돈리(La Cordonnerie) 카페를 찾아갔다. 이 카페는 목요일과 토요일 저녁에 쿠스쿠스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2주일에 걸쳐 부엌 공사를 새로 하고 있는 통에 기자가 갔을 때는 무료 음식 제공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 카페의 주인 하시드는 알제리의 카빌족 출신이다. 5년 전 하시드가 인수하기 전부터 이 카페에서는 쿠스쿠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하시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거리에서 기숙하는 SDF(노숙자)에게도 쿠스쿠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하시드 덕분에 10~15명의 SDF가 목요일과 토요일에 무료로 저녁을 해결하고 있다.

그런데 이 카페는 이웃 주민들의 고소로 벌써 5번이나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다. 고소 이유는 밤늦게까지 소음을 발생시킨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다른 곳에 비해 이 카페에서 특히 더 커다란 소음이 나는 것은 아니었다. 하시드는 아랍인들이 공짜로 음식을 주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일부가 경찰에 고소한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 카페는 9일, 2개월, 3개월 등의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는데, 기자가 찾아갔을 때도 3개월의 영업 정지 처분이 풀린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하시드는 돈이 별로 없는 가난한 단골 학생들을 위해 일주일에 두 번, 무료 음식을 계속 제공했다. 

파리에는 이 세 곳 외에도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는 카페가 일곱 군데 더 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이런 카페의 주인이 대부분 카빌족 출신이라는 것이다. 먹을 것이 없는 사람에게 음식을 공짜로 주는 것이 카빌족의 전통이라고 한다. 이들이 새로 정착한 프랑스에서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르 코르돈리 카페.
 르 코르돈리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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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파리, #카페, #공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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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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