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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서북능선 산행길에 만난 해당화꽃
 설악산 서북능선 산행길에 만난 해당화꽃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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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저녁 먹으며 여보! 나 낼 새벽(2011.6.22)에 산에 가요 했더니 울 도영 할망 잔소린지 아니면 그냥 여자들 배냇짓으로 해보는 소린지 아니 엊그제 두타산 (2011.6.19) 갔다 왔는데 또 무슨 산에 가느냐며 당신이 이팔청춘인 줄 알고 젊음 사람들 가는 산마다 다 따라다니려 하느냐고 한소릴 한다.

그 말에 의미는 한마디로 말해 이젠 제발 산 좀 그만 싸다니라는 뜻이 내포된 아내의 표현이 분명했다. 내 딴에는 아내에게 상의한 것인데 어영부영 한 방 먹고 나니 은근히 부화가 치밀어 아니 그럼 당신은 왜 어제도 밥 먹고 오늘 또 먹는겨? 하고 응수를 하니 울 도영할망 기가 막힌 지 콧방귀를 끼며 도시락은 싸는 거여요?하고 묻는다.

말하면 잔소리지 묻긴 뭘 물어? 당신 도시락 싸는 일이 신경 쓰이면 밤 11시쯤 미리 밥해서 싸놔요. 어차피 더운밥 싸가도 점심때 되면 찬밥 되니까 하며 현관문을 꽝 닫고 다시 야간 근무를 하려고 사업장에 나갔다. 새벽 2시 퇴근하여 보니 얌전하게 식탁 위에 도시락을 싸 놓고 손자 아이 도영이 방에서 꿈나라 여행 중이다.

▲ 설악산 서북능선 이어가기 설악산 서북능선 이어가기 (한계령=귀때기청봉, 대승폭포, 장수공원 산행중 보고 만난 설악산 자연 비경을 동영상에 담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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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렇지 미우나 고우나 이래 봐도 내가 마지막 서방님인데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셈치고 그래 싸주자 싸줘 하고 구시렁거리며 싸놓은 도시락이 한편으론 고맙고 또 한편으론 영락없이 울 밑에선 비 맞은 봉선화처럼 그렇게 처량한지…. 이걸 가지고 가 말아? 궁리를 하다 그래도 안 가지고 가면 결국 나만 손해지 하며 마음을 고쳐먹고 서너 시간 토끼잠을 자 둔다.

그리고 새벽 5시 일어나 서둘러 걸망을 챙겨 메고 일행들과 약속한 사당역 10번 출구에 도착하니 부슬부슬 가랑비가 내리고 있다.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모처럼 벼르고 별러 "설악산 서북능선" 산행을 떠나는데 비가 올 게 뭐람, 어쩔 수 없지…. 내 복 있으면 설악산 하늘 문이 열릴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온종일 판초 우의 걸쳐입고 설악산 서북능선 개고생 산행하는 거지라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

사당에서 29명의 일행을 실은 차가 오전 7시 40분 출발하여 잠시 평창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한계령에 도착하니 10시 20분이다. 하차하여 잠시 일행들과 단체 사진을 찍고 10시 30분부터 설악산 서북능선 이어가기(귀때기 청, 대승령, 장수대) 구간 산행이 시작됐다. 기상청 예보에 의하면 설악산 일대는 분명히 오후 4시 이후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오전부터 부슬부슬 이슬비가 내린다.

그러다 보니 회나무 대장께서 서북능선 산행이 험한 너덜겅 코스가 많아 오늘처럼 시야가 흐린 날은 예정한 대로 7-8시간 사이에 계획된 산행을 완주하기 어려울 것 같아 "A조 = 귀때기 청, 대승령, 종주팀 B조 = 편안하게 귀때기 청 올랐다 한계령으로 돌아오는 팀으로 구분하여 산행이 시작됐다.

귀때기청 오름길에 이어지는 6-7개의 너덜겅길을 한국의 산하 김성중 운영자님과 일행들이 가고 있다.
 귀때기청 오름길에 이어지는 6-7개의 너덜겅길을 한국의 산하 김성중 운영자님과 일행들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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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때기청 지나 대승령구간 능선 코스를 지날때 짙은 안개속에 잠시 설악의 비경을 볼 수 있었다.
 귀때기청 지나 대승령구간 능선 코스를 지날때 짙은 안개속에 잠시 설악의 비경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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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처럼 "설악산 서북능선 이어가기" 산행에 동행하신 한국의 산하 김성중 운영자님과 함께 A조에 끼어 산행을 시작했다. 한계령 고개에서부터 만만치 않게 고가 사다리처럼 곧추세운 등산로가 얼마나 빡세던지 그야말로 엄마 젖먹던 시절 힘까지 동원해 비지땀을 흘리며 귀때기 청, 중청대피소 이정목 삼거리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들머리 초입부터 20m 전방이 안 보일 정도로 시계불량이다. 보니 귀때기 청 너널겅 구간 지나다 부상이라도 당하게 될까? 걱정이 태산 같다. 그런데다 부슬비는 내리지요. 세찬 바람은 불지요. 그야말로 사면초가 최악조건 산행이 이어지니 슬그머니 마음 한쪽에 내가 괜스레 고생문 산행을 하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된다.

그러다 보니 우스갯소리로 내 앞에 가는 여울과 양지 편님에게 우리 집 혈통이 대부분 고혈압인데 이상하게 난 혈압이 (100 - 65) 정도로 저혈압이라며 혹시 산행 중 나에게 문제 생기면 가족들에게 알리지 말고 두 사람이 알아서 수목장도 말고 그냥 편안하게 금 수장 치러 달라고 당부를 하니 두 사람 한목소리로 청파님 그렇게는 안되지요. 그래도 도영이 아빠에겐 연락해야죠 한다.

설악산 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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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그동안 내가 두 사람을 겪어서 부탁하는 일이니 두말 말고 도영이 아빠도 도영이 할망에게도 절대 연락하지 말고 그냥 내 부탁대로 해줘 하며 재차 부탁을 하니 두 사람 그건 곤란한데요. 하며 다리를 뺀다. 무정한 친구들 그래도 난 두 사람 만큼은 내 부탁 들어줄 것이라 생각하며 모처럼 부탁 한 일인데 거절을 하다니….

그렇게 허허실실 우스갯소리 하며 험하기로 소문난 너덜겅 지대를 몇 개나 지나니 허기가져 아늑한 장소에서 점심을 하려는데 빗발이 더 굵어진다. 그러다 보니 비에 쫓겨 밥이 콧구멍으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번갯불에 콩 볶듯 식사를 마치고, 한국의 산하 김성중 운영자님과 일행들보다 조금 먼저 귀때기 청을 향하여 오른다.

전해 오는 일설에 의하면 "귀때기청봉"은 원래 중청봉 옆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근처에서 제가 제일 높다고 큰소리치고 다니다가 중청봉한테 뒤에 대청 큰형님이 계시는데 건방지게 군다며 귀싸대기를 호되게 얻어맞고 밀려나가 지금의 위치에 자리를 잡게 되었고 그때 밀려나가며 바위가 사방으로 튀어 지금 "귀때기청봉" 구간 오름길을 뒤덮는 너덜(겅)이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다. 다른 일설은 한겨울 바람 불때 귀때기청봉에 오르면 추워서 귀때기가 떨어져 나간다 해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설악산 서북능선 산행길 내내 비가 오다 말다를 반복해서 기암절경 단애를 볼 수 없어 안타까웠는데 잠깐잠깐 안개가 거쳐 순간적으로 그나마 설악의 비경을 볼 수 있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설악산 서북능선 산행길 내내 비가 오다 말다를 반복해서 기암절경 단애를 볼 수 없어 안타까웠는데 잠깐잠깐 안개가 거쳐 순간적으로 그나마 설악의 비경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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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하늘이 열리며 안개가 거치자 한국의 산하 김성중 운영자님이 무성한 숲길속에서 모습을 보인다.
 잠시 하늘이 열리며 안개가 거치자 한국의 산하 김성중 운영자님이 무성한 숲길속에서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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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귀때기청 지나 1,408봉 지나고 나니 슬그머니 욕심이 생겨 네사람 선두 일행에게 우리 넷이 가능하면 시간 단축 산행을 해보자 제안하니 여울 왈 청파님 말년에 우리산내음 대장 진급하려고 기회 엿보시는 것 아니냐며 아마 쉽지 않을걸요 한다. 사실은 그런 의도가 전혀 아니었는데 여울님이 오해를 한다.

그런데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귀때기 청 - 대승령 구간 능선에 올라서자 줄곧 시야를 가리던 안개가 요술을 부리듯 순간적으로 벗어지며 멀리 공룡능선 용아장성 선경이 순간순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걱정은 어디쯤부터인가 한국의 산하 김성중 운영자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그래도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운영자님 산행 실력을 이미 잘 알고 있기에 아마 페이스 조정하시며 무난하게 뒤따라 오실 것으로 생각하며 대승령에 도착한다.

대승령에 도착해 일행과 기념사진을 찍고 대승령에서 장수대까지 2.7Km 구간은 어슷어슷 뒤뚱뒤뚱 돌계단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이 장수대까지 이어지는데 나는 혼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슬그머니 선두에 나서 원시림이라 해도 과언 아닐 정도로 살아있는 생명의 숲길을 지나며 대승령에서 장수대 분소까지 2.7Km 하산 구간을 50분 만에 내려와 설악산 장수 대분소를 통과한다.

순간적으로 안개가 거치고 기암절경이 한눈에 보인다.
 순간적으로 안개가 거치고 기암절경이 한눈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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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진 푸른 생명의 숲에 아름다운 자태를 뽑내며 핀 야생화
 우거진 푸른 생명의 숲에 아름다운 자태를 뽑내며 핀 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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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본 공단 직원이 선생님 수고 하셨습니다. 혹시 몇 시간 걸리셨어요? 하고 물어 7시간 채 못 걸렸는데요. 하니 이번에는 연세가 얼마냐 물어 6학년 8반이라 했더니 날씨 좋은 날빠른 사람이 7시간 늦으면 8 - 9시간 걸리는데 날씨도 안 좋은데 어르신이 그렇게 빨리 산행을 하셨다며 격려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공명심에 들떠 산행을 한것이 아니라 이제 낼 모래면 고희를 맞게 될 내 체력에 대해 한번쯤 테스트를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가 도착 후 약 1시간 정도 지나 후미 일행들이 속속 도착해 곧바로 귀경길에 들어 인제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부평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지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온종일 내 빈자리 사무실을 대신 지켜준 도영할마이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예상치 않아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선수를 친다.

아니 당신 왜 안 하던 짓을 해서 그 많은 사람들 앞에 사람 개망신을 시키는 거냐고 한소릴 하니 도영 할망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묻는다. 왜? 내가 무슨 실수 했느냐고? 그래 이번엔 한 옥타브 더 올려 앞으론 그따위 짓 하지 말아요 하고 주위를 주니 도영 할망 주눅이 들어 멍한 모습이다.

머나먼 설악산 서북능선 이어가기 대승령에 도착하여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사진을 남긴다고 도영이 할베 청파가 증명 사진을 남긴다.
 머나먼 설악산 서북능선 이어가기 대승령에 도착하여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사진을 남긴다고 도영이 할베 청파가 증명 사진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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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폭포 그런데 가믐탓으로 폭포에 물이 흐르지 않는다.
 대승폭포 그런데 가믐탓으로 폭포에 물이 흐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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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내에게 이 사람아 "도시락에 검정콩으로 하트" 모양 그림을 그렸으면 귀띔을 해줬어야 창피를 안 당하는것 아니냐며 멋 모르고 도시락 뚜껑 열었다. 난데없이 콩밥 하트모양을 발견한 일행들이 보고 청파님 아직도 두 분 그렇게 고소한 참기름 짤 정도로 금실이 좋으시냐며 청파님 오늘 돌아가시면 늦둥이 만드는 숙제만 남았다나 뭘했다나 하면서 놀려 대는데 내가 얼마나 민망스러웠는지 아느냐고? 정색을 하며 아내의 눈치를 살핀다.

그랬더니 울 도영할망 형광등이 되어 그때서야 감을 잡고 그런줄도 모르고 깜짝 놀랐다며 당신 늦게 왔다고 한소리 하려다 머리좋은 남편 술수에 속아 변죽만 올리다 말았다며, 내가 평생을 이렇게 이용만 당하고 산다나 뭘한다나 넉두리를 늘어 놓으며 자정이 다된 시간 그럼 난 가요. 수고해요. 하며 아내가 귀가를 한다. 여보 고마워요. 대신에 한눈 팔지 않고 산만 다닐께요.

설악산 서북능선 이어가기 산행 출발전 한계령에서 일행들이 함께 단체 사진을 쩍고 산행을 시작한다.
 설악산 서북능선 이어가기 산행 출발전 한계령에서 일행들이 함께 단체 사진을 쩍고 산행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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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시 : 2011년 6월 22일 (수요일)
◉ 산행코스 : 한계령 = 서북능선 삼거리 = 귀때기청봉 = 대승령 = 대승폭포 = 장수대분소
◉ 산행인원 : 29명
◉ 산행시간 : 6시간 57분 후미 8시간


태그:#설악산 , #한계령, #서북능선 , #귀때기청봉, #대승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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