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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가 등장하자 관중석에서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터져나왔습니다.
 소녀시대가 등장하자 관중석에서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터져나왔습니다.
ⓒ 박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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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TOWN 파리공연 열리기 전에 프랑스 유력일간지 르몽드와 르피가로가 K pop에 대해 대서특필했다는 소식을 한국 언론을 통해 들었습니다. 원 기사를 직접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좋은 소식인듯했습니다.

그런데 13일 공연이 끝난 뒤, 르몽드가 유럽의 한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졌다는 기사를 보고는 공연 리뷰처럼 기사를 작성한 줄 알았는데, 공연 전에 언론에서 이야기한 그 기사더라고요. 르몽드가 K pop을 비판했다는 한국 기사를 읽어보았습니다. (SM 파리공연은 한류 쾌거? <르몽드>는 아니네)

원 기사를 안 읽었기에 기사 하나를 보고는 발끈해서 르몽드지를  비난했습니다. 지난해 G20 때 한국관련 기사 나오고, 북한과 연관된 것 아니면 좀처럼 한국 소식 전하지 않는 르몽드입니다. 또한 르몽드 국제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 코너에는 북한 소식이 더 자주 올라옵니다. 그런 와중에 K pop을 꼬집었다니 잠시 격분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르몽드 기사를 역으로 비판할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읽어보니 있는 사실 그대로 보도한 기사였습니다. 기사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발끈한 자신이 좀 부끄러웠습니다.

르몽드 기사를 보자면, <한국 팝 파도가 유럽을 이겼다> 라는 제목으로, "아시아를 정복한 한류가 유럽시장을 공격했다"고 공연소식을 전하고 "남한 당국은 나라의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팔기 위한 지원으로 음악을 수출 상품화한다"고 했습니다.

틀린 이야기 아니지요. 그런데 문화라는 게 이런 것 아닙니까? 춤, 노래 및 다른 나라들 연예인들이 외국 가서 콘서트하면서 상품적인, 현실적인 부분 간과할 수 있을까요? 무료로 공연하지 않지요. 이것 또한 경쟁력 아닌지요.

분단되어 전쟁의 시련을 거치면서 더군다나 자원 마저 부족한 나라에서 세계를 향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은 길러서 수출해야지요. 그리고 아이돌의 혹사라고 더러 이야기하는데요. 물론 혹사겠지요. 그런데 오디션에 만 명이 왜 모일까요? 누릴 수 있는 게 있으니 그렇겠지요.

표를 구하지 못한 사촌이 소녀시대 효연에게 곰인형을 전해달라고 했다면 인형을 들어보인 프랑스 여성 아나이스.
 표를 구하지 못한 사촌이 소녀시대 효연에게 곰인형을 전해달라고 했다면 인형을 들어보인 프랑스 여성 아나이스.
ⓒ 박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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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SM엔터테이너먼트사를 소개했습니다. 다른 경쟁사들도 언급했고요. 그리고는 주로 SM 회장인 김영민씨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남한이라는 나라의 가수들이 다른 곳도 아닌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들이 와서 공연하는 제니뜨에서 그것도 추가공연까지 이끌어내었다는데 어떤 연유인지는 보도해야겠지요.

르몽드는 가수를 키우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김영민씨 입을 통해 소개했습니다. 몇 년 동안의 훈련 과정, 비용, 오디션 볼 때 마다 만 명이 모인다는 이야기, 그리고 성형수술까지 한다고 전했습니다. 있는 사실 그대로입니다. 샤이니를 예를 들어서 R&B스타일이라고 하며, 더 폭넓은 대중들에게 어필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유럽 내에서는 광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인터넷을 통해서 한류가 알려졌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한류팬들은 일본 대중문화를 접하다가 한류 쪽으로 온 것이라고요. 이 또한 사실입니다. 제가 자주 블로그 글에서 언급했던 부분입니다. 그리고 파리의 한류팬 클럽인 '코리안 커넥션'의 활약 등을 전했습니다. 기사 마지막 부분에 "남한 당국에게 K pop은 그동안 중국과 일본에 가려져있던 한국을 알리는 수단이 되었다. 그동안 경제가 자동차와 전자 제품 부분 수출에 크게 의지했던 한국이 이제는 문화로"라며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호의적인 기사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적대적인 기사도 아닙니다. 경제적인 관점에 맞추어 한류의 현실성을 파헤친 기사입니다. 틀린 부분 하나도 없습니다. 지극히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정확하고 냉철하게 쓴 글입니다. 하지만 비판적인 면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적어도 기사는 이래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쓴 글이었습니다.

지난해 G20 관련 한국기사에서도 사실에 바탕을 두고 명암을 함께 보도했습니다. 이번 기사도 똑같습니다. 무언가 몰아닥쳤을 때 동요하지 않고 차분하고 냉철하게 보고 판단하는 프랑스인들입니다. 있는 사실 그대로를 표정 하나 안 바꾸고 표현하는 프랑스인들이고요.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비판적이다, 아니다'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프랑스인들은 그렇습니다. 대화에는 완곡한 표현이 많지만, 있는 사실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적나라하게 표현합니다.

저는 이 기사가 좋습니다. 한류가 치장되어, 환상적인 게 아닌 현실적인 면으로 유럽인들에게 다가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소 까칠해 보이는 이 기사를 두고 어느 한 부분만 발췌해서 "비판적이고, 꼬집었다"고 보도하는 언론들이 있더라고요. 현재 메이저 언론에서 보도하는 유럽의 한류 붐을 잠식시키기 위한 것처럼요.

편파적인 보도로 국민의 신임을 잃은 언론들은 이번 유럽의 한류 열기를 보도하며, 늑대와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보고 느낀 것에 의하면, 한국 문화 불모지였던 프랑스에서 본 한류 열기는 대단했거든요. 저는 이번에 많이 놀랐습니다. 왠지 호불호, 그리고 극과 극만 존재하는것 같습니다.

세상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을 텐데요. 반대를 위한 반대가 가져올 수 있는 또 다른 병폐겠지요. 오늘 기사하나로 울그락 불그락거리며 르몽드를 비난하고 나서 정신 차리고 보니 언론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그래서 더욱  씁쓸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뷰에 송고했습니다.



태그:#케이팝, #LE MONDE, #K팝, #파리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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