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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두유두(How do you do)."
"나이스투밑유(Nice to meet you)."

"자~ 따라해 보세요. 아니죠... '나이스투미쳐!'가 아니고 '나이스트밑유."

한순간 교실 안은 웃음바다가 된다.

할머니 영어교실, 오늘은 외국인을 처음 만났을때 건네는 인사말을 배운다.
 할머니 영어교실, 오늘은 외국인을 처음 만났을때 건네는 인사말을 배운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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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산골마을 화천의 할머니들이 영어회화 공부 삼매경에 빠졌다
 조그만 산골마을 화천의 할머니들이 영어회화 공부 삼매경에 빠졌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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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이 나서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안내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지난 6월 8일 화천군 어르신들이 영어회화 공부를 한다는 소문을 따라 찾은 곳은 화천군 하리에 위치한 노인회관. 강의실 안은 20여 명의 할머니 수강생들이 영어회화 공부에 한창이다.

"처음에 할머니들이 영어회화 교육이 제대로 될까"라고 생각했는데, 20여 일 가까이 지도해 보니까, 젊은 사람들보다 열의가 대단해요. 그리고 발음 부분도 의외로 참 부드럽습니다."

강사를 맡으신 이광열 목사님(69세)의 설명이다.

▲ 할머니 영어회화 수업장면 선생님과 학생들의 즐거운 수업 분위기를 볼 수 있습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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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군 할머니 영어교실은 대한노인회 화천군지회 박동천 사무국장이 구상했다. 국내 최고의 겨울축제를 넘어 아시아 3대 축제로 자리매김한 산천어축제장을 찾는 관광객들이 매년 증가하고, 화천군이 4계절 체험 관광지를 표방하면서 매년 동남아 관광객들이 급증함에 따라 이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기본적인 안내를 할머니들이 나서서 해 보도록 하자는 것이 그의 기본 구상이다.

"외국에 나갔을 때 어느 나라에 가도 기본적인 영어는 통용 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인이 말을 걸어오면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요. 그래서 우리 어르신들부터 시작을 해서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자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구요. 또 어르신들께 오락위주로 지도를 하면 참여율이 높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인지 모집 초기인 지난 5월16일에 15명이 신청을 했는데, 20여 일이 경과한 6월8일 수강생이 20명이 넘어섰다.

"보통 개강을 할 때는 신청인원이 많았다가 시간이 경과될수록 인원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잖아요. 그런데 우리 할머니 영어교실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아마도 강사님의 독특한 교육방법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내가 배운 영어를 내 아들도 못 알아듣더라, 얼마나 통쾌하던지

이광열 강사(69세)는 미국 애틀란타 루터라이스에서 신학을 전공했다. 따라서 영어회화뿐만 아니라 외국의 문화까지 설명을 곁들여 할머니들이 수업에 몰두하게 만든다는 것도 노인 영어강좌가 인기리에 추진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우리가 영어를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자꾸 한국말에 영문법을 대입하려는 습관 때문인데, '나를 따라오세요'라는 말은 영어로 이렇다 라는 식으로 통째로 기억을 하게 하니까, 오히려 영문법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 분들이 쉽게 이해를 하더라는 것입니다. 또 어르신들이 구사할 문장구조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간단한 인사나 어버데얼(Over there), 오버히얼(Over here) 등 방향을 가리키는 말 정도와 그것도 안 되면 팔로우미 플리즈(follow me please)하면서 직접 안내를 하면 되는 것이구요."

이광열 목사님, 그의 강의 스타일은 독특하면서 재미있다.
 이광열 목사님, 그의 강의 스타일은 독특하면서 재미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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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들(어르신들) 연령대는 60대 중반부터 77세까지 참 다양하다.  그러나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배우겠다는 열의와 눈빛은 예사롭지 않다.

"내가 배운 영어를 집에서 써 먹었더니, 글쎄 이놈들이(아들과 며느리) 못 알아듣더라구. 지들이 글공부 좀 했다고 나를 무시한 걸 생각하면 얼마나 통쾌하던지. 하하..."
"뭐라고 하셨는데요?"
"밥 달라고 했지. 기브미밥(Give me 밥)."
"참 잘하셨는데요. 식사는 영어로 밀(meal)로 하시고 오늘은 그래서 아침, 점심, 저녁 식사에 해당하는 표현을 배워보겠습니다."

영어회화는 공부가 아니라 즐기는 것, 표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학생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영어회화는 공부가 아니라 즐기는 것, 표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학생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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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목사님의 강의는 철저하게 실생활과 관계된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이광열 목사는 또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군부대 교회를 찾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군 장병들의 행복한 병영생활을 위한 강연과 기도회를 주관한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할 수 있는 군 장병들에게 평안함과 믿음을 주기 위해서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편, 이제 할머니들이 해결한다

화천군 어르신 영어회화 교육은 매주 월요일~수요일 오후1시부터 3시까지 운영되며, 오는 9월까지 계획되어 있다. 당초 강원도청에 500만 원의 보조금을 신청했는데, 도내 최초라는 점에서 강원도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해 일단 200만원의 보조금을 책정했기 때문인데, 노인분들의 참여와 관심도를 감안해 추가로 요청할 계획이라는 것이 화천군 노인회 박동천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출석부, 할머니들의 영어회화 교육 참여 의지를 알 수 있다.
 출석부, 할머니들의 영어회화 교육 참여 의지를 알 수 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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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겨울 산천어축제장을 찾은 대만 관광객 수백 명이 화장실 이용을 위해 인근에 위치한 화천군청 1층에 줄을 서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들은 화장실이 1층에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인데, 옆을 지나다니는 어느 누구도 2층과 3층에도 화장실이 있다는 말을 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간단한 표현으로 해결될 것을, 이젠 그런 사소한 외국인들의 불편함도 할머니들에 의해 해결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태그:#화천군, #이광열 목사, #할머니 영어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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