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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출연 소식 이후 인터넷은 옥주현에 대한 거대한 성토의 장이 되었다.
 <나가수> 출연 소식 이후 인터넷은 옥주현에 대한 거대한 성토의 장이 되었다.
ⓒ MBC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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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수정 : 31일 오후 2시 10분 ]

'쌀집 아저씨' 김영희 PD는 김건모 재도전 논란 이후 누리꾼들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무엇보다 엄격해야 할 '룰'을 깬 대가는 상상이상이었다. 포털사이트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 그를 비난하는 내용의 글들이 속출했고, 결국 MBC에서는 그를 <우리들의 일밤 -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서 하차시켰다.

인터넷에서 각종 논란이 쏟아지자 MBC에서는 서둘러 봉합에 나섰다. 하차한 김영희 PD 대신 <놀러와>의 신정수 PD를 투입했고, 방송을 재정비하기 위해 한 달여간 휴식기를 갖기로 했으며, 그 마지막 방송에서 종전의 두 배에 가까운 150분을 편성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150분 편성된 <나가수>의 방영 이후 김영희 PD에 대한 논란과 비난의 여론은 사그라지고, 대신 그의 복귀를 희망하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방송이었다.

방송의 힘이란 이처럼 대단한 것이어서, 어떤 이를 향한 맹목적인 비난이 불과 한 주 사이에 그를 향한 찬사로 바뀌게끔 한다. 그리고 아마도 이것을 노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바로 어제(29일)의 방송이었다.

옥주현은 어제 방송된 <나가수>에서 "인터넷에서 '옥'자만 나와도 꺼버린다"라고 말할 정도로 지난 며칠 동안 인터넷 세상에서 논란의 대상이었다.

이 불똥은 그녀를 섭외한 신정수 PD에게도 옮겨갔다. 게다가 그가 라디오에 출연해 "기존 출연진을 갈아엎고 아이돌 가수로만 방송을 꾸릴 계획도 있다"는 식으로 말한 이후, 그에 대한 비난의 강도는 과거 김영희 PD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치달았다.

그래서였을까. 어제의 <나가수>는 이제껏 신정수 PD가 해왔던 방식과 사뭇 달랐다.

새 가수 순서 배정, 설명이 부족했다

새 가수 경연 순서에 대한 설명을 자막 한 줄로 대신한 <나가수> 제작진.
 새 가수 경연 순서에 대한 설명을 자막 한 줄로 대신한 <나가수> 제작진.
ⓒ MBC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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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가수들의 경합 순서가 갖는 의미는 대단히 크다. 가수의 매니저가 제비뽑기를 통해 순서를 정하고, 그에 따라 가수들이 기쁨에 환호하거나 불안함에 한숨 쉬는 것은 그만큼 경합 순서가 순위 선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앞에 설수록 시간이 지남에 따라, 뒤이은 가수의 무대가 주는 임팩트에 따라, 관객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기 쉽고, 그것이 곧 순위에 영향을 미치기에, 가수들은 대부분 4번 이후를 원한다.

그런데 어제 방송에선 새로 투입된 가수 2명에게 6번과 7번 순서가 배정됐다. 이전까지 7개의 공 중에서 무작위로 뽑아 순서를 정하던 방식이 바뀐 것이다. 기존의 가수들은 1번부터 5번 사이에서 공을 뽑아 순서를 정했고, 새로 투입된 옥주현과 JK김동욱은 6번과 7번 공을 놓고 순서를 정했다. 그 결과 JK김동욱이 6번, 옥주현이 7번이었다.

새로운 방식이 나왔는데 제작진은 시청자에게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시즌 2' 방송이 시작되던 첫날, 자문위원단과 함께 새 룰을 정한 내용을 방송에 내보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새로 투입된 김연우가 내내 하위권에 머물다 곧바로 탈락하고, BMK가 하위권을 랭크되는 모습을 보며 위기감을 느낀 제작진이 신입 가수를 위한 혜택을 마련할 수는 있다. 기존 가수들이 이미 <나가수>에 완전히 적응해버렸기 때문에 공정한 게임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을 알리는 방식이다.

그 방식이 좀 더 친절했더라면, 그래서 시청자를 위한다는 느낌을 줬더라면 그것이 신입 가수를, 아니 콕 집어 옥주현을 위한 혜택이 아니었냐는 누리꾼들의 비난은 면하지 않았을까.

편집 논란, 어떻게 설명할 건가

<나가수> 첫 방송에서 가수들은 자신의 노래를 불렀다. 김건모, 정엽, 백지영이 하차하고 임재범, BMK, 김연우가 투입된 첫 방송에서도 가수들은 자신의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그 무대에서 매겨지는 순위는 집계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 두 차례 무대를 통해 시청자는 <나가수>의 시스템을 공연, 1차 경합, 2차 경합 순으로 인식했다. 그런데 어제 공연에선 옥주현과 JK 김동욱이 새 멤버로 투입됐지만, 자신들의 노래를 부르는 대신 곧바로 경합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서도 제작진은 일언반구조차 없었다.결국 이는 새로운 논란을 야기했다. 일부 시청자들이 "옥주현이 자신을 대표할 만한 히트곡이 없으니 자기 노래 부르는 공연을 뺀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인터넷에서는 갑자기 <나가수> 조작설이 불거졌다. 가수들의 무대를 현장에서 지켜본 청중평가단의 반응이 중복 편집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중평가단은 <나가수> 멤버들의 노래를 들으며 노랫말을 따라 부르기도 하고, 환호를 지르기도 하며, 때때로 감동 받아 눈물 흘리기도 한다. 이러한 반응은 종종 그 가수의 무대가 얼마나 대단했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나가수>에서 각각 2번째, 7번째 무대에 오른 BMK와 옥주현의 청중 모습이 같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위는 장면은 BMK노래 당시 청중의 모습이며 아래는 옥주현 노래 당시 청중의 모습이다.
 <나가수>에서 각각 2번째, 7번째 무대에 오른 BMK와 옥주현의 청중 모습이 같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위는 장면은 BMK노래 당시 청중의 모습이며 아래는 옥주현 노래 당시 청중의 모습이다.
ⓒ MBC <나는 가수다>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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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바로 그 청중평가단의 반응이 중복 편집된 정황이 포착되었다. 어제 방송에서 BMK의 노래를 듣던 관객 중 일부가 동일한 표정과 자세로 옥주현의 노래를 듣고 있는 화면이 캡처되어 인터넷에 올라왔다.

예능 프로에서 객석의 반응을 짜깁기해 편집하는 일은 흔하다. 리액션, 특히 웃음소리에 민감한 예능 프로에서는 방송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또는 특정 장면을 살리기 위해 편집을 이용한다. 어찌 됐건 <나가수> 역시 '예능'인만큼 이러한 편집 방식에서 100% 자유롭다고 하긴 어렵다.

그러나 제목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나가수>는 예능인 동시에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그 어떤 리얼 버라이어티보다 리얼함을 담보해야 하는 만큼 편집에 있어서도 기존의 예능과는 그 궤를 조금은 달리해야 마땅하다. 앞서 말했듯 청중평가단의 반응은 곧 그 가수의 무대를 가늠하는 척도로 작용한다. 임재범의 무대에서 청중평가단이 눈물 흘리고 기립박수를 쳤던 것이 그의 무대의 대단함을 말해주는 하나의 증거로 작용했듯이 말이다.

결과적으로 어제 방송에서 옥주현은 1위를 거머쥐었다. 숱한 논란과 우려에도, 청중평가단을 감동시켜 1위를 차지한 옥주현. 예정대로라면 논란은 사그라지고, 우려는 찬사로 뒤바뀌고, 안티는 팬으로 돌아서야 했다. 그러나 논란은 증폭되고, 우려는 건재하며, 안티는 더욱 격렬해졌다.

한 줄 자막으로 대체된 새 가수 경연 방식 변화, 그리고 편집 논란까지…. 이 모든 상황을 자초한 것은 바로 제작진이다.


태그:#나는 가수다, #옥주현, #신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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