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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무한상사 야유회' 편은 MBC에 대한 조롱과 비판을 담고 있다. 내가 보기에 그렇다.

일단 '무한상사 야유회' 편을 방영한 시점이 예사롭지 않다. 요즘 야유회 가는 회사가 얼마나 될까. 별로 없다. 사내 단합용으로 야유회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 '쌍팔년도'에 유행하고 지금은 거의 소멸되다시피 한 야유회는 이제 추억에서나 존재할 뿐 효용성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 야유회 비슷한 행사를 개최하려는 곳이 있다. MBC다. MBC는 5월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북 무주 리조트에서 '무주 페스티벌'을 열 계획이었다. 창사 50주년 기념행사라나. 노조가 반발하면서 행사를 조정해 개최하기로 했지만 '문화방송 야유회'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무한도전이 '야유회' 편을 지금 방송한 이유?

5월2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화면캡쳐
▲ MBC '무한도전' 5월2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화면캡쳐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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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상사 야유회' 방영 시점(5월21일)을 주의 깊게 본 것도 이 때문이다. <무한도전>이  야유회를 주목한 배경이 뭘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갑자기 창사 50주년 '무주 페스티벌'이 생각났다. 노조 반발로 행사를 조정해 개최하기로 했지만 애초 5월23일 개최하려는 'MBC 야유회'를 풍자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을까. 물론 이건 내 생각이다. 난 그렇게 <무한도전>을 읽었다는 얘기다.

21일 '무한상사 야유회' 편을 자세히 보면 김태호 PD가 곳곳에 장치한 조롱과 풍자를 발견할 수 있다. 야유회는 지금 시점에서 대중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다. 80년대에나 유행했을 법한 아이템을 지금 TV에 등장시킨다고 호응을 얻을 순 없기 때문이다. 대중의 호응을 얻고자 했다면 무언가 창조적인 방식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창조적인 야유회'를 선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야유회를 철저히 과거의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건 김태호 PD의 의도적인 풍자로 풀이된다. 야유회 풍경을 '캠코더 화면'으로 내보낸 것 그리고 촌스러운 '캠코더 화면'에 자막도 '쌍팔년도식' 자막만 사용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지금 시점에서 야유회가 얼마나 촌스러운 건지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무한도전>의 야유회에 대한 이런 조롱이 단순히 과거 야유회에 대한 풍자만 담았을까. 아니다. <무한도전>은 이런 촌스런 행사가 될지도 모를 'MBC 창사 50주년 기념 행사'를 '촌스러운 화면과 자막'을 통해 철저히 조롱하고 있다. 일부 간부들이 '쌍팔년도식 예능 감각'으로 기획한 무주 페스티벌이 처참한 결말을 맞을 수도 있다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박명수가 "이거 방송에 나갈 수 있어?"를 계속 외친 이유

5월2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화면캡쳐
▲ 무한도전 5월2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화면캡쳐
ⓒ 민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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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가 간간히 내뱉은 불평불만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로그램 내내 박명수는 사원단합을 빙자한(?) 각종 게임을 하면서 "대체 이걸 왜 하는 거야" "이해를 못하겠네" "이거 방송 나갈 수 있어?"라는 불만을 제작진을 향해 계속 제기했다. 왜 그랬을까.

5월2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화면캡쳐
▲ 무한도전 5월2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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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무한상사 야유회' 편에 등장한 각종 게임들은 박명수가 우려한 것처럼 방송에 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재미가 없었다. <무한도전>은 오후에 진행한 각종 게임들을 간단히 편집하면서 거의 내보내지 않았는데 이때 등장한 자막이 압권이었다. 기억하는지. 이때 등장한 자막은 <이거 … 왜 하는 거지 …?>였다.

5월2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화면캡쳐
▲ 무한도전 5월2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화면캡쳐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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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무한상사 야유회' 편을 재미있게 만든 것은 '쌍팔년도식 야유회' 자체가 아니었다. <무한도전> 출연진의 예능 감각을 바탕으로 제작진이 그 야유회를 철저히 풍자와 조롱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재미가 있었다. 특히 원을 그린 상태에서 진행한 '아바타 놀이'는 김재철 사장과 간부들을 향한 김태호 PD의 직격탄이었다.

지난 4월28일 MBC노조가 발표한 성명서 중에 이런 부분이 나온다.

"요즘 MBC는 김재철 사장의 아바타 같은 존재들이 내리는 일방적 명령과 지시만 난무하고 …."

그리고 이런 부분도 나온다.

"1980년 전두환이 이끈 신군부 세력은 전국의 민주화 열기를 광주에서의 무참한 민간인 학살로 종식시키고 정통성 시비를 모면하고자 기상천외한 축제를 여의도에서 벌였다."

5월2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화면캡쳐
▲ 무한도전 5월2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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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김태호 PD는 "최승호PD·김영희PD·김미화 진행자가 간부진의 '일방통행'으로 각각 <PD수첩>, <나는 가수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 떠나야" 하는 상황에서 "잔치판이 가능한 일이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MBC 노조가 성명서를 통해 사측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면, 김태호 PD는 '무한도전 방식'으로 경영진에 '이건 좀 아니다'라고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MBC '무주 페스티벌'의 행사내용을 보면 그냥 웃음이

MBC가 준비하고 있는 '무주 페스티벌' 프로그램이 '무한상사 야유회' 편에서 철저히 조롱과 풍자의 대상이 된 것도 이런 생각을 뒷받침한다. MBC가 '무주 페스티벌'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은 윷놀이, 명랑운동회, '나는 가수다' 형식의 사원 장기자랑 등등.

5월2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화면캡쳐
▲ 무한도전 5월2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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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운동회는 이미 '쌍팔년도' 아니 그 이전에 유행하던 장르일 뿐이다. MBC <신입사원> 첫 방송 때 아나운서들을 동원해 부활을 꿈꾸긴 했지만 결과는 대중의 철저한 외면이었다. 명랑운동회에 대한 <무한도전>의 생각은 '무한상사 야유회' 편에서 <이거 … 왜 하는 거지 …?>라는 자막을 통해 이미 밝혀졌다.

'나는 가수다' 형식의 사원 장기자랑도 마찬가지. 노래 대결을 통한 사원들의 단합은 일부 간부들이나 좋아하는 방식이다. 요즘 젊은 세대 가운데 이걸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장담하건데 거의 없다. 박명수가 '촌스런 캠코더 화면'에서 "억지로 끌려왔어요 … 억지로 … 재미도 없고 …"라고 내뱉은 말은, 실은 '무주 페스티벌'에 반강제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MBC 직원들의 심정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월2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화면캡쳐
▲ 무한도전 5월2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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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무주 페스티벌' 행사와 관련해 "소속감도 강화하고 회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대외에 공언하고 있지만 그건 김재철 사장과 그의 '아바타 간부들'을 위한 행사로 전락될 가능성이 높다. 'PD수첩' 이우환·한학수 PD마저 보복성 징계를 받은 마당에 '무주 페스티벌'은 무산될 확률이 크지만, 만의 하나 MBC가 이를 다시 추진한다면 '무한상사 야유회' 수준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많다.

그러니까 21일 <무한도전> '무한상사 야유회' 편은 혹시나 진행될 지 모르는 'MBC 무주 페스티벌'의 예고편인 셈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곰도리의 수다닷컴'(http://pressgom.tistory.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무한도전, #야유회, #화합의 행사, #김재철,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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