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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창하는 피아프
▲ 연극 "피아프" 열창하는 피아프
ⓒ 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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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의 인생 중에 가수로서의 삶은 어떤 것일까. 팜 젬스(Pam Gems) 작, 신시컴퍼니의 연극 <피아프>는 프랑스의 전설적인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루고 있다. 2009년 토월극장에서의 공연을 올해는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중이다. 탄탄한 가창력과 연기력으로 한국 뮤지컬계의 중견배우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최정원이 전설의 피아프 역으로 열연하고 있다. 

연극은 피아프의 삶이 어린시절의 거리에서부터 47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화려하고 굴곡진 여가수로서의 삶으로 귀결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선술집 주인이던 루이 르플레에게 우연히 발탁되어 노래를 시작한 그녀의 삶은 또한 많은 남자와의 사랑과 결혼, 이별이 함께하였다. 두 번의 결혼과 한 번의 이혼, 그리고 연애. 피아프에게는 노래와 함께 남자 역시 삶의 이유이자 원동력이었다.

연극은 계속되어 그녀의 히트곡들과 함께 그녀 삶의 남자들이 등장한다. 2차 세계대전 중에 매니저인 루이 파리에를 만나게 된 그녀는 이후 그 유명한 배우이자 샹송가수 이브 몽땅을 만나게 되고, 곧 그녀가 평생을 두고 사랑하였던 연인 마르셀 세르당을 만나게 된다. 불꽃같은 사랑을 나눴지만, 마르셀은 피아프를 만나러 뉴욕으로 가던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한다. 그녀는 자신을 책망하며 평생을 괴로워하고 또 그리워한다. 그를 그리워하며 부른 노래가 바로 그 유명한 'Hymne a l'amour(사랑의 찬가, 1950)'이다.

운명적인 만남.
▲ 못잊을 연인인 권투선수 마르셀과 피아프 운명적인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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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관객은 실제 캬바레(오늘날의 퇴색한 의미와 달리 원래 캬바레는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선술집이다.) 안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2009년 토월극장의 넓은 공연장이 무대와 관객석 사이가 분리된 느낌을 주는 일반적인 공연이었다면, 이번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는 반원형태로 오밀조밀하게 한층한층 높아지는 관객석이 가운데의 무대를 둘러싸고 있어서 더욱 현장감과 생동감을 준다.

47세의 젊은 나이에 죽게 되지만, 수 명의 남자들과 연인이었고 아내였다. 마지막 연인인 그리스 출신의 이발사 테오 사라포는 26살 연하였다. 피아프는 그녀 삶의 남자들과 음악적으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사라포 이전의 남자였던 작곡가 샤를르에게는 말년에 쇠약해진 몸의 자신을 돌보는 그의 인생을 망치기 싫어서 그녀는 거짓으로 딴 남자가 생겼다며 단호하게 이별을 고한다.

극에서는 필요에 따라 시간순을 벗어나서 그녀의 남자들을 재배치하기도 하였다. 사실 이브몽탕은 그녀 삶의 초반기에 만났지만, 극에서는 후반부에 배치하여 이브 몽탕이 가수로 데뷔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젊은 시절의 이브 몽탕을 만나서 그와의 즐거운 연애시절 그녀가 직접 가사를 쓴 곡이 'La vie en rose(장미빛 인생)'이다.

평생을 두고 남자들과의 사랑과 이별, 삶의 중반 이후에는 약물중독, 교통사고, 요양원 생활 등으로 피폐해진 그녀지만 노래를 향한 열정과 그 무대에의 갈구는 끊임없었다. 매니저 루이 파리에에게 끝까지 무대를 마련해줄 것을 당부하는 모습이나 갈비뼈가 부러지고 서는 것조차 힘든데도 매니저인 루이가 의사에게 그녀는 한달후에는 노래를 해야한다며 치료를 강행하는 장면 등에서는 혀가 내둘러질 정도이다. '노래하게 해줘'를 부르다가  쓰러져서 매니저와 샤를르에게 재차 두 번, 세 번 실려나가는 그녀의 모습은 참으로 숙연하다.

최정원과 남자배우들의 노래
▲ 피아프와 그녀 삶의 남자들 최정원과 남자배우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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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프 삶의 남자들을 시간순으로 그려낸 이 연극에서 노래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뮤지컬이 아니면서도 다루는 내용 자체가 프랑스의 국민가수, 아니 20세기 문화사에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예술가 피아프를 다루므로, 노래는 연극에서 주요 요소이다. 그 때문에 최정원에 대한 캐스팅은 당연한 결과이다. 피아프의 어린시절부터 쇠약한 중년기까지를 아울러 연기하면서 노래까지 할 수 있는 이는 그녀밖에 없을 것이다. 피아프 인생의 전체를 녹여낸 듯한 그 끈적끈적한 목소리와 몽롱한 눈은 그녀의 노래를 보고 듣는 사람들을 매혹, 전율 그 이상의 것으로 끌어들였을 것이다. 때문에 배우 최정원의 연기와 노래 역시 우리 눈앞에 서있는 그녀가 바로 피아프일 수 있다는 몰입감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피아프의 삶에서 남자들의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수데뷔 이전부터의 친구 뜨완(이경미 역)과 세계대전 이후 만나게 된 독일 출신의 여배우 마리네(황현정 역)는 그녀 삶의 증인이자 평생의 친구이다. 우연히도 최정원, 이경미, 황현정 이 세 사람은 실제로 맘마미아에도 함께 출연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혹시나 하는 아쉬움은 전주를 듣고 마지막 노래 'Non, je ne regrette rien(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가 불어로 불려지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렇게 되면 한국어 연극에서 갑자기 피아프 시대의 프랑스로 무대가 완전히 옮겨지는 것이다. 극 전체적으로 이미 최정원으로 바뀌어버린 피아프의 노래들은 한국말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로 불려져도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마지막 장면에 그녀 삶을 함께 살아온 남자 여자 할 것없는 모든 동반자들이 등장하며 연극은 끝난다. 관객들은 짠한 기운을 느낀다.

마지막 장면 - 피아프 삶의 모든 출연진이 서 있다. 최정원은 열창하고 있다.
▲ 연극 "피아프" 마지막 장면 - 피아프 삶의 모든 출연진이 서 있다. 최정원은 열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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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연극 "피아프", #최정원, #에디트 피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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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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