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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대치하며 몸싸움을 벌이는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력과의 물리적 충돌과정에 빚어진 경찰 폭행의 책임까지 물을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정책국장인 P(41)씨 등은 지난 2006년 12월6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주최한 '제3차 범국민 총궐기대회'에 시위대 500여명과 함께 참가해 대치하던 의경들을 마구 때리거나, 시위대를 촬영하던 의경을 집단 구타하고 캠코더를 빼앗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장용범 판사는 2008년 6월 특수공무집행방해, 일반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P씨 등 2명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고,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최정열 부장판사)도 2008년 10월 P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한미FTA에 반대하면서 검거된 집회참가자의 석방을 요구하기 위해 도로를 점거하거나 경찰과 대치해 몸싸움을 하는 집회에 피고인들이 참여한 이상, 피고인들이 경찰관을 향해 직접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집회나 집단행동을 강행할 경우 이를 제지하려는 경찰병력과의 물리적 충돌 및 그에 따른 집단적 폭행 및 손괴행위가 뒤따를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서도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고자 하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그러한 폭력행위를 직접 실행한 자들과의 사이에 순차적 또는 암묵적인 의사의 연락도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들은 폭력을 행사한 다른 집회참가자들의 행위에 대해 공동정범의 죄책을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정책국장 P씨 등 2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각각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이날 명동성당 앞에서 개최된 촛불집회 도중 '집회참여자 일부가 검거됐으니 석방을 촉구하자'라는 방송을 듣고 그곳에서 200~300m 떨어진 대로변에서 연좌농성을 하고 있던 시위대 쪽으로 이동했는데, 그 무렵 경찰이 시위대를 검거하기 시작해 피고인들은 곧바로 체포된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록에 의하더라도 피고인들이 현장사진 촬영 중인 의경을 포위해 구타하고 캠코더를 빼앗은 것을 비롯해 공소사실과 같은 유형력을 직접 행사했다고 볼 증거가 없음은 물론 피고인이 다른 시위대원의 그러한 유형력 행사에 공모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더구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들이 시위대의 연좌농성 장소에 도착하기 전과 또한 체포된 이후에 이루어진 시위 참가자들의 경찰관 등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 행위에 대해 피고인들에게 공모공동정범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며 "그럼에도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단은 공동정범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낸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특수공무집행방해, #공모공동정범,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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