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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는 한때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던 GM를 뒤살렸고, 미국 자동차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볼트는 한때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던 GM를 뒤살렸고, 미국 자동차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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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Volt)를 탔다. 전기 자동차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 2007년에 선보였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자동차 미래'라고까지 붙였다. 4년의 세월이 흘렀고, 작년 11월부터 미국 주요 도시에서 팔리기 시작했다.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앞다퉈 전기차를 개발했지만, 대량 생산체제에 들어간 것은 볼트가 처음이다.

높은 기름값 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볼트를 산 미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소비자들 사이에 가솔린 연료 없이 얼마나 오랫동안 멀리 탈 수 있는지를 실험할 정도다.

자동차에선 친환경과 고연비는 이미 대세다. 세계적으로 가장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나라면서, 길거리에 기름을 펑펑(?) 써 온 미국에서 전기차의 첫 대중화는 어찌 보면 역설적이기도 하다. 물론 오바마 행정부의 전폭적인 세제 지원 등도 한몫했다.

지난 12일 인천 시내와 인천공항 등 주요 도로에서 직접 볼트를 느꼈다. 겉만 봐선 "나, 전기차"라고 보이지 않지만, 실제 운전을 해보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그동안 기자가 타본 시험용 전기차와 비교해도 그렇다.

한국GM은 지난달 미국 현지로부터 볼트 3대를 들여와, 내부적으로 시험 주행에 들어간 상태다. 아직 국내 시판 계획은 잡히지 않았다.
 한국GM은 지난달 미국 현지로부터 볼트 3대를 들여와, 내부적으로 시험 주행에 들어간 상태다. 아직 국내 시판 계획은 잡히지 않았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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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의 심장이다. GM이 개발한 별도의 전기구동시스템(사진 오른쪽 박스)이 들어가 있다. 배터리가 소진되더라도 자동차 안에 별도의 1.4리터 가솔린 엔진(왼쪽 박스)이 발전기를 가동시켜, 자체적으로 충전해 움직일수 있다.
 볼트의 심장이다. GM이 개발한 별도의 전기구동시스템(사진 오른쪽 박스)이 들어가 있다. 배터리가 소진되더라도 자동차 안에 별도의 1.4리터 가솔린 엔진(왼쪽 박스)이 발전기를 가동시켜, 자체적으로 충전해 움직일수 있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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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전기차 '볼트'를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장치

눈앞에 선 볼트의 첫 이미지는 그리 파격적이진 않다. 대신 날렵하고, 세련돼 보인다. 앞모습보다는 뒷모습이 더 인상적이다. 공기 저항과 전기 소모를 줄이기 위한 흔적들이 엿보인다. 외모만 따져서 '전기차'라고 알 수 있는 유일한 장치는 운전석 앞쪽에 위치한 전기 충전단자 정도다. 그 위로 '볼트(Volt)'라고 써 놓았다.

운전석에 앉았다. 계기판은 단순하다. 별도 속도표시도 없다. 하지만 현재의 상태를 직관적으로 잘 보여준다. 오디오와 에어컨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중앙 센터페시아도 마찬가지다. 깔끔한 인상이다. 내비게이션 기능이 있는 모니터 역시 보기 편하다. 모니터 아래 키판에 손가락을 갖다 대기만 하면 된다.

 볼트의 내부. 전체적인 내부스타일은 깔끔한 편이다. 시동은 파란색 버튼을 눌러서 작동됐고, 각종 오디오나 에어컨디션 등은 작동 역시 직관적으로 쉽게 접근할수 있도록 돼 있다.
 볼트의 내부. 전체적인 내부스타일은 깔끔한 편이다. 시동은 파란색 버튼을 눌러서 작동됐고, 각종 오디오나 에어컨디션 등은 작동 역시 직관적으로 쉽게 접근할수 있도록 돼 있다.
ⓒ 한국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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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시동 버튼을 눌렀다. 계기판에 전기 배터리의 충전상태가 나타난다. 배터리로 움직일 수 있는 거리가 54km로 돼 있다. 기름을 쓰지 않고, 순전히 전기로만 갈 수 있는 거리다. 물론 배출가스는 나오지 않는다. 회사쪽 자료에는 배터리가 완전 충전됐을 경우 최대 80km까지 전기모터로만 갈 수 있게 돼 있다.

시동을 걸었지만, 역시 소리가 없다. 가속페달을 천천히 밟았다. 기존 가솔린 차량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 역시 없다. 굳이 소리라고 하면, 마치 지하철의 전동차가 움직일 때 듣는 '슈~우~웅' 정도다. 정지할 때도 마찬가지다. 소리 없는 움직임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한국GM의 부평공장을 빠져나와, 도심을 거치는 동안의 속도는 시속 50km를 넘지 못했다. 초여름 날씨 덕에 에어컨까지 켰다. 기름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리터당 몇 킬로미터의 연비계산법은 의미가 없었다. 다만 별다른 충전 없이 얼마나 오랫동안 갈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볼트의 내부는 겉에서 보는 것보다 넓었다. 좌석의 시트감은 단단한 편이었다.
 볼트의 내부는 겉에서 보는 것보다 넓었다. 좌석의 시트감은 단단한 편이었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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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가 뭐기에... 하이브리드차와 어떻게 다르냐고?

인천공항 쪽으로 나가는 고속도로로 들어왔다. 볼트의 가속 능력을 느낄 기회였다. 가속페달을 좀 더 깊숙이 밟았다. 가솔린 자동차에선 느낄 수 있는 '치고 나가는' 운전 맛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회사 쪽에 공개한 볼트의 최고 속도는 시속 161km다.

주행모드는 3가지가 있었다. 노멀(normal, 일반주행), 스포츠(sports, 가속), 마운틴(mountain, 오르막길 등을 오를 때 사용) 등이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가속페달의 느낌이 좀 더 민감해졌다. 속도 역시 꾸준히 올랐다. 계기판에 시속 158km가 들어왔다. 전기 모터로 움직이기 때문에 기존 가솔린 엔진음은 들을 수 없다. 바람소리 등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대신 아스팔트 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소음이 약간 거슬렸다.

볼트의 계기판. 일반 계기판과 같은 속도계 등은 보이지 않는다. 왼편 기둥은 배터리의 충전 상태가 표시되면서, 얼마나 갈수있는지 거리가 표시된다. 오른편은 1.4리터급 휘발유로 진행할수 있는 상태표시.
 볼트의 계기판. 일반 계기판과 같은 속도계 등은 보이지 않는다. 왼편 기둥은 배터리의 충전 상태가 표시되면서, 얼마나 갈수있는지 거리가 표시된다. 오른편은 1.4리터급 휘발유로 진행할수 있는 상태표시.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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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께 인천대교를 지나 영종도에 들어섰다. 한국GM의 부평공장에서 출발한 후 1시간 정도 지났다. 거리는 30km를 약간 넘었다. 계기판에 남아 있는 배터리 양은 크게 줄었다. 배터리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거리가 15km 정도였다.

부평공장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배터리는 다 쓰게 된다. 이럴 경우 볼트에 들어 있는 1.4리터 소형 엔진 발전기가 작동하면서, 배터리를 충전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해서 최대 610km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쪽 이야기다. 

이같은 방식은 일본 자동차뿐 아니라 국내 현대기아차 등에서 앞다퉈 내놓는 하이브리드차와 전혀 다르다. 이들 하이브리드차는 일부 저속구간 등에서 전기모터가 움직일 뿐, 대부분 자동차 주행은 휘발유 엔진을 이용한다.

하지만 볼트에 들어 있는 엔진은 자동차 주행에 쓰이지 않고, 배터리 충전에만 사용된다. 또 일반 가정용 전기(국내선 220V)를 그대로 케이블에 연결해 충전할 수도 있다. 물론 볼트에도 휘발유를 넣는다.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엔진을 돌리기 위해서다.

만약 명절 귀경길, 꽉 막힌 고속도로 위의 볼트를 상상해보면

볼트는 일반 가정에서 220V 전원을 이용하면, 4시간만에 충전이 가능하다. 게다가 최대 주행거리가 610km에 이른다.
 볼트는 일반 가정에서 220V 전원을 이용하면, 4시간만에 충전이 가능하다. 게다가 최대 주행거리가 610km에 이른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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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께, 출발지였던 부평공장 안으로 돌아왔다. 차에서 내린 다음에도, 볼트 주변을 서성였다. 그리고 여러 가지 생각들이 오갔다. 한때 파산위기까지 내몰린 GM은 '볼트' 등 전기차를 중심으로 다시 과거 자동차 왕국의 재현을 꿈꾸고 있다.
물론 정부의 적극적인 세제지원 등도 뒷받침하고 있다. 이미 볼트를 구매한 미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석 달에 한 번꼴로 기름을 넣었다는 사람부터, 자신의 연비를 계산해 보니 1리터당 무려 230km라는 계산까지 내놓는 사람까지….

올해부터 미 전역에서 볼트 시판이 진행된다. 부러울 만하다. 그렇다고 볼트가 얼마나 대성공을 거둘지는 의견이 약간씩 갈린다. 게다가 국내 도로 상황 등을 감안하면, 어떨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미국의 경우 많은 가정들이 독립된 건물에, 별도의 차고를 가지고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자동차 충전이 쉬울 수도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한 주택이 밀집해 있는 구조다. 또 미국보다 대중교통도 발달돼 있다.

국내 자동차회사 기술연구소 관계자는 얼마 전에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볼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전기차로서 볼트가 앞선 기술을 통해 대중화에 나선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석이나 설날 명절에 몇 시간씩 고속도로 위에 볼트를 몰고 서 있다고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지방이 고향인 기자가 귀경길에 9시간씩 걸렸던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의 말은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의 기술을 높이고, 전기충전을 지금 주유소 기름 넣듯이 쉽게 할 수 있도록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장 전기차로 가는 것보다 중간단계인 하이브리드차가 아직 우리 현실에 맞다는 이야기도 한다. 새겨들을 만하다.

그럼에도 머지않아 '볼트'가 됐든, 뭐가 됐든, 전기차 역시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올 것이다. 문제는 우리다. 하이브리드는 이미 30년 전부터 일본이 기술과 시장을 선점해 왔다. 전기차는 미국이 앞서 가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함께 뛰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블루온'이란 전기차를 개발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청와대서 직접 운전하기도 했다. 'MB표 전기차'라는 이야기까지 붙었다. 기자도 당시 직접 운전을 해봤지만, '볼트'와는 기술 완성도 등에서 크게 부족했다. 국내에서 시험주행 중인 볼트는 모두 3대. 이들이 우리 도로 위를 다니면서, 던지는 메시지가 참 많다.

GM의 쉐보레 볼트의 뒷면.
 GM의 쉐보레 볼트의 뒷면.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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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쉐보레 볼트, #한국GM,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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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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