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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를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갤럭시S2가 출시하면서 이에 대한 장점들만 나열된 결과가 모두 하나같은 찬양일색. 공동구매 포스팅만 보여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에 손가락을 움직여 봅니다."

 

IT 파워 블로거 함아무개씨는 지난 2일 자신이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에 '갤럭시S2 몹쓸 단점 9가지'라는 글을 올렸다. 삼성전자 갤럭시S2 시제품을 구해 3주 동안 써본 함씨는 카메라 촬영시 멍 현상을 비롯해 해상도, 배터리, 그립감 등 9가지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지난달 말 갤럭시S2 출시 직후 제품의 우수성을 칭찬하는 언론 기사와 사용자 리뷰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이 글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찬반 논쟁까지 벌어지며 무려 1450개나 되는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이 논쟁은 오래가지 못했다. 네이버에서 지난 6일 삼성전자 쪽 요청으로 이 글을 '삭제 처리'(임시 게시중단)한 것이다.

 

하지만 글 삭제 사실이 누리꾼들 사이에 확산되고 일부 언론에까지 보도되자 이번엔 삼성전자가 역풍을 맞았다. 당장 자사 제품 단점을 지적한 글을 삭제해 불리한 여론 조성을 막으려 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 쪽은 "해당 리뷰폰이 출시 이전 테스트폰이어서 출시된 제품을 다시 써보고 소비자에게 잘못 전달된 부분을 정정해 달라고 네이버에 요청했다"면서 "'삭제 요청'이나 '명예훼손 신고'를 한 적은 없는데 네이버 쪽 방식대로 처리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삼성전자 홍보팀 관계자는 "칭찬이든 비판이든 전문가적 식견을 가지고 지적한 내용들은 회사에서도 발전적인 방향에서 제품 개선이나 차기 제품에 반영하고 있다"면서 "판매 조직과 블로그 마케팅 대행사(제일기획)에서 너무 민감하게 대응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게시 글의 명예훼손 등을 판단하지는 않으며, 단지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글 관련 당사자가 게재 중단 요청을 하면 받아들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파워블로거 '입소문 마케팅' 적극 활용... 불리하면 입막음?

       

삼성전자를 비롯한 IT기기 제조사에선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기에 앞서 전문 리뷰어나 얼리아답터들에게 미리 시제품을 써보게 하고 발견된 문제점들을 출시 제품에 반영하고 있다. 문제는 사전 테스트 참가자들의 평가가 내부용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들이 운영하는 사이트나 블로그에도 리뷰가 올라가 초기 사용자들에게도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 최근 '입소문 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파워 블로거들을 상대로 리뷰 제품을 제공하거나 다른 금전적 대가를 제공하고 리뷰를 올리도록 하는 상업적인 '블로거 마케팅'도 공공연하게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리뷰 상당수가 해당 제품에 우호적인 경우가 많아 객관성을 의심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제품 리뷰를 올릴 때 '제품 제공'이나 '기업 후원'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반면 해당 제조사나 통신사는 자신들과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진행한 제품 품평회나 리뷰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주관적인 평가라며 폄훼하거나 오히려 그 숨은 '의도'를 의심하기 일쑤다. 

 

이동통신 시장조사기관인 마케팅인사이트에선 갤럭시S2 출시 직후인 지난달 29일과 지난 6일 2차례에 걸쳐 얼리아답터 6명을 모아 집단 품평회를 열었다. 이곳에선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해당 제조사나 통신사에게 제품을 제공받지 않고 시중에 나온 제품을 직접 구입해 평가에 사용했다.

 

평가 결과 긍정과 부정이 골고루 섞였다. 제품 두께나 무게 등 외관과 속도 등 사용성은 전반적으로 개선됐으나 지나치게 민감한 터치 반응, 빠른 배터리 소모,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열 등 단점도 나왔다.(관련기사: 갤럭시S2 1주일 써보니 '단점' 보이네 )

 

하지만 삼성전자 쪽에선 이번 얼리아답터 집단 품평회 내용과 상관없이 그 순수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앞서 이곳에서 진행한 자사 제품 평가가 우호적이지 않다는 이유였다. 또 함씨가 리뷰한 테스트폰 역시 자사에서 제공한 게 아니라며 제품 확보 경위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함씨는 문제가 된 리뷰 말미에 "갤럭시S2의 단점들은 '나쁘다' 또는 '필요없다'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갤럭시S2의 특성은 물론 단점들을 극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좋은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글 삭제 전인 지난 4일 저녁 '블루오션'에서 진행한 갤럭시S2 등 듀얼코어 스마트폰 3종 비교 평가에선 "애플리케이션 활용도와 동영상 이용이 많은 분들은 갤럭시S2를 추천한다"고 오히려 추천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함씨가 지난 7일 자신의 일부 주관적 표현과 댓글 삭제에 사과하고, 삼성 쪽 요청을 받아들여 갤럭시S2 개발자들과 파워블로거 간담회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일단 사태는 일단락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파워블로그 글조차 쉽게 삭제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삼성이다. 결국 함씨 글에 비판적인 댓글조차 삭제되면서 누리꾼의 '자정 작용'까지 가로막는 '공적'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태그:#갤럭시S2,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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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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