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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출판사나 방송가에는 여행에 관한 콘텐츠가 봇물과 같이 쏟아지고 있다. 미니홈피나 블로그에는 더 많은 여행관련 콘텐츠가 네티즌들의 눈길을 잡아 두려 한다. 그만큼 여행에 대한 관심이 많음을 증명하는 단적인 상징이나 신호다. 그런데 이러한 여행은 즐김과 휴식이라는 여가 개념이 매우 강하다. 때론 우리는 무엇인가 의미 있는 여운, 메시지가 남는 여행을 바라기도 한다. 대개 기존 여행은 지나면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노는 여행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싫어지기도 하는데 돌아가면 공허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계속 이어지는 것은 원하지 않게 된다.

ⓒ 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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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도 있으면서 집으로 즐겁게 돌아가면서 여정의 의미를 더 되새기는 여행은 없을까. 박원순의 <올리버는 어떻게 세상을 요리할까>는 영국 여행기를 담은 책이지만, 대개의 여행기와는 다른 점이 많다. 아주 특별한 이들을 위한 특별한 여행기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유명관광지나 고건축물, 장소가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즐김과 여유의 여가가 담긴 여행과는 거리가 있다. 개인적인 감상이나 즐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좀 더 다른 차원의 흥미와 몰입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희망과 꿈을 얻을 수 있다. 여행지와 그 여행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저자는 기업을 여행한다. 그런데 세계적인 기업을 가지는 않았다. 그럼 도대체 어떤 기업을 방문한 것일까. 바로 작은 기업들이다. 단순히 작은 기업이 아니라 사회적인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이다. 다만, 여행에서 의미와 가치만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학술적인 탐방이다. 저자의 여행에는 삶의 절실함이 담겨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절실한 삶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단초들을 제공할 만한 여행기인 것이다.

사실 여기까지만이라도 관심 있게 읽는다면 절실한 고민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 절실함은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전 지구적인 화두이다.

그동안의 경제 패러다임을 장악했던 제너럴 모터스, 도요타라고 하는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몰락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실업과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정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청년실업이 수백만을 헤아리고 있다. 기대감이 높아지지만, 삶의 질적 향상은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

이제 대안을 기존의 경제 패러다임 밖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나 예전처럼, 목가적 전원으로 귀향해야 한다고 할 수만은 없다. 이제 일자리와 수익 그리고 자아실현, 공동체성의 행복을 같이 연결시킬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한다. 기업이 노동 관점에서 부정적으로만 여겨지던 시대를 넘어 그것을 행복을 위한 도구로 삼아 공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사회적 기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기업들이 출현하고 그보다 더 많은 기업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은 대기업에서는 대량생산과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데에서 기인한다. 그만큼 하이리스크일 수밖에 없고 부침이 심한 가운데 사람들의 삶이 지속가능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잘 된 일인지, 이러한 패러다임이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의 지점에서 정부는 시민의 욕구와 그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미 정부와 대기업이 크게 놓치고 있는 부분에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그 열정적인 현장을 저자가 직접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저자가 현장탐방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시민들과 그들의 작지만 큰 조직들은 단순히 생계적 과제를 넘어 좀 더 행복한 삶을 스스로 이루기 위해 자발적 조직화를 이루려는 인류애의 발현이다.

예컨대, 마이클 영이 설립한 영파운데이션은 도시계획, 빈곤, 교육 등에서 다양하고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실천했다. 그 실천은 조직을 만드는 것이고 그가 만든 60개의 조직은 영국사회에서 최초였고, 대부분 성공했다. 특히 정부가 강력한 것이 우려스럽다는 생각으로 민간영역에서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의 성공은 영국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낸 기폭제가 되었고 세계적인 큰 파급효과를 주었다.

업라이징 프로젝트는 새로운 세대의 공공리더들로 훈련하고 지원한다. 그들의 리더십 교육은 시민리더십이나 정치리더십을 넘어 기업가들 정신을 기질로 있도록 한다. 리더십의 지향과 목표는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이다. 주민들이 서로 잘 알고 협력하고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끼도록 한다.

그런데 이는 단순히 행복한 공동체 만들기와는 다르다. 사회적 기업이라고 해도 기업은 기업이다. 행복한 공동체 만들기에도 소득은 중요하다. 사회적 기업은 지역에 순환되어야 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책의 제목에 여행의 목적과 영국 사회 변화의 핵심이 담겨 있는데 바로 제이미 올리버다.

제이미 올리버는 영국의 사회적 기업의 상징이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으로도 등장하게 되었다. 그가 일구어낸 사회적 기업 사례는 모범적이고 전형적이다. 사실 2002년 채널4에서 '제이미스 키친'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처음 등장했다. 그는 15명의 빈곤층 청소년들을 요리사로 훈련시키고, 이 청년들을 견습요리사로 고용해 식당을 열었다. 피프틴이라는 레스토랑은 런던에서 가장 성공한 식당이 되었다. 보통 식당은 여기에서 나오는 수익을 개인이 가져가거나 체인점이라면 대기업 본사가 가져 갈 것이다. 하지만 레스토랑 피프틴은 재단을 만들었다. 식당의 수입은 재단으로 간다.

재단에서는 그 돈을 다른 데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식당을 지원하고 요리사 수습과정을 운영하기 위해 쓴다. 수습과정과 수료, 취업 순간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들은 18ㅡ24세 아이들 중학교에 다니지 않거나 일이 없는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수업에서 팀워크를 강조한다. 요리는 혼자 만드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리에 공동체성이라는 가치가 들어있다. 아울러 1년 동안 요리법이 아니라 음식과 문화를 배운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 다른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법을 학습한다. 그렇게 인문학을 요리에 접목시킨다. 음식에 관한 인식의 전환을 이루었다. 무엇보다 지역 공동체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강한 지역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레스토랑 피프틴은 일단 사회적 기업이다. 기존의 식당과는 다르기 때문에 대규모의 수익을 목표로 하지도 않고 내려 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기업들은 많은 직원들을 고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고용을 만들어 낼뿐만 아니라 인력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소외를 받는 이들을 사회에 진출시킨다. 그러한 인력들을 리더이면서 세분화된 요리전문가로 만들어내기 때문에 새로운 요리 콘텐츠와 사업영역을 만들어낸다. 이는 분명히 일정한 수익모델을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고용-교육 모델이다.

현실적으로 이렇게 사회적 가치와 수익모델을 가진 이들을 길러내는 학교와 교육 프로그램, 그들이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주는 기관이나 협회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흔히 사회적 기업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을 보면 하나의 사회적 기업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네트워크상의 조직과 기관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이른바 사회적 기업 생태계다. 이러한 사회적 기업을 둘러싼 생태계, 그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주체들을 저자가 하나하나 탐방하고, 그들을 소개하고 있으니 그 하나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그러한 조직에 있는 이들도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데 행복을 느끼는 것이 사회적 기업의 생태계이다. 영국의 사회책임 투자기관인 글로벌 핸더슨의 사회적 투자(SRI) 담당자 공혜원씨는 "세상의 좋은 변화를 만들고, 돈이 필요한 사람과 단체들을 조사하여 투자를 고려하는 자신의 일이 너무 즐겁다"라고 했다.

기존 주류 투자기관에서 이렇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영역이 어디에 있을까 싶기도 하다. 이렇듯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거나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 그곳에서 나오는 서비스의 수혜를 받는 사람만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을 지원하는 이들의 행복도 증가한다.

영국의 그들은 정부가 강력하게 개입하지 않아도, 대마불사의 대기업이 무너져도 견디게 이들은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려 한다. 그러한 사람들과 직접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관련 단체의 정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은 저자의 아주 특별한 여행이 주는 귀중한 자산이다. 절실한 화두에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 단비와도 같다. 이제 우리에게 소셜 디자인 리더와 기업가정신, 사회적 조직 네트워크 생태계가 무척 필요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교보문고 굿모닝 CEO에 실린 글입니다.



올리버는 어떻게 세상을 요리할까? - 소셜 디자이너 박원순의 영국 사회혁신 리포트

박원순 지음, 이매진(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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