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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네이도에 대해 보도한 MSNBC.
 토네이도에 대해 보도한 MS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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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도시가 구석구석 다 파괴됐다. 시의 인프라가 완전히 붕괴했다."

미국을 강타한 토네이도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앨라배마 주 터스컬루사 시의 월트 메독스 시장이 CNN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사람들이 살아남았는지 모르겠다. 0.5~1마일 넓이에 5~7마일 길이로 황폐화된 길이 생겼다. (…) 정말 놀라운 광경이다."

빈곤 지역으로 알려진 앨버타 시에 사는 한 주민은 <뉴욕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도시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렇게 많은 시신을 본 적이 없다. 아기들, 여성들... 시신이 너무나 많았다"고 울먹거렸다.

이 지역의 주민들은 옷장과 화장실 욕조, 또는 식당의 냉장고 속으로 아이들과 함께 가족사진을 들고 대피했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토네이도가 지나간 후 옷장 문을 열었을 때 뻥 뚫린 하늘과 바로 맞닥뜨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앨라배마의 한 트레일러 파크(집이 없는 사람들이 사는 모바일 홈을 모아둔 공원) 근처에서는 25구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이 지역의 경찰서장이 밝혔다. 그러나 도로가 완전히 무너진 탓에 구조 작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수요일(27일, 현지 시각) 미국의 '딕시 지역'(남부 지역)을 휩쓴 토네이도로 28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앨라배마에서만 198명의 사상자가 났다. 앨라배마의 터스컬루사에서 버밍햄으로 거대한 토네이도가 쓸고 올라갔고, 중북부에서 북부 지역에 이르기까지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앨라배마 병원 연합회에 따르면, 약 1700명이 지역의 병원에서 검사 및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메독스 시장은 24~48시간 정도 구조 작업을 더 진행한 후에야 재건을 위한 노력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지역의 긴급 구조 센터와 쓰레기 수거 차량 집합소가 토네이도로 직접적인 피해를 봤기 때문에 복구 작업이 원만히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3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터스컬루사에는 앨라배마 주립대학교가 위치해 있다. 이 대학은 다행히 이번에 큰 피해를 모면했지만, 이 학교 학생 두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대학은 다음 주로 예정된 기말고사를 치르지 않을 것이라 밝혔고, 5월 7일에 치르기로 했던 졸업식도 8월 6일로 연기한 상태다.

이 대학의 로버트 위트 총장은 안전한 곳으로 피할 수 없었던 약 70명의 학생이 학교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밤을 보냈다고 말했다.

현재 앨라배마와 미시시피, 그리고 테네시에서 약 100만 명의 주민들에게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있다. 앨라배마의 헌츠빌 서쪽에 위치한 브라운스 페리 원자력발전소의 송전 장치가 심각한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발전소 자체는 피해가 없으나 각 지역으로 전기를 나르는 수십 개의 전선주가 토네이도로 인해 넘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테네시 강 유역 개발 공사(Tennessee Valley Authority)의 스콧 브룩스 대변인은 "지금 상황에서는 전기를 보낼 방도가 없다"며 "(전기 공급을 재개하는 데) 수시간, 아니 수일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곳의 또 다른 대변인인 바바라 마토치는 CNN에 발전소 주변에서 어떠한 방사선도 감지되지 않았으며 발전소는 현재 안전하게 가동 중지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미국 원자력 규제 위원회는 현재 브라운스 페리 원자력발전소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 개 동으로 이뤄진 이 원자력발전소는 토네이도가 휩쓸던 수요일 밤 자동으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라고 원자력 규제 위원회는 전했다.

토네이도 피해 현황을 보도한 <뉴욕타임스>.
 토네이도 피해 현황을 보도한 <뉴욕타임스>.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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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토네이도는 그간 경험했던 것들과 달랐다"... 원전도 가동 중지

현재 재해 지역에서는 대대적인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다. 미 연방 긴급사태 관리청(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FEMA)을 비롯해 주 방위군, 경찰관, 소방대원들이 교회와 기타 민간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앨라배마에서는 이미 2000명 이상의 주 방위군이 재해 지역에 파견됐다. 

미국적십자사는 수요일에 총 9개 주에서 1680명 이상이 적십자사가 제공하는 대피소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적십자사는 또한 이런 일은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재앙 이후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미시시피 강 범람에 대비해 비상사태(state of emergency)를 선포했다. 앨라배마와 미시시피, 조지아 주도 비상사태를 이미 선포한 상태다. 또한 앨라배마와 미시시피, 아칸사 주 모두 주 방위군을 피해 지역에 급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목요일(28일, 현지 시각) 남부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며 "연방 정부는 이번에 피해를 본 사람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수요일 밤에 벤틀리 앨라배마 주지사의 요청에 따라 수색 작업 등을 돕기 위해 연방 정부 차원의 긴급 지원을 선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금요일(29일, 현지 시각) 오후 앨라배마를 방문한다.

앨라배마 이외에도 미시시피 주에서 33명, 테네시 주에서 34명, 조지아 주에서 15명이 목숨을 잃었다. 버지니아 주에서 8명, 아칸소와 켄터키 주에서도 각각 1명씩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피해 지역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구조작업이 진행될수록 인명 피해가 확인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기상청(National Weather Service) 내 폭풍 예측 센터의 전문가들은 수요일에만 137개의 토네이도가 보고됐고, 이 중 104개가 앨라배마와 미시시피에서 생성됐다고 밝혔다. 또한 4월에만 297개의 토네이도가 발생했으며, 이 수치는 36년 만에 최다라고 덧붙였다. 

기상 전문가들은 습기와 찬 기온 그리고 수직으로 상승하는 바람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 지역에서 1950년 이래 두 번째로 큰 토네이도 피해를 낳은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CNN의 숀 모리스 기상 전문 기자는 "지금이 토네이도 시즌이긴 하다. 그러나 이번처럼 극적인 상태의 토네이도는 1년에 한두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일이다. 이 모든 요인이 한꺼번에 작동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라고 전했다.

미국 국립 해양 대기청(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NOAA)의 수잔 캅 대변인은 "이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그 배경에 대해 정말 모르겠다"며 "이렇게 많은 토네이도가 그렇게 넓은 지역을 강타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앨라배마를 휩쓴 토네이도는 그간 경험했던 것들과는 달랐다고 미국 언론은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토네이도가 닥치면 도시 하나 또는 여러 지역 중 한 곳에서만 피해가 발생하기 마련이나, 이번에 앨라배마는 주 북쪽 지역의 절반 정도가 완파됐다. 또한 하나의 토네이도가 하나의 열을 따라 쓸고 지나간 형태가 아니라, 여러 개의 토네이도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주택과 건물을 친 후 다시 힘을 회복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 반복해서 다시 치는 형태로 나타났다.

수요일 점심 무렵 미시시피에서 온 여러 개의 토네이도가 앨라배마를 처음 타격한 후, 더 강력한 한 무리의 토네이도가 앨라배마의 북부 지역을 늦은 오후에서 이른 저녁까지 연달아 강타했다. 바로 이 짧은 시간 동안 주민 2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NOAA에 따르면 앨라배마만큼 토네이도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주는 없다. 1980년과 2009년 사이에, 이 주의 주민 165명이 토네이도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앨라배마는 일반적으로 미국 중부의 대평원 지역을 강타하는 '토네이도 길목(Tornado Alley)'에서 벗어나 있지만, 남부를 관통하는 '딕시 길목(Dixie Alley)'에 걸쳐 있다. '딕시 길목'에서 발생하는 토네이도는 더 맹렬해 피해가 더 심각하다고 한다.

또한 중부 대평원 지역보다 남부 지역에 인구가 더 밀집해 있고, 이곳의 토네이도 시즌은 예측하기가 더 까다로운 탓에 이곳 주민들은 토네이도에 잘 대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이 지역의 주택들은 미국의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덜 견고하다는 연구 보고서도 많아, 그 피해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토네이도는 1974년 4월 3~4일에 있었던 토네이도와 비교되고 있다. 당시 13개 주에서 148개의 토네이도가 보고됐으며 330명이 사망했다. 이번에 큰 피해가 발생한 앨라배마와 조지아, 테네시와 미시시피를 포함해 인디애나, 일리노이, 미시건, 켄터키 등이 당시 피해를 봤다.

토네이도에 대해 보도한 CNN.
 토네이도에 대해 보도한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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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토네이도, #앨라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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