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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강원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한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의 불법 선거운동에 '동계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동사모)' 회원 2명이 동원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강릉 경포동 B펜션을 임대하는 것과 컴퓨터 등 집기를 렌탈하는 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동사모는 지난 2월 전국을 돌아다니며 모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백만인 서명운동' 자료 20만부를 엄기영 후보에게 전달했으며, 이 자료의 유출이 이번 불법 선거운동에 활용됐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휴지통에서 '백만인 서명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또한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강릉의 모 사무기기 렌탈 업체 직원의 대화를 녹음한 동영상 파일에 따르면 콜센터로 운영된 강원도 강릉시 소재의 모 펜션에서 사용하던 복사기의 임대 시점은 한 달 전 쯤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현재까지 이들의 신원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지만 현재 연행된 29명의 현행범 가운데 피의자가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한 엄 후보 측이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인 행동"이라고 규정한 것도 사실이 아닌 것이 드러났다. 이날 사건의 현장에서 '현장수송대책문건'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각각 조를 짜서 누구는 누구 차에 탄다는 등의 책임자까지도 적시됐다는 것.

 

백원우 민주당 '강릉사건' 조사단장(국회 행정안전위 간사, 민주당 국회의원)은 22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강원도 광역수사대를 파견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라며 "다음주 월요일 민주당 의원총회가 강릉에서 열리는데 이 전까지 대강의 수사결과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번 강릉사건과 관련해 23일 오전 11시 강원도 춘천 최문순 후보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에게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을 정리해 알릴 생각이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불법 선거운동'과 관련해 3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사건을 정리했다.

 

[쟁점①] 동사모 회원들이 엄 후보 선거운동에 나선 까닭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의 전화 선거운동이 벌어진 강원 강릉시 경포동 B펜션에서 유급 선거운동원을 모집하고 운영하다 적발된 김아무개씨는 '동계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동사모)' 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강원도 평창군에서 스키장비 임대업을 하며 동사모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김씨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민간단체협의회의 서명운동을 진두지휘한 인물로 알려졌다.

 

펜션을 임대한 권아무개씨도 동사모 회원이다. 그는 한나라당 강원도 강릉지역위원회 청년위원장을 지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김승환 동사모 회장은 2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두 회원이 강릉사건에 개입됐다면 우리 단체의 명예를 훼손한 나쁜 사람들"이라며 "선거에 개입해 우리 단체를 더럽혔으니 이는 회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순수한 마음으로 모인 회원들을 오히려 욕되게 하는 게 아니냐고 씁쓸해 했다.

 

이어 김 회장은 "지난 2월 10일 '동계올림픽 유치 필승 결의대회' 때 만난 엄기영 후보가 IOC 실사(2월 14일) 때 서명자료를 제출한다고 해서 우리 회원들이 전국에서 서명받은 20만명의 서명자료를 몽땅 넘겼다"며 "오늘 뉴스를 보니 백만인 서명 자료가 엄 후보의 선거운동 자료로 활용됐다는 데 분개한다"고 말했다.

 

그가 엄 후보에게 직접 전달한 서명 자료에는 개인 전화번호와 이름, 생년월일 등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동사모, 지난 2월 엄기영에게 20만 서명자료 넘겨

 

또한 이번 사건 현장에서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백만인 서명운동' 펼침막도 발견됐다. 핵심적인 문제는 '백만인 서명운동' 자료가 모조리 불법 전화 선거운동에 활용됐다는 점이다. 일반 시민들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며 써낸 서명자료를 고스란히 엄 후보의 선거운동에 활용한 것이다. 경찰은 이날 불법 선거현장에서 무려 1톤 트럭 절반분량의 선거데이터베이스(DB) 등을 압수했다.

 

동사모 회원들은 어떻게 해서 엄 후보 측과 인연을 맺게 됐을까.

 

엄기영 후보는 한나라당의 강원지사 후보로 나서기 전까지 민간 차원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을 적극 펼쳤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지원 민간단체협의회' 창립대회에서 회장에 취임했다. 동사모는 사실상 이때부터 엄 후보와 관계를 맺고 활동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2월 11일자 <강원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행사에는 엄 후보를 비롯해 이재오 특임장관, 정병국 국회 문방위원장, 김진선 특임대사를 비롯해 산악인 엄홍길, 가수 김흥국, 동사모 회원 등 400여명이 함께 해 유치의지를 다졌다.

 

엄 후보는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이 점을 적극 알렸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고향 강원도가 겪고 있는 위기와 아픔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온 몸을 던져 해결하려고 한다"며 "그 첫 시작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 특히나 강원도민들이 얼마나 간절한 소망과 열정을 가지고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려는지 지난 45일 동안 뼈저리게 느꼈다"며 "터미널에서 시장에서 도로에서 만나는 도민들께서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강원도는 동계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변방이 아니라 중심으로 좌절이 아니라 희망과 도전으로, 정체가 아니라 개발과 발전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낡은 것들은 새로운 것들로 모두 바뀔 것이며 우리의 아들과 딸들에게 새롭게 바뀐 강원도를 물려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쟁점②] 경선 때부터 활용한 '전화홍보 콜센터'

 

강원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된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 측의 '불법 콜센터'가 당내 강원도지사 후보 경선 시작 시점부터 가동된 정황이 발견됐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강릉의 모 사무기기 렌탈 업체 직원의 대화를 녹음한 동영상 파일에 따르면 콜센터로 운영된 강원도 강릉시 소재의 모 펜션에서 사용하던 복사기의 임대 시점은 한 달 전 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동영상에 따르면 이 업체의 직원은 복사기 대여 시점을 묻는 질문에 "한 달 정도 된 것 같다"며 "컴퓨터는 우리 장비가 아니지만 복사기는 우리 것"이라고 말했다.

 

'한달 여 전'이라는 시점은 엄 후보가 본격적인 당내 경선 선거운동에 돌입했던 때와 겹친다. 엄 후보는 지난달 23일 당내 경선 기호로 '다'를 부여받았다. 이날 선관위 단속 현장에서는 "안녕하세요 기호 다번 엄기영 후보 자원봉사자입니다. 내일 투표 꼭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전화 홍보 멘트 문건도 발견됐다.

 

현장을 방문한 민주당 관계자는 "업체 측에서 임대 계약서와 비용 지불 영수증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며 "경찰 수사 과정에서 누가 복사기를 임대했고, 누가 비용을 지불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번에 적발된 콜센터가 당내 경선 과정에서도 가동됐다면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 행동"이라는 엄 후보 측의 해명은 설득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가 이날 압수한 물품 중에는 동해안권 전역의 선거권자 명단, 입당원서, 국민경선선거인단 신청서도 포함돼 있다.

 

선관위는 "동해안권 전역의 선거권자 명단, 입당원서, 국민경선선거인단 신청서 등이 있었고 이번 행위는 선거사무소 또는 후보자나 그 측근만이 알 수 있도록 은밀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행위"라며 경찰에 후보자나 선거사무장 등의 지시 또는 개입여부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또한 이번에 B펜션을 예약한 것으로 알려진 권아무개씨는 이날 사건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펜션과 컴퓨터 5대, 프린터 등을 한꺼번에 내가 빌렸다"면서 "내가 벌인 일이니 내 선에서 마무리짓겠다"고 말했다.

 

[쟁점③] 누구의 돈으로 운영된 조직인가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가 경선 때부터 이 조직을 활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 비용은 엄청나다. 엄 후보 '팬'이 자발적으로 비용을 내서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의 범위를 넘는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3월 23일 한나라당 강원지사 예비경선 때부터 '불법 콜센터' 비용을 추산해보았다.

 

선거관리위원회 조사결과 모두 32명의 전화홍보원이 30일간 동원됐다는 점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1인당 식비 5000원, 하루 일당 5만 원을 단순 상계했을 때 전체 금액은 4980만 원이 나온다. 무려 5000만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여기에 사무기기 임대료, 휴대폰 임대료, 1-2층으로 구성된 펜션 전체 임대료 등을 더한다면 금액은 더 늘어난다.

 

'과연 이 돈을 누가 내서 이 조직을 관리했을까'하는 점이 수사당국의 핵심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돈을 자원봉사자 개인이 냈을 리는 만무하다고 본다. 선관위도 마찬가지다. 강원선관위는 이날 경찰에 엄 후보측 관계자를 고발하면서 "상당한 금액이 소요되는 조직적 선거운동"이라며 "순수한 자원봉사자들의 행동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백원우 '강릉사건' 민주당 조사단장(국회 행정안전위 간사,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경찰의 수사방향이 매우 중요하다"며 "▲ 경선 때부터 불법 콜센터가 가동된 정황 ▲동사모 회원 등의 조직적 개입 ▲활동 자금의 출처 ▲모집책 등에게 돈이 전달됐는지 여부 등도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백 단장은 "이 펜션 방 6개의 하루 임대료가 50만 원으로 알려졌다"며 "전체를 단순하게 계산해도 약 1억 원의 비용이 쓰여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걸 자원봉사자의 비용으로 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태그:#엄기영, #4.27 재보선, #강원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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