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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뷰(OhmyView)>는 소비자 입장에서, 소비자의 눈높이로 제품을 꼼꼼히 따져봅니다. 대상은 따로 없습니다. 자동차든, 휴대폰이든, 금융상품이든... 가장 친소비자적인 시각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또 이 공간은 각 분야에 관심있는 전문블로거나 시민기자 등 누구에게도 열려있습니다. - 편집자말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CT200h는 자동차의 뒷 좌석과 트렁크의 구분이 없는 헤치백 스타일이다. 앞 모습은 제법 날카롭다. 운전석 양 옆의 사이드 미러는 뒤 따르는 차들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타이어도 제법 크고, 옆모습도 단단해 보인다.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CT200h는 자동차의 뒷 좌석과 트렁크의 구분이 없는 헤치백 스타일이다. 앞 모습은 제법 날카롭다. 운전석 양 옆의 사이드 미러는 뒤 따르는 차들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타이어도 제법 크고, 옆모습도 단단해 보인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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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우~웅'

신기했다. 자동차에서도 이런 소리가 나온 걸 보고. 마치 지하철 전동차 출발할 때 소리와 비슷하다. 엔진소리 역시 없다. 그래도 차는 움직였다. 묘했다. 토요타자동차가 올 2월에 내놓은 하이브리드 시티200에이치(CT200h)의 첫 운전은 이랬다.

'친환경'은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미 대세다. 이미 세계 유명 자동차브랜드들도 너나 할 것없이 하이브리드 자동차니, 전기 자동차니 등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들 자동차의 판매도 꾸준히 늘고 있다. 물론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세계 많은 나라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 환경 규제가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친환경 자동차가 향후 자동차 시장과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이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선 일본 토요타 자동차가 사실상 독보적이다. 이미 35년 전인 1977년 동경모터쇼에 첫차를 선보였다. 모두 갸우뚱했다. 1997년엔 실제 양산가능한 승용차 프리우스를 내놨다. 물론 세계 최초였다. 토요타는 이미 16개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갖고 있다. 올 2월까지 전세계적으로 300만대를 팔 정도로, 이 분야에서 강하다.

신기함과 당혹스러움, 그리고 어색함

그런 토요타가 최근 또 하나의 하이브리드를 내놨다. 토요타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를 달았다. CT200h는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기자 역시 몇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타보긴 했다. 그때마다 새로운 시도와 기술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막상 도로 위에선 '달리는' 자동차로서의 뭔가 아쉬움을 떨치기 어려웠다.

결론적으로, 이번 CT200h는 하이브리드에 대한 편견을 상당히 깨버릴 만했다. 그래서 더 당혹스럽다. 1리터의 휘발유로 무려 25.4킬로미터를 갈 수 있다는 연비도 그렇고, 사상최저치인 이산화탄소 배출량, 시속 200킬로미터까지 뽑아내는 주행성능까지.

지난 14일부터 이틀동안 CT200h를 곰곰이 따져봤다. 서울시내 일반 도로 주행부터, 강변북로와 자유로 등지에서 타 봤다.

CT200h의 실내 모습. 전체적으로 운전자 중심의 편의장치가 눈에 띈다. 내비게이션의 위치나 크기도, 처음 경험해 본 '리모트 터치 컨트롤'(마우스 모양의 두툼한 패드) 까지. 운전대 옆 작게보이는 것이 기어 변속 레버다.
 CT200h의 실내 모습. 전체적으로 운전자 중심의 편의장치가 눈에 띈다. 내비게이션의 위치나 크기도, 처음 경험해 본 '리모트 터치 컨트롤'(마우스 모양의 두툼한 패드) 까지. 운전대 옆 작게보이는 것이 기어 변속 레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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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운전석에 앉았다. 당혹스러웠다. 당연히 있어야 할 곳에 있을 장치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상 운전석 옆 보기좋게 자리잡고 있던 기어는 잘 보이지 않았다. 그 자리엔 마우스 모양의 약간 두툼한 패드가 올라와 있었다. 기어는 그 위쪽 조그만 레버로 놓여있었다.

새로움은 호기심을 가져온다. 함께 약간의 두려움도 온다. 기자가 타고다니는 차의 기어 변속 때의 느꼈던 묵직함은 없었다. '정말 이게 변속이 됐을까'라고 느낄 정도다. 하지만 적응해야 했다. 그리곤 어느 순간 '참 가볍고 편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산서 광화문까지 휘발유 쓰지 않고 출근?

요즘 대세인 시동버튼은 비슷하다. 눌렀다. 소리가 없다. 계기판엔 영어로 'ready(준비)' 표시가 떠 있다. '혹시 시동이 안 걸렸나' 해서 다시 누르면 꺼지고 만다. 이 역시 익숙해져야 했다.

CT200h에는 전기모터와 가솔린엔진(왼쪽 위 은색커버)이 들어있다. 전기모터는 82마력짜리이고, 가솔린엔진은 1.8리터 직렬4기통이다. 전기모터 만으로도 자동차를 움직인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의 특징이다.
 CT200h에는 전기모터와 가솔린엔진(왼쪽 위 은색커버)이 들어있다. 전기모터는 82마력짜리이고, 가솔린엔진은 1.8리터 직렬4기통이다. 전기모터 만으로도 자동차를 움직인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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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CT200h에는 전기모터와 가솔린 엔진이 들어있다. 전기모터는 82마력짜리이고, 가솔린 엔진은 1.8리터 직렬4기통이다. 렉서스는 대개 뒷바퀴굴림 방식이지만, CT200h는 앞바퀴굴림방식을 택했다. 전기모터는 단지 가솔린 엔진의 보조 동력이 아니다. 전기모터만으로도 자동차를 움직인다. 토요타 하이브리드의 특징이다. 

천천히 가속페달을 밟았다. 전기모터로만 차가 움직인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도 출발 때와 비슷한 '슈~우~웅' 소리가 들린다. 그리곤 엔진은 정지 상태다. 배터리 충전 상태에서, 시속 60킬로미터까지 전기모터로만 달린다. 신기했다. 물론 좀더 속도를 올리면, 가솔린 엔진이 움직인다.

그만큼 휘발유를 덜 쓰게된다. 그렇다면, 1리터당 25.4킬로미터의 연비는 정말 가능할까. 기자는 일산 집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출퇴근을 한다. 거리로 따지면 약 26킬로미터. 회사쪽 주장대로라면 휘발유 1리터로 갈 수 있는 거리다. 아니, 기름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출근할 수도 있다. 급가속 등을 하지 않고, 시속 50킬로미터 이하로만 달리면 말이다.

실제 아침 출근시간에 직접 CT200h를 타봤다. 지난 15일 오전 8시께 일산 마두역을 떠나, 화정지구를 거쳐 수색로와 신촌로터리를 거쳐 광화문에 이르는 거리다. 시간은 대개 5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 목표는 1리터로 달리거나, 아예 기름 한방울 쓰지 않기다.

운전석 옆의 동그란 레버를 돌렸다. '에코' 모드다. 계기판은 파랑색으로 변했다. 이어 화면에는 전기모터로 움직이고 있다는 표시가 떴다. 이대로만 유지하면 된다. 속도는 30~40킬로미터. 어차피 속도를 더 낼 수도 없었다. 일산 신도시를 빠져나오면서 속도가 약간 붙었다. 60킬로미터를 약간 넘어서자, 금세 가솔린 엔진이 움직였다. 속도를 늦추면, 곧장 전기모터로 돌아왔다.

수색로부터 신촌로터리까지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속도는 30킬로미터 근처였다. 정지페달을 밟으면, 그 순간에 나오는 에너지가 배터리로 충전됐다. 토요타식 에너지 관리의 단면이다. 신촌로터리를 지나, 금화터널로 오르는 오르막길 역시 차들이 제 속도를 못내고 있었다. 광화문 도착 시각은 8시 55분. 휘발유를 거의 쓰지않고, 전기모터로만 출근한 셈이 됐다.

CT200h의 최대 강점은 연비. 25킬로미터가 넘는 연비로 절약되는 기름값은, 괜히 공짜돈이 생기는 기분이 들 정도다. 또 '친환경차'라는 명분도 있다.
 CT200h의 최대 강점은 연비. 25킬로미터가 넘는 연비로 절약되는 기름값은, 괜히 공짜돈이 생기는 기분이 들 정도다. 또 '친환경차'라는 명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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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갖춰야할 조건들

약간 의도적인 면도 없진 않았지만, 적어도 CT200h의 시내주행이나, 연비면에선 인정해줄 수밖에 없었다. 퇴근 길에는 강변북로와 자유로를 이용하는 구간을 탔다. '스포츠' 모드로 레버를 돌렸다. 계기판은 금세 붉은 바탕으로 변했다. 가속페달을 밟으니, 익숙한 엔진음이 들렸다. 스포츠 모드에선 가솔린 엔진으로만 작동한다.

일부 과속탐지기가 없는 구간에선 속도를 올려보기도 했다. 속도계의 바늘은 어느새 140킬로미터 이상으로 향했다. 그동안 쌓인 하이브리드의 편견을 깨기에 충분했다. 한마디로 '운전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

외부 디자인은 그동안 렉서스가 보여줬던 안정감에선 좀 탈피한 느낌이다. 앞 모습은 제법 날카롭다. 운전석 양 옆의 사이드 미러는 뒤따르는 차들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타이어도 제법 크고, 옆모습도 단단해 보인다. 상대적으로 뒷모습은 그리 인상적이진 않았다.

아쉬운 점도 있다. 어느정도 속도를 내면서 달릴 때, 뒤쪽에서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나중에 보니, 하이브리드 특성상 차 뒤쪽 아래에 놓인 배터리를 식히기 위해서 뒷좌석 옆에 송풍구가 있었다. 바람소리는 이쪽에서 흘러나왔다. 정숙성의 대명사라는 렉서스가 이 정도 소리를 왜 잡지 못했을까, 송풍구를 꼭 여기에만 놔야 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또 CT200h는 자동차의 뒷좌석과 트렁크의 구분이 없는 헤치백 스타일이다. 이 때문에 뒷좌석 공간이 아무래도 좁아 보인다. 전체 길이도 4320밀리미터로, 현대차의 엑센트보다 짧다. 실내 디자인은 최대한 운전자 입장에서 편하도록 설계돼 있다. 내비게이션 위치나 크기도, 처음 경험해 본 '리모트 터치 컨트롤'(앞서 말한 '마우스 모양의 두툼한 패드'다)까지. 변속 레버는 좀더 무게감이 있으면 하는 개인 바람도 있다.

렉서스 하이브리드 CT200h의 뒷모습. 앞모습과 달리 상대적으로 그리 인상적이진 않다.
 렉서스 하이브리드 CT200h의 뒷모습. 앞모습과 달리 상대적으로 그리 인상적이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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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탔던 차값은 4770만 원짜리다. 내비게이션이 빠지면 4190만 원이다. 솔직히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물론 국내 출시된 렉서스 자동차 가운데 가장 싸다. 렉서스급의 자동차를 고를 정도의 경제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CT200h는 부담이 적을 수도 있다.

게다가 25킬로미터가 넘는 연비로 절약되는 기름값은 괜히 공짜돈이 생기는 기분이다. 한달에 출퇴근용으로 20만 원 정도 기름값을 썼다면, 적어도 CT200h로 갈아 타면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또 '친환경차'라는 명분도 갖는다.

어느정도 경제력이 되고(이게 중요하다!), 나름 친환경적이고,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30~40대라면 이 차를 탈 만하다. 지난 2월 국내에 첫선을 보인 후, 3월말까지 362대가 팔렸다. 괜찮은 성적이다.

현대-기아차도 올 하반기부터 더 진일보한 하이브리드를 내놓겠다고 한다. 과거의 어설픈 하이브리드는 아닐 것 같긴하다. 그렇다고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친환경'에 대한 철학 때문이다.


태그:#토요타자동차, #하이브리이드, #CT200H, #친환경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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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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