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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18일 오후 11시 35분]

검찰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한만호 전 한신건영 사장으로부터 받은 9억 원 중 1억 원을 한 전 총리의 여동생에게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한 전 총리의 비서였던 김아무개씨가 이를 동생으로부터 돌려받아 수표 원본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공판이 진행된 18일 오후, 한 전 총리의 비서를 지낸 김아무개씨쪽 변호인은 "(김씨가) 한 전 총리의 여동생으로부터 돌려받은 1억 원을 4장의 수표 원본으로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그동안 "한만호 전 한신건영 사장으로부터 3억 원을 빌려 그 가운데 2억 원은 한 전 사장에게 돌려주고 나머지 1억 원은 한 전 총리의 여동생 전세자금으로 빌려줬다가 돌려받았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한 전 총리의 동생 한아무개씨도 "아파트 전세자금이 모자랐는데 우연한 기회에 김씨로부터 돈을 빌렸다"며 "두 차례에 걸쳐 수표로 돈을 되돌려주었다"고 진술했다.

"1억 원 수표 받고 두 차례에 걸쳐 5천만 원씩 돌려줘"

정치자금법 위반 협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 1월4일 오후 서울 서총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협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 1월4일 오후 서울 서총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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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무개씨가 이날 법정에서 증언한 바에 따르면, 한씨는 2009년 2월 김포를 떠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아파트로 이사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통장을 해약하지 않고 이사할 경우, 전세금이 5000만 원 정도 모자랐다. 그러던 중 한 전 총리의 지역구 활동을 돕고 있던 김아무개씨가 "1억 원이 있는데 잠시 빌려 주겠다"고 해서 전세금문제를 해결했다. 김씨와 한씨는 2007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그런데 문제는 김씨가 가지고 있는 돈이 1억 원짜리 수표였다는 점이다. 이 수표는 한신건영의 한 계열사가 경기도 일산에서 발행한 것이었다. 5000만 원만 필요했던 한씨는 1억 원 수표를 받은 날 바로 수표(2장)로 5000만 원(3500만 원+1500만 원)을 김씨에게 주었다. 이후 같은 해 3월 다시 수표(2장)로 5000만 원(3000만 원+2000만 원 )을 돌려주었다.

한씨는 "여의도로 이사오기 전에 김씨의 집에 들른 적이 있는데 우연하게 이사 얘기를 하게 됐다"며 "내가 '전세금을 내려면 정기예금을 찾아야 하는데 날짜가 안 맞아 예금이자를 손해본다'고 하자 김씨가 '나한테 1억 원이 있는데 잠깐 빌려 쓰라'고 해서 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김씨도 "한만호 전 사장에게 빌린 3억 원 중 2억 원은 돌려주고 1억 원을 수표로 보관하고 있었는데 한 전 총리의 여동생에게 1억 원짜리 수표를 빌려주고 바로 5000만 원을 돌려받고 이후 추가로 5000만 원을 돌려받았다"고 주장해왔다. 

한씨는 "김씨에게 돈을 빌리려고 작정한 게 아니라 우연하게 빌리게 된 것"이라며 "며칠 잠깐 빌린 돈이라고 생각했고, 김씨도 차용증을 요구하지 않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이날 추궁한 1500만원의 출처와 관련해 "시댁과 둘째 언니에게 받은 돈, 제가 가지고 있던 돈을 합친 돈"이라고 설명했다. 1500만원은 검찰이 계좌추적을 통해서도 찾지 못한 돈으로 알려졌다.

한씨가 두 차례에 걸쳐 김씨에게 되돌려줬다는 1억 원(5000만 원+5000만 원)은 모두 수표 4장으로 구성돼 있고, 김씨쪽에서 이 수표 원본을 모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전 총리가 여동생에게 직접 돈을 건넸고, 이 돈의 일부를 개인적으로 썼을 것으로 판단한 검찰로서는 상당히 당혹스러운 대목이다. 

검찰 "형제자매 간 우애 돈독한데 왜 남에게 돈 빌리나?"

검찰은 "형제자매 간에 돈 거래를 많이 했고 우애도 아주 돈독한 것 같은데 김씨에게 돈을 빌린 것이 이해가 안 간다"며 "특히 손해보는 이자 금액이 '12만 원'밖에 안되는데 그걸 아끼려고 남한테 돈을 빌렸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씨가 '한명숙 9억 원 수수 의혹' 사건이 터진 직후 1억 원 수표의 사본을 발급받은 점과 관련, 검찰은 "한 전 총리가 시킨 것 아니냐"며 "수표 당사자끼리 해결하는 게 상식인데 왜 1년 동안 김씨와 통화를 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한씨는 "수표 사본을 받아본 것은 신문에 난 (언니와 관련된) 내용이 사실과 다르기를 바랐기 때문"이라며 "신문에는 언니가 나한테 돈을 줬다고 보도됐는데 그 수표를 확인하면 그런 의혹이 풀어질 것으로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한씨는 "당시 김씨와 통화하려고 노력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그런 식으로 연락하는 것이 또다른 오해를 살 수 있어서 더 연락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이상한 오해를 살 수 있어 몸을 움츠렸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은 한 전 총리의 가족, 동생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광범위한 계좌추적과 외환거래내역, 출입국기록 등을 제시하며 압박에 나섰지만, 한 전 총리가 문제의 1억 원을 여동생에게 건넸다는 사실을 입증하지는 못했다.

한씨는 자신이 한 전 총리의 아들에게 보낸 5000달러 등 다양한 외환거래 내역들을 공개하는 검찰에게 "지나치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태그:#한명숙, #한만호, #1억원 수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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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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