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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진 피해자 지원을 위한 모금과 관련하여 우려스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괴산군청은 모금액 450여 만원 전액을 450여명의 직원에게 환불하는 결정을 했고 금천구청은 모금액 1200만원 가운데 80%를 독도 지키기 성금 등 다른 목적에 쓰기로 했다고 한다.

 

속 좁은 잘못된 결정이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결정이다. 대재난을 당해 가족 잃고 재산 잃고 오갈 곳 없는 황망한 일본사람들을 돕고자 한 것이 모금의 목적이었다. 일본 위정자들이 교과서 왜곡이나 독도영유권 주장을 한다고 해서 그 목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피해를 입은 일본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재난을 극복하게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피해 입은 일본인들을 돕는 것과 교과서 왜곡이나 독도영유권 주장을 통해 부활을 꿈꾸는 군국주의 추구 세력을 응징하는 것은 전혀 별개다. 인도주의와 영토주권 또는 역사왜곡은 전혀 다른 문제다.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의 수렁에 빠진 일본 민중들을 돕는 행동을 통해 한일간 민중연대를 튼튼히 함으로써 군국주의 부활의 토대를 허무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일본에는 평화헌법을 지키려는 민중들과 평화헌법을 파괴하려는 군국주의 지향 세력이 대치하고 있다.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노리는 세력도 상당하지만 이들과 싸우면서 평화를 사랑하는 한국 민중과 연대하려는 사람들도 많다. 독도 영유권 주장을 그만 둘 것을 요구한 도이 류이치 같은 정치인을 보지 않았는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세계의 민중들이 자기 나라 정부가 남의 나라 침략하고 남의 나라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는 행동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겠는가! 

 

우리는 어려움에 처한 일본 민중들을 돕고 평화를 사랑하는 일본 민중들과 연대를 통해 한일 사이의 평화, 한반도 평화, 나아가 동아시아 평화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피해를 본 일본 사람들을 돕기 위해 모금된 돈을 되돌려 주거나 다른 목적에 쓰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우선은 민족 감정에 부합하는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매우 우려스런 행동이고 평화를 위한 한일간 민중연대를 해치는 일이다.   

 

물론 필자처럼 주장하는 사람이 다수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가정을 해보자. 우리가 일본 같은 지진피해가 있었고 피해 소식을 듣고 일본 여기저기서 모금을 했다고 치자. 그 모습을 보고 우리들, 특히 피해자들의 마음은 훈훈해졌을 것이다.

 

그런데 군국주의를 추구하는 한국정부 당국이 일본의 어떤 섬이 한국 거라고 말하고 과거 식민지 역사를 미화하는 교과서 내용을 추가했다고 치자. 이런 소식이 있자마자 일본의 지자체들이 모금액 전액을 환불하고 다른 목적으로 쓴다는 뉴스를 보았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당연하다고 느낄 것인가? 아니면 속좁은 일이라고 생각할 것인가?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고 생각하면서 서운해지 않을  것인가?

 

더 이상 괴산군청이 결정한 환불과정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국경을 넘어 인도주의가 퍼져나갈 수 있도록 하고 한-일 민중 간에 튼튼한 연대를 이루어 나가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서프라이즈, 페이스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괴산군청 모금, #모금액 환불 , #독도 영토주권 , #교과서 왜곡 ,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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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창우입니다. 특별히 내세울 게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뜨겁습니다. 옳은 일이랄까 상식이랄까 나름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고 때론 슬퍼하고 때론 즐거워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한 여인의 남편이고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노원구 상계동에서 30년 동안 살아오면서 가난 때문에 힘들고 지친 사람들의 모습을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 현실에 눈감지 않고 할 말을 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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