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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디버블링(debubbling, 거품붕괴)>를 펴낸 우석훈 2.1연구소장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88만 원 세대'인 20대는 부동산 신화를 받쳐줄 능력이 없다"며 "아파도 병원에 못 가는 '헬스 푸어'가 생기는 '보편적 빈곤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디버블링(debubbling, 거품붕괴)>를 펴낸 우석훈 2.1연구소장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88만 원 세대'인 20대는 부동산 신화를 받쳐줄 능력이 없다"며 "아파도 병원에 못 가는 '헬스 푸어'가 생기는 '보편적 빈곤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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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경제학자의 언어는 생소하다. 그리고 충격적이다. 우석훈 2.1연구소장(43)은 저출산 문제를 두고 "역병이 도는 수준과 비슷하다", "한국전쟁 때도 이 정도로 출산율이 낮지 않았다"고 했다. 현재 20~30대의 삶이 전쟁·역병 때만큼이나 팍팍하다는 것을 에두르지 않는다. "섹스 많이 하는 나라를 만들자"는 말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또한 많은 이들에게 생태경제학자의 시각은 불편하다. 우석훈 소장은 "'88만 원 세대'인 20대는 부동산 신화를 받쳐줄 능력이 없다"며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이들로 인해 "아파도 병원에 못 가는 '헬스 푸어'가 생기는 '보편적 빈곤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신화는 이미 거품 붕괴 단계로 진입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우석훈 소장이 펴낸 <디버블링(debubbling, 거품붕괴)>(개마고원 펴냄)의 탄생 과정은 험난했다. 2001년부터 준비했다는 이 책은 출판사 4곳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그 자신도 지난 1년간 책의 내용을 다시 쓴 것만 4번이다. 그는 "다른 책보다 10배나 많은 공력을 들였고, <88만원세대>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쓴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거품 붕괴 시대에 계속해서 경제 동물을 능가하는 '아파트 괴물'로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생태적 전환을 이룰지 말이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된 우석훈 소장 인터뷰는 이 불편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우석훈 소장과 마주 앉은 후,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부터 던졌다. "거품 붕괴가 시작됐느냐?"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IMF 사태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빠르면 올해 말 부산부터 공식적으로 거품붕괴 시작된다"

정부는 지난 22일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 일환으로 취득세율을 50% 감면하겠다고 발표한데 대해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한나라당이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나섰다. 사진은 광교신도시의 한 아파트 분양 현장.(자료사진)
 정부는 지난 22일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 일환으로 취득세율을 50% 감면하겠다고 발표한데 대해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한나라당이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나섰다. 사진은 광교신도시의 한 아파트 분양 현장.(자료사진)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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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부동산 부양책으로는 약간의 세금 인하 정도의 카드만 있는데, 큰 의미가 없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어차피 거품붕괴가 될 텐데, 이 정권 내에서만 터지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부채가 소득의 일정비율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제도) 무력화 등 대출을 늘리는 정책만 썼다"고 말했다.

- 정부는 지난 22일 800조 원의 가계부채 폭발력을 감안해야 한다며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다시 환원했다.
"이미 늦었다. 그전에 채무 다이어트 방식으로 부채를 줄여야 했다. 지난해 8·29 대책 때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완화한 것은 자기 무덤을 판 것이다. 부동산 신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사람들을 속이고 있지만, 집이 없는 20~30대는 집 살 능력이 없다. 이들의 신빈곤은 거품 붕괴를 이끄는 근본적인 요소다."

- 경제상황만 보면, 이명박 정부는 수출 잘 되고, 작년 경제성장률도 높았다고 한다.
"지난 10년간 수많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있었다. 특히, 지방정부가 막대한 토건 사업을 벌였다.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금융권에 충격이 오면서 총체적인 문제가 시작된다. 또한 이미 국민 소득에 문제가 생겼다. 경차가 소나타보다 많이 팔린 해는 1998년 IMF 사태 당시와 작년뿐이다.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

- '그날'은 무엇인가?
"진행 중인 거품붕괴를 격발시킬 요소를 꼽는다면, 각종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중앙·지방정부의 막대한 토건 사업이다. 지방정부가 돈을 지불하지 못하는 날이 온다는 것이다. 거품 붕괴가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날이다. 시기는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 정도로 생각된다. 각종 토건 사업을 벌인 부산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에게 지난해 말부터 부산에서는 높은 분양 열기 등으로 부동산 붐이 일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전했다. 우 소장은 쓴웃음을 짓더니 "저축은행 사태가 가장 먼저 터진 곳이 부산 아니었느냐?"고 되물었다.

"저탄소 녹생성장은 원자력 삽질성장... 보편적 빈곤 시대 온다"

인터뷰가 1시간을 넘어서자, 창밖 어두워진 대학로 거리엔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다. 우 소장은 담배를 꺼내 물고는 짙은 연기를 내뿜었다. 1989년 거품 붕괴 후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한 일본의 사례는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시나리오라는 그의 말에, 기자의 속은 답답해졌다.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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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을 확률은 얼마나 된다고 보나?"'0'이다. 2001년 대장성(한국으로 치면, 기획재정부) 해체와 이후 고이즈미 전 총리의 개혁이 있었다. 2009년 9월 정권을 잡은 민주당의 하토야마 당시 총리는 '시멘트에서 사람으로'를 선언했다. 하지만 우리를 어떤가?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 녹색 성장'을 가장한 '원자력 삽질 성장'을 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토건 경제가 동시에 진행되는 곳은 한국뿐이다."

- 이명박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토건 사업을 벌인다고 한다.
"2008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 사업 비중은 7.5%였다. 미국이 대공황 이후 '뉴딜 정책'을 집행하던 때에도 GDP의 5% 이상을 건설 사업에 투입한 적이 없다. '공사주의' 정책을 포기하고, 건설사업 비중을 GDP 5% 이하로 낮추지 않으면, 경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 정권이 바뀌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주요 정당에서 '탈토건'하겠다는 정치인이 있나. 손학규·유시민 대표 등 야권의 대권 주자들은 막대한 토건 사업인 새만금 간척사업이나 동계올림픽 유치를 찬성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각종 토건 사업을 벌였고, 정동영 후보는 2007년 대선 때 4대강 사업과 비슷한 '4대강 아쿠아 르네상스' 사업을 내놓지 않았나."

그는 한국 사회는 토건 경제의 부작용으로 인해 보편적 빈곤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현재 1단계 '워킹 푸어'에 이어 2단계 '하우스 푸어' 양산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3단계인 '크레딧 푸어'에 이어 2012년 말에는 4단계 '헬스 푸어'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2008년 통계를 보면, 제주도에 사는 젊은이 2/3가 저신용자로 원활한 은행거래를 못했다. 지방은 '크레딧 푸어'가 이미 많다. 앞으로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 가는 '헬스 푸어' 시대가 온다. 여기에 국민의 절대숫자가 줄 수 있다는 출산율 저하 문제로, 경제가 제대로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 국회 옆에 지으면 안전하다고 믿을 것"

우석훈 소장이 말하는 대안은 분명하다. 토건과 생태 중에서 생태의 손을 들어주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차 안 사고, 조그마한 집에 사는 지금의 20대는 이미 생태적"이라며 "40~50대들도 집값 떨어지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일본처럼 집값 떨어지는 게 상식으로 받아들여질 날이 올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국민경제의 생태적 대전환을 강조했다. 먼저 '일주일에 이틀 일하는 정규직'을 꼽았다. 현실성을 의심하는 기자에게 우 소장은 "쌍용차 사태처럼 다 잘라야 하는 게 맞느냐"며 "정부가 집값과 사교육비 부담을 낮춰주고 종신고용을 보장해주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고 밝혔다.

우 소장은 "막대한 건설비의 지하철보다는 공짜 버스가 오히려 현실성 있다"면서 "사교육 폐지와 대학등록금 인하는 20대의 빈곤화와 맞물려 어쩔 수 없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원자력 발전소 논란과 관련, 그는 "국회 옆에 짓는다면, 안전하다고 믿겠다"며 "지진대 위의 원전보다 한국과 같은 분쟁지역의 원전이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파트를 사기 위해 섹스를 잃어 버리고, 재생산이 정지된 사회는 경제의 기본 얼개가 잘못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경제 민주화와 자치를 통해 생태적 전환을 이뤄, 젊은이들이 결혼을 계획하고 자연스럽게 출산을 하는 때가 오면,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왔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태그:#우석훈, #디버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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