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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가 최근에 새로 내놓은 '더 프레스티지 K7'
 기아자동차가 최근에 새로 내놓은 '더 프레스티지 K7'
ⓒ 기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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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더… 더… 계속 밟으세요."

옆자리에 있던 전문 카레이서인 김아무개씨가 조용히 말을 건넨다. 약간 거친 듯한 엔진음이 들려왔다. 계기판의 속도 바늘은 거의 200이라는 숫자에 가 있다. 솔직히 약간 떨렸다. 하지만 그럴 겨를이 없었다.

이어 그가 다시 "자, 브레이크를… 깊숙이 꾸~욱 밟으세요"라는 말이 떨어지자, 곧장 90도로 꺾이는 듯한 급커브길이다. "두~둑~둑" 소리와 함께, 차는 멈칫거렸다. 하지만 큰 흔들림은 없다. 핸들을 돌려 다시 제자리를 잡고,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다.

언덕이다. 코스가 어떻게 이어질지 보이질 않는다(물론 사전에 한번 코스를 돌아보긴 했다). 급히 내려오자마자 다시 정지페달을 밟으면서, 핸들을 오른쪽으로 급히 돌렸다. 하지만 속도감을 이기지 못한 차는 당장에라도 코스 밖으로 튕겨 나갈 기세였다. 정지페달을 깊게 밟지 않았던 탓이다. 그대로 나가면, 콘크리트벽이다.

아슬아슬하게 코스를 따라 나왔다. 이런 회전구간이 18번이다. 지난 22일 오후 전남 영암의 코리아인터내셔널 서킷. 작년 10월 국내선 처음으로 F1(포뮬러 원) 경기가 열렸던 곳이다. 경기장 길이만 5.615km. 최고 시속 300km 이상 낼수 있는 직선 구간도 1.2km에 달한다. 세계 3대 스포츠 가운데 하나인 F1은 굳이 자동차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경기 장면만으로도 짜릿한 흥분을 전해준다.

K7 으로 F1 경기장에 오르다

게다가 다른 자동차 경기장도 아닌 F1 경기장 코스를 직접 타볼 기회는 흔치 않다. 기자도 물론 처음이었다. 이날 영암 서킷을 두 대의 서로 다른 차를 가지고 돌았다. 하나는 기아자동차가 최근에 새로 내놓은 준대형차 K7 GDi였다. 또 하나는 고급차 대명사로 꼽히는 일본 토요타 자동차의 렉서스 ES350이다.

물론 이번 행사는 기아차가 마련했다. F1 경기 코스에서 직접 K7과 수입차를 비교해 봐달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우리 이번에 렉서스 못지않게 좋은 차를 만들었으니, 한번 보라"는 자신감이다. 기아차는 예전 중형차인 K5를 내놨을 때도, 렉서스와 비교하는 시승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 나선 많은 기자들도 영암 서킷을 직접 돌아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기아차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되레 차에 대한 비교보다 영암 F1 코스에 대한 소감을 말하는 기자가 더 많을 정도였다.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차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다.

이날 기아차가 내놓은 K7의 경우 외관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부 실내 디자인도 일부 마감재를 좀 더 고급스럽게 바꾼 것 말고는 눈에 띄는 변화도 없다. 오히려 배기량은 줄어들었다. 기존 K7 최고 사양은 3.5리터급이었다. 이번에 내놓은 것은 이보다 0.5리터 적은 3.0리터의 GDi 엔진이 올라갔다. GDi 엔진은 요즘 거의 모든 현대기아차에 올라가는 직접분사방식의 엔진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엔진 배기량은 오히려 한 단계 내려간 것 같지만, GDi 엔진으로 기존 3.5리터와 거의 맞먹는 수준의 힘인 270마력(기존 290마력)과 함께 가속능력 등이 향상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정숙성을 높이기 위해 차음유리를 비롯해 각종 소음차단 장치를 대거 넣었다"고 덧붙였다.

그랜저와 같은 엔진을 바꿔 단 K7, 그의 본색을 잃다?

기아차가 최근에 새롭게 내놓은 K7.
 기아차가 최근에 새롭게 내놓은 K7.
ⓒ 기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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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회사 쪽에선 이번 K7에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손으로 잡아올리거나, 팔로 누르는 파킹브레이크가 없다는 것이다), 급제동경보시스템(ESS) 등 각종 편의장치도 추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 장치는 이미 신형 그랜저 때 나왔던 것들이다. 오히려 그랜저에 들어갔던 스마트크루즈컨트롤(ASCC) 등은 빠져 있다. ASCC는 자동차 스스로 앞서 달리는 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인식해, 굳이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도 일정하게 거리를 유지해 주는 장치다.

이 때문에 과연 시장에서 K7이 그랜저와 경쟁이 되겠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디자인 등은 그대로 놔두고, 엔진 등은 그랜저와 같은 것을 쓰면서, 오히려 예전 K7만의 장점을 잃어 버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다른 장점이 많으니까…"라며 얼버무린다. 여전히 뭔가 속 시원치가 않다.

오랫동안 자동차 전문잡지서 일해온 A 기자는 "엔진과 서스펜션 등이 그랜저와 같게 맞춰지면서 예전 K7의 운전 맛이 사라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치 겉만 다른 또 하나의 그랜저"라고 말할 정도였다.

물론 이날 F1 서킷에 오른 K7은 충분한 가속 성능과 제동 능력을 보였다. 기대 이상이었다. 반면 렉서스 ES350은 이런 서킷 환경에는 잘 맞지 않은 차 같았다. 가속감이나 승차감은 좋았지만, 오르막에서의 치고 올라가는 능력이나 급히 회전할 때 등에선 K7이 훨씬 안정적이었다.

F1 경기장서 웃은 K7... 시장에서도 웃을까

이날 렉서스와 비교 시승을 하긴 했지만, 당장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렉서스 ES350과 K7을 놓고 서로 저울질하지는 않을 것 같다. 기아차 생각대로,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좋은 성능의 차를 굳이 2000만 원씩이나 더 주고 살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다.

이번에 내놓은 K7의 값은 2.4리터 GDi는 2980만 원부터 시작한다. 기자가 탔던 3.0 GDi는 3870만 원짜리다. 취득세 등은 다 합하면, 4200만 원을 훌쩍 넘긴다. 렉서스 ES350은 대체로 5500만 원대다.

한국토요타 쪽에선 기아차의 비교 시승 등에 대해선 알고 있지만, 별다른 언급은 없다. 굳이 말하면, 경쟁차종으로 생각지 않는 눈치다. 실제 시장 분위기도 비슷하다. 한 수입차 딜러는 "렉서스 ES를 보시러 온 고객이 K7 등 국산차와 비교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K7의 경쟁은 그랜저와 한국GM의 알페온, 그리고 올 하반기에 나올 르노삼성차의 신형 SM7 등이다. 나름 치열한 시장이다. 이 속에서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소비자들은 냉정하다.

아, 그리고 한 마디만 더 하자. 영암 F1 경기장 입구에 다소 황당한(?) 안내표시문을 봤다. '구경 불가'라는 표시문이었다. 아니 무슨 국가 중요 시설물이나 보안지역도 아닌데, 웬 '구경불가'였을까. 영암 F1 서킷을 두고, 그동안 정치경제적 논란이 있었다. 국민세금도 들어갔다.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이면서도, 자동차 문화는 뒤떨어진 게 사실이다.

여전히 삭막한 영암 경기장 주변을 보면서, 굳이 '구경불가'라고 써 붙여놓지 않아도 일반 시민들이 얼마나 이곳을 찾을까 하는 생각뿐이다. 충분히 경기장을 개방해서, 더 적극적으로 시민들과 가까이 가는 노력을 해도 될까 말까 하는 판에…. 제발 그 표시판 만은 떼어줬으면 한다.

기아차가 새로 내놓은 K7이 전남 영암의 F1 경기장을 달리고 있는 모습.
 기아차가 새로 내놓은 K7이 전남 영암의 F1 경기장을 달리고 있는 모습.
ⓒ 기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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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K7, #렉서스, #영암 F1 서킷, #기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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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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