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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시 신기면 대이리동굴지대. 매표소 입구, 이곳의 지붕 역시 박쥐 모양을 하고 있다. 뒤로 살짝 보이는 산이 중턱에 대금굴과 환선굴을 품고 있는 덕항산.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동굴지대. 매표소 입구, 이곳의 지붕 역시 박쥐 모양을 하고 있다. 뒤로 살짝 보이는 산이 중턱에 대금굴과 환선굴을 품고 있는 덕항산.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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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마다 내거는 상징물이 각기 다르다. 그 중 인상적으로 보았던 상징물들이 몇 가지 있다. 영덕의 '대게', 거제도의 '몽돌', 삼척의 '박쥐' 같은 것들이다. 영덕의 대게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잘 알려져 굳이 설명을 보탤 필요가 없고, 거제도의 몽돌은 좀 생뚱맞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거제도를 여행하면서 충분히 수긍할 수 있게 됐다.

거제도는 해변의 태반이 몽돌밭이다. 해변에 몽돌밭이 끝을 알 수 없게 늘어서 있다. 어떻게 그런 해변들이 만들어졌는지 기이하다 싶을 정도였다. 그 후론 거제도 하면 자연스럽게 몽돌이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삼척은 그렇지 않다. 삼척은 해안이 아닌 내륙 쪽으로 여행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아, 오랫동안 박쥐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해안을 여행하다 보면, 삼척으로 들어서는 길 입구에 초대형 박쥐가 날개를 활짝 편 채 철제 아치 위에 올라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처음에 그 광경을 보고 나서는 단순히 삼척이 박쥐 서식지로 유명한 곳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지만 그 생각도 그때뿐, 시간이 지나면서 박쥐라는 상징성은 점점 희미해졌다.

대이리동굴지대 가는 길.
 대이리동굴지대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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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최근에 지도를 살피면서 삼척에 동굴 관련 여행지가 여러 곳이라는 걸 알게 됐다. 동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겐 별스럽지 않은 사실이겠지만, 도로 위에서 박쥐 조형물을 발견하고 나서도 그 물건이 왜 거기에 있어야 하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나로선 나름 무척이나 새로운 발견이었던 셈이다.

삼척에 한국을 대표하는 석회암 동굴이 여러 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자연히 삼척이 왜 박쥐를 지역의 상징물로 삼게 됐는지도 알게 됐다. 삼척시 신기면에 있는 대이리의 동굴지대에는 현재까지 10여 개의 동굴이 발견되었다. 그 중 대표적인 동굴이 관음굴, 대금굴, 환선굴이다. 이 동굴지대는 천연기념물 제178호로 지정되어 있다.

삼척에 가면 석회암 동굴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동굴탐험관 내부 모습. 석회암 동굴 모형.
 동굴탐험관 내부 모습. 석회암 동굴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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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탐험관 전시물 일부, '동굴 미이라' 모형.
 동굴탐험관 전시물 일부, '동굴 미이라'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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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은 동굴에 문외한인 사람들이 동굴을 여행하는 데 가장 적합한 지역으로 내세울 만하다. 가서 그냥 눈으로만 보고 오는 여행이 아니라, 가서 보고 듣고 직접 체험하는 동굴 여행지로서 삼척만큼 적합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다. 삼척에서의 동굴 여행은 삼척 시내 엑스포타운에 있는 '동굴탐험관'을 '탐험'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동굴을 탐험하는 일이 쉽지 않다. 더군다나 어린아이들이 동굴탐험을 체험하는 일은 더욱더 어려운 일이다. 위험하기도 하거니와 장소에 엄청난 제약이 따른다. 동굴탐험관은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고, 간접적이나마 동굴 탐험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동굴을 탐험하면서 동굴에 관한 기본 지식들을 익힐 수 있다. 동굴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식들을 습득할 수 있다.

이 지식들은 나중에 천연 동굴을 관람하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다. 이곳에서 익히고 알게 된 경험과 지식들이 앞으로 진짜 동굴 여행을 하는 데 꽤 많은 도움을 준다. 동굴탐험관을 방문할 때는 사람들이 드물게 찾아오는 계절과 시간을 택할 것을 권한다. 인적이 드문 동굴 안에 혼자 서 있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야 그나마 '탐험'이 좀 더 탐험에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굴탐험관은 체험전시관과 동굴탐사 체험공간으로 나뉜다. 체험전시관에서는 세계 7대 동굴을 부분적으로나마 서로 비교해서 살펴볼 수 있고, 동굴탐사 체험공간에서는 실제 석회동굴과 용암동굴을 탐사하는 듯한 느낌을 생동감 있게 체험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규모가 그리 큰 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정보가 너무 넘쳐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동굴신비관의 '신비한' 외관.
 동굴신비관의 '신비한'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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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동굴탐험이 끝나면, 그다음에는 동굴탐험관 남쪽 언덕에 자리 잡은 '동굴신비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동굴신비관은 멀리서 봐도 금방 눈에 들어온다. 외형이 꽤 독특하게 생겼다. 어떻게 보면 4단으로 쌓아놓은 생크림 케이크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실제는 종유석이 동굴 속 천장 아래로 흘러내린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아이맥스 영화 한 편을 관람한다. 동굴신비관에는 '국내 최초 제작 3D 영화관'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국내 최초라는 단어에 그만큼 '영화 상영 기술'이 오래되었다는 사실 또한 포함되어 있다. 실제 영화를 보다 보면 좀 조악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이 동굴신비관을 들러야 하는 데는 바로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장면'이 영화로 상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독특한 신비를 간직한 '관음굴'을 볼 수 있다. 이 동굴은 '우리나라 석회암 동굴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웅장한 경관'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가 나 있다. 경관에 학술적 가치마저 뛰어나, 발견 이후 지금까지 미공개 상태로 남아 있다. 관음굴 하나만이라도 자연 상태 그대로 보호하고 보전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현재 일반인들이 관음굴 내부를 구경하려면 오로지 동굴신비관에서 상영하는 아이맥스 영화를 보는 수밖에 없다. 아이맥스 영화는 동굴탐험가들이 관음굴을 탐사하는 과정을 통해 관음굴만이 간직하고 있는 신비한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숨겨진 보석을 보는 것 같은 감흥을 느낄 수 있다.

동굴신비관 역시, 동굴탐험관과 마찬가지로 동굴과 관련한 몇 가지 전시물들을 갖춰놓고 있다. 하지만 그 전시물들은 앞서 동굴탐험관을 거쳐 온 사람들에겐 그다지 눈여겨 볼만한 것이 없어 보인다. 영화는 평일 3회, 주말에는 5회씩 상영한다.

환선굴 입구까지 올라가는 모노레일. 멀리 승강장이 내려다 보인다.
 환선굴 입구까지 올라가는 모노레일. 멀리 승강장이 내려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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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멋 대금굴, 웅장하고 거대한 멋 환선굴

대금굴 모노레일 탑승장.
 대금굴 모노레일 탑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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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탐험관과 동굴신비관 관람을 마쳤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동굴 탐사에 나서도 좋다. 삼척에서 관광객들에게 개방이 된 동굴은 '환선굴'과 '대금굴' 등이다. 이 두 개의 동굴 모두 신기면 대이리에 자리 잡고 있다. 엑스포타운이 있는 삼척 시내에서 자동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다. 삼척시외버스터미널에서 환선굴까지 오가는 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대금굴과 환선굴은 한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같은 종류의 석회암 동굴이지만, 그 내부는 완전히 판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대금굴이 상대적으로 동굴 폭이 좁은 편이지만 구석구석 다채로운 멋을 보여주는 것에 반해, 환선굴은 광장을 연상할 만큼 넓고 웅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대신 조금 단순한 형태를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관광객들에겐 대금굴이 좀 더 인기가 많은 편이다. 대금굴은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관람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관람 시간이 정해져 있어 시간을 잘 맞춰 가야 한다.

환선굴, '도깨비방망이'이라는 이름이 붙은 거대종유석이 동굴 천장에 매달려 있다. 아래는 한반도 모양은 인위적으로 조성해 놓은 동굴 광장.
 환선굴, '도깨비방망이'이라는 이름이 붙은 거대종유석이 동굴 천장에 매달려 있다. 아래는 한반도 모양은 인위적으로 조성해 놓은 동굴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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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굴은 최근에 공개된 동굴이다. 삼척시는 2002년 세계동굴엑스포를 개최하면서 새로운 동굴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그 결과 2003년에 대금굴을 발굴한다. 대금굴은 그때까지 전인미답 상태였다. 대금굴은 그래서 지금도 천연 상태에 있었던 동굴의 모습을 비교적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대금굴에서는 관광객들의 관람이나 행동에 상당히 많은 제약이 따른다. 동굴 내부를 관람하는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인솔자의 안내에 따라야 하고, 개인적인 행동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어둠 속에 묻혀 사는 동굴 내 생태계 보호를 위해 사진 촬영은 절대 허용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인솔자를 따라 40여 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다 보니, 관람에 방해를 받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이어폰을 통해 인솔자의 설명을 듣게 되어 있는데, 기계에 문제가 있는 탓인지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여러모로 답답할 때가 잦다. 앞서 동굴탐험관이나 동굴신비관을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여행을 마칠 수도 있다.

대금굴은 외부에 입구가 드러나 있는 동굴이 아니다. 동굴을 탐색할 당시, 동굴이 있는 곳까지 140여m가량 바위벽을 뚫고 들어가야만 했다. 따라서 대금굴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동굴 안쪽으로 뚫어놓은 터널로 모노레일을 타고 들어가야 한다.

환선굴 입구. 입구부터 엄청난 크기를 자랑한다.
 환선굴 입구. 입구부터 엄청난 크기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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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선굴 역시 모노레일을 타고 갈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노레일은 덕항산 중턱 환선굴이 외부로 입을 벌리고 있는 곳에서 멈춰 선다. 굴 입구가 외부로 열려 있어 모노레일을 타지 않고 굴 입구까지 천천히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다.

환선굴은 입구부터가 범상치 않게 생겼다. 전체 크기는 물론이고 세세한 부분에서까지 거의 대부분 대금굴과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사진 촬영도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지 않는 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인솔자나 안내자도 없다. 일체 자유 관람이다. 시간이나 행동에 큰 제약이 없다. 동굴을 훼손하는 일이 아니라면 관람에 별다른 통제를 받지 않는다. 동굴의 신비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환선굴 내부. 굴 안에 물을 건너는 다리가 있고, 다리 위에 서 있는 사람이 자그맣게 보인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환선굴 내부. 굴 안에 물을 건너는 다리가 있고, 다리 위에 서 있는 사람이 자그맣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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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선굴은 국내의 다른 동굴들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큰 동굴이다. 크다는 말로는 다 설명이 되지 않는다. 굴 내부가 거대한 돔 경기장을 여러 개 옮겨다 놓은 것 같은 형상인데 그 웅장함에 저절로 입이 벌어질 때가 잦다. 동굴 안으로 폭포수가 떨어지고 강이 흐른다. 지하에 구축이 된 또 다른 세계가 있다면, 아마도 이런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이렇게 동굴 여행을 하고 나면, 비로소 삼척이 눈에 들어온다. 삼척의 산들이 대부분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바위산이고, 그 산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대부분 바위틈에 뿌리를 박고 살아가는 것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 광경이 꽤 신비롭다. 강가에 절벽을 이루고 서 있는 바위산을 볼 때마다 그곳 어딘가에 또 다른 동굴이 숨겨져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같은 상상을 할 때마저도 신비한 감흥이 일곤 한다. 삼척은 동굴을 찾아 나서는 데서부터 여행이 시작되는 곳이다.

환선굴, '사랑의 맹세'라는 제목이 붙은 용식지형. 동굴 천정에 하트 모양의 구멍이 뚫려 있다. '이곳에서 우정과 사랑을 맹세하게 되면 영원이 변치 않게 된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환선굴, '사랑의 맹세'라는 제목이 붙은 용식지형. 동굴 천정에 하트 모양의 구멍이 뚫려 있다. '이곳에서 우정과 사랑을 맹세하게 되면 영원이 변치 않게 된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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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선굴 제1폭포. 동굴 내부 벽에 뚫린 구멍으로 물이 콸콸콸 쏟아지고 있다.
 환선굴 제1폭포. 동굴 내부 벽에 뚫린 구멍으로 물이 콸콸콸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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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선굴 내부 거대 광장. 한반도 모양으로 장식했다.
 환선굴 내부 거대 광장. 한반도 모양으로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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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금굴, #환선굴, #관음굴, #동굴탐험관, #동굴신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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