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도용으로 인한 사건들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9년 서비스 가입자들의 명의 도용으로 '일방적인 부가서비스 가입'을 시행해 부당 이득을 취했다가 집단 환불하는 소동을 일으킨 바 있는 KT가 또 다시 명의 도용 도마에 올랐다.

이번에는 '가족'이라는 약점을 이용한 사례다.

KT 인터넷, 가족일 경우 본인 확인 절차도 없이 승인

피해자 K아무개(여·31)씨는 어느 날 신용정보회사로부터 20만 원에 상당하는 연체 독촉장을 받았다. 무엇인가 알고 봤더니, 가입한 적도 없는 KT 인터넷에 가입된 데다 사용료가 3개월 미납된 내용이었다.

즉시 KT 고객센터를 통해 알아본 결과, 결혼해 분가 중인 K씨의 친오빠가 동생의 명의로 가입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 당시 KT 담당자로부터 어떠한 확인 절차도 밟은 바 없다는 K씨는 그 부분을 들어 KT 측에 불만을 토로해 보았으나, "가족이니까 무조건 가입이 된다, 가장 빠른 해결 방법은 미납금을 내는 것"이라는 말로 일축했다고 한다.

경찰서에 전화해 이야기해 보았으나 사정은 마찬가지. 즉, 가입한 대리인을 명의 도용으로 신고하거나 통신판매업체와 얘기를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K씨가 어려움을 겪는 까닭은 바로 이 부분 때문이다. 명의 도용 신고를 하면 간단히 해결될 수도 있는 문제이나 대리인이 바로 친오빠라는 사실 때문이다. 게다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K씨의 친오빠는 현재 무직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K씨는 "더욱이 화가 나는 것은 대기업인 KT가 일말의 확인 절차도 없었다는 사실이다"라며 "이것이 만약 신용카드였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감당해내야 할지 정말 아찔하기 그지없다"라고 지금의 심정을 토로했다.

피해자는 현재 인터넷 요금 채무독촉으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가족 간의 불화가 이는 상황까지 빚어지는 등 일상생활마저 피폐해진 지경이다.

이번 사례를 토대로 주변에 알아본 결과, 이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자는 한두 명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KT가 명의자의 확인조차 없이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시키고 있는 것이다.

가족 명의일 경우, 휴대전화 인증만으로 간단히 해결

기자는 15일, 그 진상을 자세히 알아봤다. KT(국번 없이 100)에 전화를 걸어 본인이 아닌 가족 명의로 가입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담당자 정아무개씨는 "가족 명의일 경우 휴대전화를 통한 본인 확인 및 인증이라는 간단한 절차를 거치면 가입할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지참할 서류로는 "어떠한 것도 필요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네이버에 등록된 KT 지사 우선 세 군데에 연락을 취해 대리인일 경우 인터넷상품 신청 절차에 대해 알아봤다. 그 결과, 원칙적인 등록 절차에 따르면, 대리인 신분증과 신청자 신분증, 그리고 인감 증명서와 위임장이 필요하나 이는 지사마다 현재 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시 KT 인터넷 가입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가족 명의 도용 사례 및 요금 청구를 중심으로 질의한 결과, 앞서 설명과 달리 "KT의 경우, 본인 신분증과 서비스 신청자의 인감 위임장을 구비해야 한다"라고 설명을 바꿨다. 부당한 요금 청구 사례에 관해서는 "본사에서 가입 신청한 지사로 연락을 취하는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부당 요금 처리까지 해결해주는 정확한 지침은 따로 없다"고 설명했다.

KT, '가족'이라는 약점을 이용한 얄팍한 속임수 이용

KT 홍보 담당자 장인석씨는 이 부분에 대해 "현재 본사와 지점에서는 직계 및 가족인 경우, 간단히 대리인 서류만 갖춰지면 서비스 신청이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대리인 서류로는 앞서 설명한, 대리인 신분증과 신청자 본인 신분증, 그리고 인감증명서가 요구되며, 마지막으로 녹취를 통한 본인 확인 절차를 통해 계약이 성립된다는 설명이다.

덧붙여 "만약, 이러한 절차도 없이 가입된 경우라면, 본사 자체적으로 고객 안심 센터를 통해 이의 제공자들이 제공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방법으로도 해결을 보지 못한 경우라면, 고객 스스로 법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는 방송 및 통신 민원 조정 센터(080-3472-119) 운영을 통해 명의 도용 피해자 구제 및 M-Safer(명의 도용 방지) 신청을 상담 중이다.

센터를 통해 알아본 바로는, "우선 명의자가 통신사에 이의 제기를 하면 통신사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조사팀에서 서류 검사를 통해 부당 청구된 요금이 취하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통신사 측에서 구비서류를 토대로 실사용자 확인을 거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즉, 가족 간의 명의 도용일 경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것이라는 얄팍한 속임수를 이용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통신판매업체, 앞으로 더욱 철저한 명의자 확인으로 피해 발생 줄여야

한편, LG U+와 SK브로드밴드 본사 및 대리점 담당자를 통해 알아본 바로는, LG U+ 및 SK브로드밴드 역시 가족 명의로 인터넷에 가입할 경우, 대리인 신분증과 가입자와 전화 연결을 통한 간단한 확인 방법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통신판매업체 간에 가입 유도 경쟁이 치열한 상황임을 고려해볼 때, 앞으로 이 같은 피해자는 계속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판매업체는 인터넷서비스에 주먹구구식으로 가입시키기에 앞서 보다 철저한 명의자 확인을 통해 앞으로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태그:#가족 명의 도용, #KT, #통신판매업체, #방송통신민원조정센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