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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철칙이었다. 우리 속담에 "남아일언 중천금(男兒一言 重千金)"이라고 했고, 성경에서 야고보 사도는 "말에 실수가 없는 자가 온전한 자"(약 3:2)라고 했다. 말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멸할 수도 있는 무기가 될 때가 많다. 그래서 지성인이라면 함부로 말하지 않고 말의 영향력을 염두에 두면서 신중을 기하게 된다.

 

사회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특히 더 그렇다. 조용기 목사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의 원로 목사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교인 80만을 헤아린다고 한다. 원로 목사는 현직에서 은퇴한 목회자를 뜻하는데, 조 목사는 은퇴하고도 변함없이 교계와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그의 영적 카리스마가 여전히 통한다는 이야기이다.

 

얼마 전(2월 24일)에는 중동 제국의 돈줄 역할을 하는 '수쿠크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이명박 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해서 매스컴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 조용기 목사는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한 사람이다. 교계의 힘을 모아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음양으로 도왔다. 그런 그가 이명박 정부에서 국회에 제안한 '수쿠크법'에 강력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정교 분리에 대한 논란으로 한동안 시끄러웠다.

 

또 어제(3월 13일)는 쓰나미로 초토화가 된 일본의 재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일본 대지진은) 신앙적으로 너무나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 숭배, 무신론, 물질주의로 나간 것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라며 "이 기회에 하나님께로 돌아오면 좋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기독교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도 만인에게 공개되는 매체의 특성 상 문제의 소지가 충분히 있다.

 

사람이 생각하는 것은 자유이다. 그러나 말하는 것에는 절도가 있어야 한다. 특히 회복 요원한 인적 물적 피해를 입고 망연자실(茫然自失)해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하나님의 경고 운운한 발언은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못한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시고,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려 주신다"(마 5:45)고 예수님도 말씀하셨다. 믿지 않는 자의 불행에 하나님을 끌어들이는 것은 그래서 비성서적일 뿐만 아니라 비도덕적이기도 하다.

 

농촌의 작은 교회에서 목회를 하면서도 말을 언제나 조심하게 된다. 대화 중 별 뜻 없이 사용한 단어 하나로 상처 받아 밤잠을 설치는 성도들도 있다. 심지어 설교 시간에 쓴 하나의 단어에 은혜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사람이 있는 경우도 있다. 늘 말을 조심해야 할 이유이다. 하물며 대형 교회 원로목사이며 대통령의 정책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용기 목사의 일본 쓰나미에 대한 언사는 믿지 않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으로 이웃을 생각하는 믿는 자들에게까지도 마음의 상처와 분노를 안겨주었다.

 

우리는 보통 좋지 않은 일을 당한 사람이 주위에 있을 때 위로의 말을 전하게 된다. 거기에는 가깝고 먼 것이 큰 문제가 안 된다. 살아가는 환경이 다른 계층의 사람이라고 해도, 신앙이 다르다고 해도, 갖고 있는 사상이 차이가 있다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사람이라는 공통점만 있다면, 인간의 심연에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족하다. 그래서 사람이 당한 불행은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본은 우리와는 가깝고도 먼 이웃이라고 말한다. 또 경제 대국이라고도 한다. 이런 일본이 불의의 재난을 당했다. 현대 사회가 자연 앞에 얼마나 무력한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이 절대자 앞에 얼마나 나약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일본 쓰나미에 희생된 사람들과 유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아직 정확한 사망자 숫자도 집계할 수 없는 큰 사고를 수습하는 일본 당국에 격려의 말을 전한다.

 

조용기 목사는 인터뷰 본 뜻이 잘못 전달된 것 같다며 유감을 표명했다고 한다. 그는 늘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좋은 예화를 우리에게 제공해 주었다. 교계가 여러 가지 문제로 시끄러운 요즘, 목회자들이 기도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뒤를 따라가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세속적 정치 지향성을 과감히 단절하고 오직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삶에 본을 보여야 한다. 몇몇 대형 교회가 돈, 여성, 명예, 자녀 세습 문제 등으로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요즘이다. 하지만 많은 목회자들이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묵묵히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농어촌의 작은 교회에서 그리고 도회지의 어려운 개척교회에서 헌신하는 이들이 그들이다.

 

지금은 사순절 기간이다. 말을 조심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을 음미하는 계절이다. 작은 농촌 교회이지만 다음 주일 헌금을 일본지진피해복구 성금으로 보내려고 한다. 이웃 나라 일본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


태그:#조용기 목사, #일본 쓰나미, #말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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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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