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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동북공정을 통해 바라본 왜곡된 역사 바로 알리기’
▲ [영어 프리젠테이션 발표] ‘중국의 동북공정을 통해 바라본 왜곡된 역사 바로 알리기’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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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형주 영어 프리젠테이션 있는 거 알지? 늦어도 5시까지는 사회복지회관으로 와!"
행사 때문에 휴일에도 출근하는 내게 집사람이 명령처럼 한 말입니다.

"외지에서 오신 손님들 접대하다 보면 술을 마실지 모르겠는데..."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졸업식을 제외하고 학교행사는 늘 집사람 혼자 참석을 했기에, 건성으로 대답하는 내게 "애비라는 사람이 어떻게 애가 고등학교에 올라갈 때까지 그렇게 관심이 없냐!"고 따집니다. '오늘따라 좀 사납다'라는 생각을 하며 출근을 위해 집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집사람 혼자 금년 고3으로 진학한 딸아이와 고1인 아들의 학교생활에 관여하고 고민했지, 난 솔직히 바쁘다는 핑계로 관심을 두지 않으려 했습니다.

딸아이와 음모를 꾸미다

그래서인지 딸아이는 나를 참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날, 퇴근시간 무렵 딸아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퇴근하면 나 좀 잠깐만 만나면 안 될까?"

'오랜 만에 딸아이랑 둘이서 저녁식사나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야지' 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장소에 나가 멀리서 반갑게 달려오는 녀석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만나자마자 하는 이야기가 "아빠! 나 오늘 수학 20점 맞았는데, 엄마한테 절대로 말하지 말아줄래?" 라고 말하고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며 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제 딴엔 내게 말해 심적 부담을 덜려고 했나 봅니다. 

또 한번은 정말이지 딸아이와 둘이서 큰일을 저지른 적도 있었습니다. 성적표를 받아온 녀석이 "난 수학하고 일본어하고는 사이가 좋지 않은 것 같아" 라며 내 놓은 성적을 놓고 둘이서 고민을 하다가 결정을 했습니다.

"이거 엄마가 알면 집안 분위기 엉망이 되니까, 없애자!" 하고는 뒷일이야 어떻게 되든지 집안의 일시적인 안정을 위해 소각을 했으니, 내가 과연 제대로 된 아빠인지 모를 일입니다.

이런 딸아이와는 다르게 아들 녀석은 집중력이 강해서 공부를 좀 하는 편이어서 학습관(기숙형 숙사)에 입사해서 한달에 두 번 집을 다녀갑니다. 그런 녀석이 프리젠테이션인가 뭔가를 한다는데, 아무래도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다소 어렵지 않을까!

아이들이 발표할 자료 목록
 아이들이 발표할 자료 목록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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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주도형 학습 프로젝트 성과발표'라는 주제로 마련된 현장에는 70여 명의 학생들과 학부모들로 부산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집사람에게 물었더니, '아빠라는 사람이 참 한심한 질문을 한다'는 표정으로 설명을 해줍니다.

"중3 아이들은'세계 시민의식'을 주제로 세계 각 대륙별로 산재한 문제를 발굴해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내용을 영어로 작성해 발표를 하는 자리이고, 당신 아들이 속한 고1애들은 향후 진학을 희망하는 대학의 전공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 연구를 하고 영어로 발표를 하는 프로젝트."

영어 프리젠테이션? 그래 들어나 보자

학생들의 영어 프리젠테이션 발표 장면
 학생들의 영어 프리젠테이션 발표 장면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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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놓인 발표 과제명을 쭉 보니까, '성비 불균형으로 인한 인도 여성의 억압받는 인권', '미국내에 팽배해 있는 인종차별'문제 등 '아이들이 이런 것까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다양한 발표주제가 놓여 있습니다.

아들 녀석의 발표과제 제목은 '중국의 동북공정을 통해 바라본 왜곡된 역사 바로 알리기'입니다. "이게 무슨 내용이냐?" 라고 물었더니 들어보면 안답니다.

'우리말로 설명해도 난해할 것 같은 주제를 변변치 못한 네 발음으로 말하는 영어를 듣고 이해하라고'라는 생각을 하며, 집사람에게 점수라도 딸 생각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동영상을 찍어 주기로 했습니다.

아들의 영어발표,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아이들의 영어 프리젠테이션 발표를 보며 시골학교 아이들이지만, 참 대단하다 라는 생각을 했을 즈음, 아들 녀석의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Why not japan but China?
Every people who think like headline are right. Because Japan argued with Korea much times about Dokdo Problem. That's why my friends don't know about Chinese history distortion. Chinese history distortion is nation level project. They are supporting an organization which is progressing Northeast Project. And they are investing astronomical money. In this way, I think China is a troublemaker in classroom called world .............

▲ 중국의 동북공정을 통해 바라본 왜곡된 역사 바로 알리기 아들의 프리젠테이션 발표장면인데, 제가 스마트폰 동영상 촬영 초보라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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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약간 긴장한 모습은 보였지만, 10여 분 동안 가끔 준비해온 페이퍼를 보며 유창한 발음으로 발표를 하는 것을 보고 그만 감격하고 말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번도 녀석이 영어로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것이 정확한 말이겠지요. 

발표를 다 끝내고 자리로 돌아온 녀석에게 '최고!' 라는 표시로 엄지손가락을 펴 보이고 잠시 밖으로 나와서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너무했구나! 아직 어린애로 밖에 생각을 안 했는데, '중국의 동북공정을 통해 바라본 왜곡된 역사 바로 알리기'를 그것도 자신 있게 영어로 이야기를 하다니...'

순간 콧등이 찡해왔습니다. 늘 퇴근시간 이후에 술만 퍼마시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 교육에 등한시 한 게 못내 미안했습니다.

어른들이 영어를 못하는 건 문법 구조를 먼저 따지기 때문

영어회화는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를 구상했다고.
▲ [윤일선 강사님] 영어회화는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를 구상했다고.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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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모두 종료된 후에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한 강사님(윤일선 선생님)이 강평을 했습니다.

"나는 회화 담당 강사로 영어회화에 있어 아이들이 대중 앞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번 아이들이 발표한 PT에 대해 선생인 내가 사전에 검수를 했겠지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사안을 정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이것을 영작하는 것 모두 아이들 스스로 해 냈습니다."

"영어회화에 있어서, 나는 학생들의 문법이 틀렸는지는 따지지 않습니다(그것은 입시지도 선생의 몫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성인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 영어를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문법이 틀리는지 맞는지에 대한 자신감 결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고1 아들이 생각하는 중국의 동북공정, 다음 취재 과제입니다

다음 취재 대상은 아들녀석이 생각하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내용이 될것 같습니다.
 다음 취재 대상은 아들녀석이 생각하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내용이 될것 같습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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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내가 발표한 거 다 알아 들었지?" 라고 씽긋 웃는 아들 녀석에게 대답 대신 '나도 영어공부를 해야겠다' 라는 각오를 했습니다.

오늘 이 작은 사건을 계기로 내게는 취재거리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비록 아들이지만, 녀석이 이번 프리젠테이션에서 다룬 '중국의 동북공정을 통해 바라본 왜곡된 역사'에 대해 심도 있는 취재를 해 볼 생각입니다.


태그:#신형주, #영어프리젠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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