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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시산제 산행

 

매년 이맘때면 (정월 보름) 우리나라 영산(靈山)이라 일컫는 산에서는 전국의 산악인들이 1년 동안 "무탈 안전 산행"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산신(山神)께 정성껏 제물을 준비하여 경건한 마음으로 시산제를 올리는 철이다.

 

그러다 보니 필자가 늘 함께 산행을 하는 "우리산내음" 카페에서도 이날 (2011년 2월 16일)  서울의 "북한산 대피소"에서 시산제를 모시는데 대개 산악회의 경우 집행부에서 제례 준비를 하지만 우리는 시산제 참석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제수 (돼지머리, 북어포, 과일(5-10여 종) 나물(3-5가지) 전(3종) 떡, 제주, 기타 제수 용기) 등을 한 가지씩 준비했다.

 

그런데 나는 올해도 카페지기 (산초 스님)으로 부터 형님은 책임지고 시산제 축문을 지어오라는 당부를 받고 몇 일전부터 끙끙거리며 머리를 짜내려니 그야말로 요즘 아이들 시쳇말로 "머리에 쥐"가 날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 축을 지어오라 숙제를 내준 아우에게 "없는데 선 나라님께도 욕" 한다고 원망과 푸념을 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다 서로 믿는 구석이 있어 해마다 나에게 당부하는 일인걸…. 원망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렇다고 옛날식 틀에 박힌 한문 축을 지어 읽자니 축을 쓴 사람도 듯는 사람도 뜻을 이해가 쉽지 않을터. 에라 모르겠다. "북한산과 신령님을 숭배"하는 의미의 좋다는 수식어는 모두 다 동원하여 축을 지었다. 

 

▲ 2011 우리산내음 시산제 산행 필자와 늘 산행을 함께하는 "우리산내음" 카페 회원님들이 북한산대피소에서 2011년 시산제를 모시고 북한산 정상인 백운봉에 올랐던 산행 사진과 동영상을 기사화 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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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제 축문

 

유세차 신묘, 정월, 기축, 삭, 열나흘, 임인 전지전능하신 북한산 신령님 전에 고합니다.

지구상에서 탐방객이 가장 많은 북한산은 우리나라 서울을 품에 안고 민족정기를 지켜온 명산으로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등 빼어난 기암 절경과 아름다운 사계의 모습을 자랑하며

 

전국 각처에 산악인의 발길을 불러 모아 거친 숨소리와 함께 하며 국민 건강을 지켜온 보은의 명산으로 늘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안전 산행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이에 머리를 숙여 감사드리며…. 우리산내음 카페 회원 일동은 오늘 수도 서울의 명산 북한산 대피소에서 우리 회원 가족과 더 나아가 전국 산악인의 무탈 안전 산행을 기원하는 시산제를 올립니다.

 

우리는 날마다 전국 팔도 산하에 봄이면 꽃향기 그윽한 "천변만화"하는 아름다운 자연의 섭리를 지켜보며 감사하는 지혜를 깨우치게 되었고,

 

무성한 성 하의 계절이면 어깨 펴고 한국의 산하 곳곳을 찾아 때론 암벽 자락에 매달려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는 이치를 깨우치며 인내를 배웠고,

 

화려한 단풍과 오곡백과 무르익는 가을이면 화려했던 날들에 덧없음을 깨우치며 새로운 만남과 이별의 소중함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되었으며

 

혹한 겨울에도 억겁의 세월을 살아 숨 쉬는 대자연의 도도함을 보면서 살아있는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산에 들면 산이 곧 나이고 내가 산이 되는 일치감을 새기게 되었고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는 참으로 소중한 윤회 과정을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전지전능하신 북한산 신령님 비록 오늘 저희의 정성이 소례이지만 대례로 생각하시고 이 한 잔의 술을 흔쾌히 흠 향하시며 날마다 이어지는 우리 회원 가족들 산행길에 한산 신령님의 은총이 늘 함께 하시며 무탈 안전 산행 굽어 살펴 주시옵소서….

 

단기 사천삼백사십사 년 정월 열나흘

우리 산내음 카페 지기

그리고 일행들과의 약속장소인 백운탐방지원센터 (도선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우리보다 먼저 온 일행들은 벌써 시산제 준비 관계로 앞서 북한산대피소로 떠나고 나도 함께 온 일행들과 그 뒤를 따라 용암 문 지나 북한산 대피소 시산제 장소에 도착했다.

 

이때부터 정성껏 제물 진수하고 23명의 회원님이 머리를 조아리고 경건한 마음으로 먼저 간 산악인에 대한 선서와 북한산 신령님 전에 시산제를 올리는 독 축을 낭독했다. 회원님들이 돌아가며 잔을 올리고 삼배 절을 하고 축문을 소지하는 것으로 이날의 시산제를 모두 끝내고 식사를 마치고 정오 12시 40분 북한산 정상 백운봉에 오르기 위하여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북한산대피소에서 백운문(구, 위문)까지의 코스는 곳곳에 집채만 한 바위가 울뚝불뚝 튀어나온 너덜겅 암릉으로 이어지지만, 유달리 암릉구간 산행을 더 즐기는 일행들은 마치 신들린 사람들처럼 잘들 앞서가 마치 잘 훈련된 산악훈련군인들의 모습과 흡사했다..

 

그러나 나는 이 구간에서 여름철에는 무성한 나뭇잎에 가려 볼 수 없는 또 다른 풍경에 빠져들어 일행들을 따라갔다. 북한산에는 하도 많은 등산로가 있다보니 그 수를 해일 수조차 없다. 북한산을 많이 왔어도 정작 북한산 정상인 백운봉을 오르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날은 마침 시산제도 북한산에서 모셨고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백운봉에 정상에 올라 기(氣)를 듬뿍 내려받으려고 올랐다. 3년 전과 달리 위문(衛門)을 지나 백운봉 오르는 암릉 구간에 전에는 없던 철계단과 나무계단 안전시설을 설치하여 한결 편하게 오를 수 있었다. 

 

우리는 백운봉 836m 정상에 올라 365일 휘날리는 태극기 아래 삼삼오오 짝을 지어 기념사진을 찍고 거침없이 펼쳐진 북한산 사방팔방 풍경을 감상하며 일행들 너도나도 감동과 찬사가 자자했다. 아마 이래서 "세계에서 북한산이 탐방객이 가장 많은 산"으로 이름을 날리는 것이구나 생각을 하며 북한산에 대하여 좀 더 상세하게 알아봤다.

 

"북한산(삼각산·명승 10호)은 서울의 강북, 성북, 종로, 서대문, 은평구와 고양시 덕양구에 걸쳐있는 서울의 진산이다.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수도 서울의 수호신이자 상징으로 우리 민족의 정신세계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다. 예로부터 백두산, 원산, 낭림산, 두류산, 분수치, 금강산, 오대산, 태백산, 속리산, 장안산, 지리산과 더불어 12종산(宗山)의 하나로 숭배되었다.

 

북한산은 정상인 백운대를 비롯해 모두 32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졌다. 인수봉, 만경대, 보현봉 등 걸출한 화강암 봉우리들이 저마다 독특한 바위 미를 자랑한다. 특히 인수봉은 국내 암벽 등반의 메카로 국내 산악 운동 발전에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바위봉우리들 사이에는 수려한 계곡이 발달했는데 정릉계곡, 산성계곡, 구기계곡, 진관사 계곡이 유명하다. 1983년 도봉산과 더불어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또 한편 북한산은 우리 전통 산줄기 체계에서 보면 한강 북쪽을 지나는 한북정맥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북 정맥은 백두대간에서 남하한 49번째 봉우리 분수령(북한지역 강원도 평강군)에서 남쪽으로 뻗어내려 휴전선을 넘는다. 백운산, 운악산을 지나 도봉산을 빚어내고 우이령을 지나 서쪽 상장 봉을 거쳐 교하의 장병산까지 이어진 줄기다. 따라서 북한산은 우이령과 상장봉 일대만이 한 북 정맥에 직접적으로 걸쳐 있다. <한국의 산하 참고>

 

내가 이렇게 북한산 사랑에 빠져들다 보니 일행들은 벌써 저 아래 "오리바위와 스타바위"에 내려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위문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산했다. 마음 같아선 나 혼자 떨어져 좀 더 북한산 기암 절경에 빠져들고 싶었지만, 단체 산행의 미는 한 사람의 낙오도 없게 하는 것이기에 서둘러 하산했다.

 

그런데 백운문에서 백운산 장대피소까지 구간은 언 땅 위에 잔설이 남아 아이젠을 착용하고 특히 조심조심 하산을 하는데 좌측으로 하늘을 찌를 듯 올려다보이는 인수봉이 나를 보고 미소를 짓는 듯 내려다본다. 지난여름 어느 날 인수봉 암벽을 오르다 갑자기 억수같이 쏟아지는 폭우와 천둥 번개로 바로 코 바위 아래서 정상 등반을 포기하고 하산해야 했던 아픈 기억이 아른거렸다.

 

그러는 사이 벌써 육모정 고개를 (삼거리) 지나 모처럼 편안한 하산길로 들어서 백운대탐방지원센터에 내려서는 것으로 이날의 북한산 시산제 산행을 모두 마쳤다. 차편으로 우이동 입구로 이동하여 미리 예약하여둔 두부 마을에서 저녁 식사 겸 시산제 뒤풀이를 가볍게 하고 다음 산행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태그:#시산제, #우리산내음, #북한산, #인수봉, #백운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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