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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내 사전에 레임덕은 없다'고 하지만 '친이'계는 다급한 모양이다. 한나라당 내 일부 친이명박계 의원들 사이에서 김대중(DJ) 전 대통령 '열공' 분위기가 일고 있다고 한다.

14일자 <경향신문>에 따르면, 친이계 한 핵심 의원은 13일 "최근 수도권 친이계 의원들 사이에서 DJ를 정권 재창출의 롤 모델로 공부하고 있다"며 "청와대와 특임장관실에서도 정권 재창출의 다양한 사례 중 하나로 DJ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친이계가 주목하는 DJ 연구의 핵심은 DJ가 자신의 후계자와 함께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점과, DJ가 자신의 정치적 기반과는 다른 영남출신이자 비주류 신인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선택한 점이라고 한다. 요컨대 친이계의 'DJ 열공' 목적은 여권 내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에 맞설 대항마 만들기인 것이다.

특임장관실의 'DJ 열공'은 이율배반이자 형용모순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낮 서울 경복궁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 참석한 뒤 한승수 국무총리와 함께 걸어나오고 있다.
 2009년 5월 29일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경복궁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 참석한 뒤 한승수 국무총리와 함께 걸어나오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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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할 만한 전직 대통령이 드문 정치현실에서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DJ 열공'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친이계의 'DJ 열공'이 성공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경향신문>도 지적했지만, 친이계의 DJ 조명이 결국 '가치'가 아니라 '정치공학' 탐구라는 점에 있기 때문이다.

우선, 청와대가 정권재창출의 다양한 사례 중 하나로 DJ를 연구하는 것은 그럴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특임장관실에서도 'DJ 열공'을 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이자 형용모순이다. 이른바 '왕의 남자'인 이재오 특임장관은 야당 시절에 그 누구보다도 '김대중 죽이기'에 앞장선 'DJ 저격수'였다. 그런 사람이 'DJ 열공'을 한다는 것이 간계(奸計)가 아니라면 열공에 앞서 '고해성사'부터 했어야 했다.

설령 친이계의 'DJ 열공' 의도가 아무리 좋더라도 선의가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하물며 선의마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또 다른 그 무엇보다도 그런 선의를 집행할 당사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DJ 열공의 결과물(제안)을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그래서 친이계의 'DJ 열공'은 실패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친이계의 'DJ 열공'이 형용모순(形容矛盾)인 또 다른 까닭은 친이계가 '박근혜와 맞서기 위해 DJ를 배우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친이계의 좌장인 이재오 장관은 11일에도 "대선 2년 전부터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일하는 건 국민을 많이 피곤하게 한다"고 박근혜를 겨냥한 발언을 했다. 따라서 박근혜에 맞설 비책을 찾기 위해서라면 차라리 'YS(김영삼) 열공'을 할 것이지, DJ 열공은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YS는 어제(13일)도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사임하자 개인 성명 내 "사랑하는 조국에 군사쿠데타라는 죄악의 씨를 뿌린 원흉이 바로 박정희 육군 소장"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지난달 20일에도 "박정희가 이 나라 군사독재 정권의 원흉"이라며 "수많은 국민이 유신독재의 무자비한 탄압과 고문에 의해 비명에 죽어갔다"고 비판해 보수단체의 원성을 산 바 있다.

DJ의 관용과 화해의 리더십을 배워라

친이계가 DJ 열공에서 배울 게 있다면, 그것은 DJ가 박근혜와의 관계 속에서 용서와 화해, 관용의 정치를 실천한 것이다. DJ는 자신을 죽이려 했던 박정희와 화해하고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했다. 형식적으로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의 특별사면 건의를 YS가 받아들인 것이었지만, DJ의 관용과 화해의 리더십이 낳은 결과였다.

DJ는 박정희의 최대 정적이자 피해자였음에도 대통령이 된 뒤에 박정희 대통령기념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했다. 영남권의 '표'를 얻어 대통령기 되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고, 대통령이 된 뒤에 역사와 화해하기 위해 한 행동이었다. 기념사업 지원은 '초법적'인 것이 아니고 법적 근거도 있었다.

DJ는 99년 4월 광역자치단체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박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시민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념관 건립에 매칭펀드 형식으로 200억 원을 지원했다. 기념사업회는 DJ를 고문으로 위촉했다.

이후 기념관 건립은 기념사업회에 기부금 500억 원이 모이면 208 억원의 국고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2002년 1월 착공됐으나, 기부금이 목표치에 미달한 108억 원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3월 보조금 지급이 취소됐다. 이후 지지부진하다가 지난해 7월 행안부가 박정희·김대중 대통령 기념사업추진계획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함에 따라 708억 원(사업주체 부담금 500억 원+국고보조 208억 원)을 투자해 서울 상암동에 2014년까지 기념관이 건립된다.

박근혜 "딸로서 사과 말씀드린다"... DJ "그렇게 말해주니 감사하다"

한나라당 박근혜대표가 12일 오전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방문,김대중전 대통령에게 "아버지 시절 여러가지로 피해를 입으시고  고생한  데 대해 딸로서 사과말씀 드린다"고 사과했다. 한나라당 박근혜대표가 12일 오전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방문,김대중전 대통령에게 "아버지 시절 여러가지로 피해를 입으시고  고생한  데 대해 딸로서 사과말씀 드린다"고 사과했다.
 2004년 8월 12일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아버지 시절 여러가지로 피해를 입으시고 고생한 데 대해 딸로서 사과말씀 드린다"고 사과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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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극적인 화해는 박정희 대통령의 장녀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에 아버지 때의 일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박근혜 대표는 DJ가 대통령에서 물러난 후인 2004년 8월 김대중도서관 집무실로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 시절 여러 가지로 피해를 입으시고, 고생한 데 대해 딸로서 사과 말씀드린다. 재임 중 기념관 문제로 어려운 결정을 한 것에 감사드린다."

<김대중 자서전>에도 밝혔지만 DJ로서는 뜻밖이었고, 생각지도 않은 말이었다. DJ는 박근혜의 사과 표명에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과거에 대해 그렇게 말해주니 감사하다. 정치를 하면서 박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던 것은 사실인데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준 것은 평가할 만하다. 기념관 문제를 푸는 데 최대의 정적인 내가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박정희기념관도, 김대중도서관도 그렇지만, 공과는 공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국민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DJ는 나중에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박근혜 대표의 사과를 듣고 "내 속에 있는 무슨 응어리가 풀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술회했다.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아버지 시대 맺혔던 원한을 딸이 와서 같이 풀고 한 것이 우리가 인생을 사는 보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DJ는 2006년 3월경에 영남대학교에서 명예 정치학박사 학위를 수여하겠다며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영남대는 박정희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 활동하기 위해 세운 대학으로 한때 박근혜 대표가 이사장으로 재직했고 지금도 학교재단 정관 1조에 "교주(校主) 박정희 선생"으로 돼 있는 곳이다.

DJ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최경환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에 따르면, 김 대통령은 당시 몸이 불편해 국내외 여러 대학의 강연이나 명예박사 학위수여 요청을 사절하고 있었는데 영남대의 요청만큼은 수락했다. 당시 대구·경북지역을 대표하는 한 신문은 DJ와 박정희의 사진을 나란히 싣고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매어 못 쓰는 법이다. 친이계의 때아닌 DJ 열공이 진정으로 DJ의 '가치'를 배우기 위해서라면 '박근혜 대항마'를 찾기에 앞서 할 일이 있다. 그것은 DJ가 했던 것처럼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 곧 노 대통령 묘소에 가서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역사와 화해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재오 장관을 비롯한 친이계가 과연 이명박 대통령에게 그런 건의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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