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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차례 운행하는 서울-부산간 KTX 직통열차에 투입되는 KTX-산천
 하루 2차례 운행하는 서울-부산간 KTX 직통열차에 투입되는 KTX-산천
ⓒ 원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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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일 KTX 2단계 개통으로 울산과 신경주, 김천(구미), 오송역 등이 신설됨에 따라 이 지역 교통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그동안 일반 기차나 고속버스로 평균 5시간 걸리던 울산~서울 간 운행시간이 KTX로는 2시간 10분대,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반나절 생활권으로 바뀐 것.

하지만 "교통 혁신을 이뤘다"는 언론의 극찬이 쏟아지고 있는 이면에는 KTX로 인해 손해를 보는 시민들도 있다.

철도청이 울산~서울 간 새마을호, 무궁화호 운행을 전면 폐지하고 울산~동대구까지만 운행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틈틈이 울산에서 서울을 오가야 하는 이용객들은 열차 선택권을 잃고 오로지 KTX 만을 이용해야 한다. 이들은 "배로 비싼 요금을 울며 겨자먹기로 지출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느리지만 싼 기차 탈 시민 선택권 차단

인구가 114만 명인 울산. 울산은 지난 40여 년간 급속한 인구 증가와 산업 발달로 그만큼 서울로 왕래할 일이 많아졌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대기업 공장이 즐비해 서울과의 업무교류가 많아졌고, 광역시가 된 후 공무원들이 서울로 출장 갈 일도 많아졌다.

특히 울산에는 90% 이상 대학 진학을 원하는 1만3000여 명의 고교 졸업자가 쏟아지지만 4년제 종합대학이 한 곳 밖에 없어 매년 1000명 가량의 학생들이 서울로 진학한다. 이들이 주말이나 방학이면 울산으로 오거나, 혹은 학부모들이 자녀를 찾아 서울을 방문한다.

울산에서 서울을 왕래할 경우 그동안 항공기나 기차, 고속버스, 승용차를 이용했는데, 이들 학생과 학부모의 경우 요금의 저렴성과 여행을 겸해 기차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KTX 2단계 개통으로 철도청은 울산~서울 간 운행하던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를 전면 폐지하고 오직  KTX만을 이용하도록 선택권을 차단해 버렸다.

현재 울산 서울 간 KTX 요금은 편도 일반실 기준 평일은 4만6300원, 주말은 4만9500원이다. 그동안 2만 원 중반대면 탈 수 있던 울산발 서울행 무궁화호 열차나 3만 원 후반대이던 새마을호 열차를 이제는 탈 수가 없어 요금 부담이 커졌다.

무궁화호가 5시간 40분, 새마을호가 5시간 20분 가량 걸린 것에 비해 2시간 10분대로 빨라졌다는 명분에 이같은 요금 부담을 호소하기도 어렵다.

출장갈 때 이용하는 KTX 요금이 업무경비로 처리되는 회사원이나 공무원의 경우 이런 하소연을 일축할 수 있지만, 멀리 외지에서 틈틈이 그리던 집을 찾거나 혹은 자녀를 찾아야 하는 일반 시민의 경우 억울한 면이 있다.

태화강역(울산역이 KTX울산역 신설로 역명이 바뀜)에 따르면 실제로 이같은 문제로 항의하는 시민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태화강역 관계자는 "무궁화호와 새마을호가 없어져 불편한 점이 있지만 태화강역에서 동대구역까지 가서 이 열차들로 환승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승도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울산의 경우 동해남부선으로 이동하다 경부선으로 선로가 바뀌는데, 환승할 열차시간이 서로 맞아 떨어지지 않기 때문.

"20~30분 기다리면 된다"는 철도청 직원의 설명과 달리 철도청 기차 시간 검색 결과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결국 무궁화호와 새마을호로는 울산~서울을 왕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동해남부선으로 달리는 일반열차. 울산에서 서울로 가려면 이 동해남부선을 타는데, KTX 개통으로 이제 그 낭만이 없어졌다
 동해남부선으로 달리는 일반열차. 울산에서 서울로 가려면 이 동해남부선을 타는데, KTX 개통으로 이제 그 낭만이 없어졌다
ⓒ 이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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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이용객은 매주 늘어

지난해 11월 1일 개통된 후 3개월이 넘은 현재 울산의 KTX 이용객은 1일 평균 8700명(주중 6700명, 주말 1만1000명)이며 매주 4.5%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반대급부로 비행기와 고속버스 이용객은 급격히 줄어들면서 이들 운행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울산공항에 따르면 항공기 이용객은 KTX 개통 직전인 지난해 10월 9만6264명이었으나 KTX가 개통한 11월에는 5만8980명으로 3만7284명(38.7%)이 줄었고,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는 항공기 이용 후 공항버스로 목적지까지 움직이는 시간이 KTX와 비슷한데 비해 요금은 KTX보다 2만 원 가량 비싸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속버스도 마찬가지. (주)울산정류장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울산의 고속버스 이용객은 6만5040명이었으나 KTX가 개통된 11월엔 3만8360명, 올해 1월엔 3만6960명으로 이용객이 점점 줄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K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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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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