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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 사원 둘러싸고 태국-캄보디아 교전

 

힌두교 사원인 프레아비히어를 둘러싸고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나흘 연속 계속됐던 캄보디아와 태국 국경지역에서의 교전이 8일에는 소강상태를 보였다. 그러나 사원에서 가까운 국경지역에 살고 있는 수천 명의 주민들은 교전이 시작된 직후 황급히 피난길에 나서야 했다. 가게와 학교도 모두 문을 닫았다.

 

태국의 영자 신문인 더 네이션(The Nation)은 프레아비히어 사원 근처의 국경지역이 "유령 마을"이 됐다고 보도했다. 약 2천 3백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태국의 국경마을인 반 품 사론에는 현재 50여 명의 주민만 남아 있다. 이들은 집과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남게 됐다고 말했다.

 

"마을이 전쟁터가 됐다. 폭탄과 총알이 비처럼 쏟아졌다. 우리가 떠난 후 불이 나면 집이 모두 타버릴까봐 남아 있다. 우리가 떠나면 누가 우리 재산을 보호해 주겠나?"고 학교 교장이자 마을 지도자인 분루암 퐁사판은 말했다.

 

반 푼 사론은 교전이 일어난 국경에서 불과 1.5킬로 떨어진 곳에 있다. 교전 후 마을에서는 2백여 개의 총탄이 발견됐고 길과 집에는 수많은 총알 자국이 남았다. 반 푼 사론이 속한 행정구역인 시사켓 주 당국은 1만 5천명의 주민들이 피난길에 올랐다고 밝혔다.

 

한편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는 캄보디아군이 교전지역인 사원 근처의 가파른 언덕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소개시켜 인근학교에 수용했으며 주민들은 함께 모여 불안을 달래고 있다고 보도했다.

 

7일까지 나흘 연속 계속된 교전으로 캄보디아 측에서는 두 명의 군인과 한 명의 민간인, 태국 측에서는 한 명의 군인과 한 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고 수십 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양측이 밝힌 사망자와 부상자 수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고 서로 상대국이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 캄보디아 손 들어줘... 태국, 군 동원해 접근 막아

 

교전의 원인이 된 프레아비히어 힌두교 사원은 11-12세기에 유명한 앙코르 와트 건설을 지휘했던 왕들에 의해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 1백여 년 전 캄보디아를 식민지배하던 프랑스는 태국과의 합의를 통해 프레아비히어를 캄보디아 지도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수십 년 후 태국은 이 지도의 유효성을 부인했다. 1954년 캄보디아 독립 직후 태국은 사원을 점령했고 캄보디아는 사건을 국제재판소로 가져갔다. 1962년 국제사법재판소는 캄보디아의 영유권을 인정했고 태국군은 철수했다.

 

크메르 루즈 시절 이후 수십 년간 계속된 캄보디아 내전 동안 일반인들의 접근이 힘들었던 사원은 1990년대 말 지뢰를 제거한 후 마침내 재공개됐고 관광객들이 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태국군은 2001년 말 주변 지역 수질 오염을 이유로 거의 일 년 이상 사원 접근을 막았다. 2008년 7월 유네스코는 캄보디아의 신청을 받아들여 프레아비히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지만 태국은 결정에 불만을 표시했고 결국 양국의 교전으로 이어졌다. 어쨌든 세계문화유산 지정으로 문제는 공식적으로 일단락됐지만 사원 주변 지역의 영유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어 사원을 둘러싼 간헐적인 무력 충돌의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로선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무력 충돌이 계속될 경우 무엇보다 양국의 관광업 종사자들에게 가장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월 초 중국 신화통신은 트레아비히르 주 관광국장의 말을 빌려 프레아비히어 사원을 방문한 관광객 수는 캄보디아-태국 국경 분쟁의 완화로 안전해진 환경과 도로 등 향상된 기반시설 덕분에 지난 2010년 3.6배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전체 관광객 수는 2009년 1만 7천 명에서 2010년 약 8만 명으로 증가했고 이중 캄보디아 국내 관광객은 3.7배, 해외 관광객은 1.5배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태국 신문들은 캄보디아로 가는 비행기 예약이 약간 취소되긴 했지만 큰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무력 충돌이 재개될 경우 관광 수입 의존도가 큰 양국 관광업계에 주는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캄보디아 총리 "유엔 평화유지군 파견해야"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이번 교전이 "지역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문제해결을 위해 유엔 안보리 긴급소집을 요청했다. 또한 지난 월요일 프놈펜 한 대학의 졸업 연설을 통해 유엔이 평화유지군을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교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엔이 군을 파견해 완충지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태국이 원하든 원치 않든 상관없이 우리는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로 가져갈 것이다."  

 

태국 정부 또한 유엔에  태국군은 단지 "자위"를 위한 대응을 했을 뿐이라며 캄보디아군의 "반복적인 공격"을 비난하는 편지를 보냈다.

 

"태국군은 최대한 자제했으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으로 단지 필요에 의해서만 무력을 사용했다. 또한 공격은 캄보디아군의 공격 지점에 대해서만 이뤄졌다"고 태국 정부는 강조했다.

 

양국의 요청을 접수한 유엔은 반기문 사무총장의 성명을 통해 "깊은 우려"를 표했지만 양국에 "최대한 자제"하고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촉구하며 양국의 오래된 갈등에 직접 개입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아세안(ASEAN) 또한 지역 안보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면서 양국이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캄보디아, '국제사회에서 해결하자'... 태국, '양국이 해결할 문제'

 

간헐적으로 프레아비히어 사원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무력 충돌과 관련해 캄보디아와 태국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와 유네스코를 통해 사원에 대한 영유권을 인정받은 캄보디아는 문제를 국제무대에서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반면 태국은 사원을 둘러싼 문제는 양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개입은 필요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기구의 충고대로 양국의 갈등은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다. 물론 다른 많은 국경 분쟁에서 보듯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무력에 기대는 것은 양국 사이의 증오와 어긋난 애국심을 자극할 뿐이며 빈번한 무력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기 때문에 전략적인 선택이라 할지라도 결코 옳은 방법이 아니다.

 

무엇보다 그 때마다 사망자 발생은 물론 무고한 수백, 수천 명이 피난길에 오르고 생계에 위협을 받아야 하는 교전 상황을 야기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책임지고 지원해야 하는 양국 정부와 군이 선택할 문제해결 방법은 아니다.  


태그:#캄보디아 태국 분쟁, #프레아비히르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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