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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양강처녀 동상과 소양2교.
 소양강처녀 동상과 소양2교.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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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계속되는 한파로 길이 꽁꽁 얼어붙었다. 길가에 쌓인 눈이 좀처럼 녹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눈이 녹아 얼음이 되고, 그 위에 다시 눈이 덮이는 날이 되풀이되고 있다. 차나 사람들이 잘 지나다니지 않는 길은 제설 작업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눈이 녹지 않아 햇빛이 반사되면서 온도를 더 떨어뜨리고 있다니, 아무래도 올겨울은 이런 악순환이 계속될 모양이다.

이제 눈이 녹아 없어지는 건 일찌감치 포기했다. 강추위가 다음 달까지 계속된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이 지경이 되면, 강추위도 '일상'이고 내린 눈 위에 또 눈이 내리는 것도 '다반사'다. 환경이 바뀐 게 분명한데, 인간이 바뀌지 않고 견딜 재간이 없다. 인간의 힘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환경이 아닌데, 적응을 하지 않고 살아갈 방법이 없다.

눈 내리는 날이 계속되고, 내린 눈이 채 녹기도 전에 그 위로 다시 눈이 쌓이는 걸 보면서, 눈을 핑계로 자전거를 멀리 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이제는 길 위에 눈이 덮여 있는 날이 일상이 되고 있다. 그러니 눈 덮인 길 위에서 자전거를 타는 일 또한 일상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래도 여전히 자신이 없어, 그나마 근래 보기 드물게 따뜻하다는 날을 택해 자전거여행을 떠난다. 지난번에 강촌으로 자전거여행을 갔다 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경춘선을 이용하기로 한다. 이때쯤 자전거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곳으로는 아무래도 춘천이 가장 만만해 보인다. 이날(21일)의 기온은 서울의 경우 최하 영하 10도, 최고 영하 3도다. 그리고 춘천은 최하 영하 15도, 최고 영하 1도였다.

인도와 자전거도로가 확연히 구분이 된 소양2교

 '물안개 피어나는 야생화 산책로'라고 이름이 붙은 길. 자전거 겸용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눈이 덮여 있어 조심스럽게 지나가야 한다.
 '물안개 피어나는 야생화 산책로'라고 이름이 붙은 길. 자전거 겸용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눈이 덮여 있어 조심스럽게 지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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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은 자전거여행을 하기에 적합한 도시 중에 하나다. 자전거도로 같은 설비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볼 수 있는 관광지가 많은데다, 거대한 호수를 품고 있는 도시답게 주변 풍경이 무척 아름답고 시원하기 때문이다.

이날 여행은 경춘선 종착역인 춘천역까지 전철을 타고 가서 춘천에서 소양강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간 다음, 그 곳에서 다시 배를 타고 들어가서 오봉산 아래 자리를 잡고 있는 청평사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으로 정했다. 눈길에 자전거를 타고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배가 뜨는 시간에 맞춰 선착장에 도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여서 조금 서두른다.

춘천역에 내려서는 역 앞 광장에서 왼쪽으로 나 있는 길로 방향을 잡는다. 다른 승객들은 보통 정면으로 나 있는 길을 걸어 시내로 진입한다. 방향을 잘 모르거나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할지 알 수 없을 때는 광장에서 길 안내를 해주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만약에 소양강댐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면 남춘천역이나 춘천역에서 내려 버스(11번, 12-1번)를 타면 된다. 두 버스 모두 승객들을 소양강댐 위에 내려준다.

역에서 소양강까지 그리 멀지 않은 거리다. 역 광장에서 도로로 들어설 때, 도로 왼쪽에 있는 인도 위로 자전거도로가 있다는 점에 유의하자. 도로에 따로 갓길이 보이지 않는다. 바로 도로로 들어서기가 망설여지면,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게 좋다. 소양강가로 접어들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강물 위에 높게 올려 세운 소양강처녀 동상이다. 한겨울에도 여전히 짧은 한복을 입고 있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 동상의 무릎이 유난히 시려 보인다.

소양강처녀 뒤로 보이는 다리가 야경이 아름답다는 소양2교다. 이 다리가 가진 미덕은 다른 다리에서는 볼 수 없는, 넓은 인도와 자전거도로다. 상판에 인도와 자전거도로까지 분리가 되어 있는 다리는 지금까지 내가 본 것으로는 이곳이 유일하다. 그런데 오늘은 이 다리도 눈이 덮여, 인도고 자전거도로고 할 것 없이 온통 눈밭이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페달을 밟는다. 그나마 아직 눈이 얼어붙지 않은 게 다행이다.

 자동차 겸용 자전거도로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길. 이 표지판은 상식에 어긋난다. 자동차 전용도로가 아닌 한, 세상의 모든 도로는 다 자전거 겸용이라 따로 표기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겸용 자전거도로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길. 이 표지판은 상식에 어긋난다. 자동차 전용도로가 아닌 한, 세상의 모든 도로는 다 자전거 겸용이라 따로 표기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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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국수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막국수체험박물관

소양2교에서 소양강댐으로 가려면 강 상류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 소양2교에서 강 상류쪽 제방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길은 멀리 있지 않다. 다리 밑으로 반대편 제방으로 건너가는 길이 있다. 다리 밑을 지나가면 제방 위로 산책로 겸 자전거도로가 나온다. 그 길이 우두산 충렬탑 근처까지 이어진다.

아파트 아래를 지나가는 길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이 길 역시 하얗게 눈이 덮여 있다. 산책을 나온 동네 주민들이 두터운 외투를 걸치고는 조심스럽게 그 길을 오간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강변 풍경이 무척이나 조용하고 한적하다. 도심을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맑은 강가에 한가한 전원 풍경이 펼쳐지는 게 호반의 도시답다는 생각이 든다. 발밑에서 뽀드득 눈 밟히는 소리가 요란한데, 그 소리마저 들리지 않으면 적막강산이 따로 없을 것 같다.

 막국수체험박물관 전경
 막국수체험박물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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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렬탑 표지판이 서 있는 곳에서 신북사거리까지는 도로 위를 달린다. 신북사거리에서 잠시 막국수체험박물관을 들러간다. 소양강댐을 향해 가는 길에서 좌회전 후 약 2km를 들어가면, 지붕 위에 면을 뽑는 기구 모양의 조형물이 얹혀 있는 막국수체험박물관이 나온다. 막국수는 여행객들이 춘천에서 가장 많이 찾는 음식 중에 하나다. 또 춘천에서 흔히 보는 음식점 중 하나가 막국수집이다.

춘천에 와서 막국수 한 그릇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런 막국수를 직접 만들어서 먹어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 이 박물관이 춘천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그런 기회를 제공한다. 메밀을 반죽해서 면을 뽑고는 물에 삶아 낸 다음, 양념을 해서 먹기까지 그 모든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소양강가를 달리는 제방길. 물 흐르는 소리가 청아하다.
 소양강가를 달리는 제방길. 물 흐르는 소리가 청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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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허리를 타고 소양강댐 위로 올라가는 길이 절경

박물관을 나와서는 다시 신북사거리로 돌아와 길을 건넌다. 그리고는 소양강댐 쪽으로 방향을 꺾자마자 바로 오른쪽 제방 길로 들어선다. 제방 위로 소형차 두 대는 거뜬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비포장 길이 나온다. 길은 곧게 뻗어 있지만, 눈밭이라 속도를 내기가 어렵다. 듬성듬성 자갈이 드러나 있는 걸로 봐서, 눈이 덮여 있지 않았다 해도 애초 속도를 내기는 어려웠을 길로 보인다.

그 길 아래로 강물이 힘차게 흘러내려가는 여울물 소리가 들려온다. 꽤 맑고 상쾌한 소리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이런 여울물을 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강에서 물 흐르는 소리를 듣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이렇게, 하얀 눈 밭 위에 서서 강물이 거침없이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알 수 없다. 생각만 해도 가슴 아픈 일이다. 이 제방길이 소양댐이 있는 곳까지 계속 되면 좋겠지만, 이 길 또한 중간에 아스팔트 도로와 만나게 되어 있다.

 소양강댐 올라가는 언덕길
 소양강댐 올라가는 언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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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댐 아래에 있는 주차장에서 댐 위까지 올라가는 길은 2km 가량 되는 오르막길이다. 댐 위까지 산허리를 감아 도는 비탈길을 올라가야 한다. 경사가 그리 심한 편은 아니어서 약간의 인내심을 발휘하면 끝까지 자전거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힘은 들지만, 이 길 위에서 바라다보는 경치가 꽤 아름답다. 왼편은 절벽이고, 오른편으로는 멀찍이 떨어져 있는 댐이 높게 올려다 보인다.

댐 위로 올라서면 산과 산이 물을 가득 채운 소양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보이는 것 모두 눈 덮인 산과 그 산들의 허리를 적시고 있는 차가운 물뿐이다. 날이 추운데도 댐을 찾아온 사람들이 꽤 많다. 이 역시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이 되고 난 후에 일어난 변화 중에 하나다. 여행객들 중에 나이 든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다. 어린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나 젊은 연인들이 눈에 많이 띈다.

소양강댐에서 청평사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내려간다.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한 젊은 연인이 손을 잡고 뛰어간다. 배 떠날 시간이 가까워진 까닭이다. 덩달아 내 마음도 급해진다. 소양강 선착장에서 청평사 선착장까지 약 10분 정도 걸린다. 배에서 내려 청평사까지 들어가는 데 다시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청평사에서 되돌아 나오는 마지막 배는 오후 5시에 있다. 마지막 배를 놓치지 않으려면 시간 계산을 잘해야 한다. 배는 30분 간격으로 뜨고, 뱃삯은 중학생 이상 모두 6000원(왕복)이다.

마지막으로 배에 올라타느라 미처 몰랐는데, 배 안이 여행객들로 가득 찼다. 앉아 있을 곳이 마땅치 않다. 그나마 배에 탈 수 있어서 다행이다. 선착장을 떠난 배가 소양호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이 지나간다. 산들이 사방으로 호수를 에워싸듯이 높이 솟아 있다. 마치 거대한 협곡 사이를 배를 타고 지나가는 느낌이다.

 물빛이 몹시 차가워 보이는 소양호
 물빛이 몹시 차가워 보이는 소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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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를 사랑하다 마침내 상사병으로 죽은 청년

청평사는 오봉산 계곡 안에 들어앉아 있어 밖에서는 들여다 보이지 않는다. 산이 높고 계곡이 깊은 만큼, 청평사는 오랜 역사를 지켜온 사찰이다. 973년(고려 광종 24)에 창건돼, 폐사와 중건을 거친 끝에 1550년(조선 명종 5)에 보우선사가 절을 크게 중건하면서 청평사로 개칭했다. 역사는 오래 됐지만, 현재 남아 있는 유물은 얼마 되지 않는다. 회전문(보물 제164호)과 돌 축대 등에서 겨우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있고, 나머지 건물들은 대부분 근래에 신축한 것이라고 한다.

 당나라 공주와 상사뱀 동상.
 당나라 공주와 상사뱀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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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사는 그 역사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청평사를 향해 올라가는 길에 매우 특이한 형상을 하고 있는 동상이 하나 보인다.

한 여인이 얼어붙은 계곡물 한가운데 바위 위에 걸터앉아서는 오른손 위에 뱀 한 마리를 올려놓고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꽤 야릇한 풍경이다. 이 동상은 청평사에 전해져 내려오는 '공주와 상사뱀'에 관한 전설을 형상화한 것이다. 공주와 뱀이라니, 서로 연관을 짓기가 힘든 대상인데 어떤 사연을 들려 주려고 하는 건지 궁금하다.

옛날 중국에 당나라 공주를 짝사랑한 청년이 있었다. 그 청년이 이루지 못할 사랑을 꿈꾸다 상사병으로 죽은 뒤에 뱀으로 환생한다. 그리고는 공주가 잠든 방으로 기어들어 공주의 몸을 칭칭 감아 버린다. 그 후 공주는 뱀에게 묶여 사는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상 여러 곳의 사찰을 순례하며 기도를 올린다.

나중에는 신라의 사찰을 순례하다 청평사까지 오게 된다. 이곳에서 공주가 저 혼자 절에 들어가고 싶다고 하자, 뱀이 잠시 공주를 풀어준다. 공주는 청평사에서 기도를 올린다. 그러자 마침내 그 기도가 통했던지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진다. 뱀이 그 벼락을 맞아 죽고, 공주는 자유의 몸이 된다. 공주는 뱀을 정성껏 묻어주고 제 나라로 돌아간다.

전설은 당나라 공주와 그 공주를 짝사랑한 한 청년이 죽어서 뱀으로 환생한 뒤에도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하지만 얼핏 봐서는 이 전설이 후세 사람들에게 무엇을 말해주려고 한 것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공주와 한 평범한 남자 사이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주에게 해코지를 한 청년을 징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전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

 청평사 대웅전
 청평사 대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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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이 진정한 사랑이 될 수는 없다는 교훈을 말해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역시 억지로 꿰맞춘 꼴이다. 이야기 내용도 다소 황당해 보인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전설은 현실과 동떨어진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허무맹랑하기만 한 이야기도 아니다. 전설이 일깨우려고 했던 것이 무엇이든, 사람들은 이 전설에서 사랑 때문에 상사병까지 앓다 죽은 한 남자를 접하게 된다.

그에게서 신분이나 뱀의 형상을 한 겉껍질 같은 것을 벗겨내면, 그는 어느 시대 어디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다. 그가 죽어서 뱀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역시 꽤 직설적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인연을 맺기가 불가능하기에 '뱀'이라는 폭력적 굴레를 사용한 것인데, '사랑(두 인간 간의)'을 향한 인간의 집착을 그 이상 잘 묘사하기도 힘들다. 앞으로 계층 간의 이루지 못할 사랑이 점점 더 많아질 테니, 이 역시 지독히 '현실적'이다.

이런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곳이면, 연인들이 기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상사뱀 전설이 전하는 빗나간 사랑의 종말과는 다르게, 젊은이들 사이에 청평사에 다녀오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사실 서로를 '죽도록' 사랑해도 모자라는 사람들에게 상사뱀의 애끓는 사랑 외에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부디 그들의 사랑이 최소한 상사뱀이 연을 맺으려 했던 사랑보다 더 오래 지속이 되기를 바란다.

 청평사로 들어서는 문을 대신하는 소나무 2그루. 그 뒤로 보이는 것이 상사뱀이 벼락을 맞고 돌아섰다는 회전문(보물 제164호).
 청평사로 들어서는 문을 대신하는 소나무 2그루. 그 뒤로 보이는 것이 상사뱀이 벼락을 맞고 돌아섰다는 회전문(보물 제1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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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사에서 나와 다시 배를 타고 소양강댐에 도착한 시간이 어느새 오후 5시다. 앞으로 해가 떠 있는 시간이 채 1시간이 남지 않았다. 그 시간에 자전거를 타고 춘천역까지 되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소양강댐에서 버스에 올라탈까도 생각했지만, 기왕 자전거여행을 나선 거 춘천역까지 다시 있는 힘껏 자전거 페달을 밟기로 한다.

아니나 다를까, 중간에 해가 똑 떨어진다. 해가 지면서 길이 더욱 미끄러워진 느낌이다. 낮에 햇볕을 받아 살짝 녹은 눈이 얼음이 되고 있는 탓이리라. 해가 지면서 기온도 급격히 떨어진다. 가만히 서 있으면, 몸이 덜덜덜 떨려온다. 아무래도 해가 진 뒤에 자전거를 타는 건 무리다. 이 겨울 자전거여행은 해가 지기 전에 끝마치는 게 상수다.

겨울철 자전거여행은 무엇보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최고다. 한여름에 차가운 빙수를 입 안 가득히 물고 있을 때의 느낌 그대로다. 하지만 요즘은 추워도 너무 춥다. 동상 환자들이 예년에 비해 서너 배가량 증가했다니, 함부로 바깥나들이를 할 날씨는 아니다. 그렇다고 겨울 내내 방 안에만 틀어박혀 지낼 수는 없으니 밖에 나갈 때는 보온에 특히 신경을 쓰는 게 좋겠다.

 해질 무렵의 소양강 풍경
 해질 무렵의 소양강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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