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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발을 들여 놓은 지 7년. 겨우 주일 성수를 하는 '선데이 크리스천' 정도의 신앙심밖에 없는 나에게 최근 그나마 가지고 있는 하나님에 대한 부실한 신념마저 흔들리게 하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신문지상에서 대형교회 목사들의 비리들이 오르내릴 때만 해도 설마 내가 다니는 교회는 아니겠지 하는 기대가 있었다. 삼일교회 목사와 왕십리교회 목사의 성도 성추행에서 목동 제자교회 목사의 재정 비리와 대통령이 장로로 있는 소망교회 목회자 폭력사태까지.

교회 관련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한국 기독교는 대형교회 때문에 욕 먹는다고 비판하면서도, 설마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그 같은 문제들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가 다니는 B교회는 장년 성도 6천 명, 총 성도 1만여 명을 넘는 대형교회다. 한 달에 4억5천만 원의 십일조가 들어오는 교회의 연간 예산은 100억 원을 넘는다. 어지간한 기업체와 맞먹는 규모의 재정이지만 지난 7년간 단 한 번도 내가 드린 헌금과 십일조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교회니까' 사회의 어떤 조직보다도 깨끗하고 바르게 집행되고 운영되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요즘 더 이상 십일조를 내지 않고 있다. 내가 낸 십일조가 바르게 그리고 깨끗하게 집행되고 있지 않다는 강한 의심을 가질 만한 일들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17박 18일 미국횡단 여행에서 목격한 담임목사의 '추한 행동'

미국 횡단 여행중 목사의 모습을 기록한 C권사의 일기
 미국 횡단 여행중 목사의 모습을 기록한 C권사의 일기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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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어떻게 해야 되나요? 저는 요즘도 매일 매일이 지옥 같아요. 저 좀 살려주세요."

두 달 전 어찌할 바를 모르고 혼란스러워하는 교우 A집사를 만났다. 그 내용은 이랬다. 그녀가 담임목사와 비서목사를 포함한 12명과 함께 17박 18일(2010년 10월 11일~ 28일)의 미국횡단 여행을 다녀왔는데 여행 내내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담임목사의 추한 행동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A집사의 증언에 의하면 여행에서 담임목사가 함께 갔던 B집사(유부녀)와 번갈아 가며 운전했는데, 운전석과 조수석에 나누어 탄 두 사람이 "사랑이 넘치는 부부나 열렬한 연인 관계"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신체접촉(눈을 맞추고, 반말을 하거나, 손을 잡고, 서로의 팔을 주물러 주며, 하나의 음료나 식사를 서로 나누어 먹고 마시는 등)을 너무나도 익숙하게 주고받아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요세미티 공원에서는 산책 중에 둘만 일행에서 처졌는데 목사의 손이 B집사 엉덩이를 쓰다듬는 장면까지 보게 되었어요. 제가 사진찍다가 늦어져서 맨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는데 우연히 본거죠. 목사님도 민망했던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시치미를 떼고 이리 와서 함께 사진 찍자고 하는데 그땐 정말 제정신이 아닌 것 같더라구요."

당시 같은 차에 동승했던 C권사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C권사는 혹시라도 기억이 잊힐까 두려워 적어 놓았다며 당시 심정을 적은 일기까지 보여주셨다.

"늙은 내가 공연히 거길 따라가서 못 볼 꼴만 보고 왔네. 어떻게… 목사라는 사람이… 차안에 쿵작거리는 디스코 음악을 틀어놓고 둘이서 손뼉을 마주치며 신나서 노는데 이건 세상 사람의 모습만도 못한 거야. 보기 싫어서 차에 타는 것조차 두렵더라니까."

목사와 한 차에 동승했던 여성도들은 두 사람의 밀월여행에 들러리로 온 것 같아 모욕감은 물론 그들의 뻔뻔함에 참을 수 없는 구토감을 느끼며 홀로 돌아오고 싶은 심정으로 지옥 같은 여행을 했다고 증언했다.

목사의 추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자신을 수행하는 비서목사와 남녀 성도 12명을 모두 데리고 미국문화체험을 한다는 명분으로 토플리스 차림의 무희가 대거 등장해 선정적인 군무를 보여주는 '쥬빌리쇼'까지 관람했다고 한다.

목사와 함께하는 성스럽고 은혜 충만한 여행을 꿈꾸었던 성도들의 충격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였고, 지금까지도 그때의 충격으로 심리적인 공황상태로 인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사죄문을 수석목사에게 보내 대독하도록 한 담임목사

처음 그녀의 하소연을 들었을 땐 '설마?'라는 생각에 혹시 목사에게 쌓인 개인 감정으로 헛소문을 퍼뜨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소문을 들은 다른 이들의 반응 역시 나와 다르지 않았다. 지금까지 성도들에게 보인 목사의 근엄하고 영민한 모습을 떠올리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국 여행시 부적절한 성추문에서 시작된 목사의 스캔들은 불건전한 재정 운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일파만파 커져나갔다.

"목사가 무슨 돈으로 미국 횡단 여행을 해?"
"목사 연봉이 6억 원이래. 더구나 세 딸 유학비로 일 년에 3억 원을 썼다던데?"
"말도 마… 그것뿐이 아니야. 세 딸이 방학 때 한국에 들어올 때도 비즈니스석을 이용했고, 사모 차 사주고 사무실 내고, 임대료도 내주고, 당회 승인도 없이 펀드를 100억대로 넣어서 반 토막을 냈다던데?"
"어쩐지… 그래서 2∼3년 전부터 더 그렇게 헌금 내라고 매주 난리였구먼…."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것은 불과 한 달 후인 2010년 12월 12일. 2010년과 2011년의 예산결산위원회가 열리는 제직회 자리에서 담임목사 주변에 떠돌던 갖가지 소문이 폭로되었다. 목사는 가타부타 말없이 냉정한 표정으로 묵비권을 행사하며 제직회를 진행하더니, 일주일 후인 12월 19일에는 '교인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사죄문을 수석목사에게 보내 대독하도록 했다.

"저는 지난 10월, 3주간의 미국 휴양 기간을 통해 일부 성도들과 미국 횡단 여행을 가며 적절치 못한 행동과 판단을 함으로써 동행한 성도님들께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주었고, 본 교회에서의 주일 성수를 범하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년 전부터 매주 목요일 일부 성도들과 산행을 하며 특별한 친분 관계를 보임으로써 교회 공동체에 어려움을 초래하였고, 목요 산행의 문제점을 지적한 많은 성도들의 권면을 귀담아듣지 아니하고 지속하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난 2007년 교회의 제반 기금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이는 그 의도와 결과가 어찌됐든 교회 재정 운영 방법으로는 매우 적절치 못함을 자인합니다. 또 목회비와 특히 자녀 유학비를 과도하게 지출하는 등 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성도님들께 고귀한 땀과 눈물로 소출하여 하나님께 정성으로 바친 헌금을 과용하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2010년 12월 15일 부끄러운  목사 올림)"

재정보고에서 확인된 담임목사 관련 지출내역은 ▲ 사례비 1억5300만 원(월 900만원 12회, 상여금 5회, 세금 교회부담) ▲ 목회비 6000만 원(월 500만원 12회) ▲ 대외협력비 1억5400만 원(교회법인카드 사용) ▲ 세 딸 미국 유학비 2억300만 원(교육비·체류비·왕복항공료) ▲ 사모차량구입·유지·사택관리비·의료비 등이었다.

사죄문을 발표하고 1년간 안식년에 들어가기로 약속한 그 시점만 해도 목사에 대한 성도들의 태도는 측은지심이었다.

"목사도 사람인데 실수할 수 있지."
"일 년 동안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기도하고, 회개해서 새사람이 되어 돌아오면 하나님이 다시 세우시겠지."
"잘못했다고 인정하는데 믿고 기다리자."

성도들은 일말의 기대와 안도감을 가졌다. 성도들의 지성적이며 차분한 대처가 목사와 교회에 아무런 상처도 내지 않으면서도 교회의 분란을 가라앉히고 바르게 세우는데 큰 역할을 했으니 앞으로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소홀했던 감사를 바르게 하고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재정비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신문방송을 떠들썩하게 했던 다른 교회들처럼 교회당 안에 폭력과 욕설, 편 가름과 삿대질이 오가지 않고도 목사의 비리를 바로잡고 교회를 바로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모두가 성숙한 신앙인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서로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내기도 했다.

사죄문 '무효' 선언하고 교회 재정 감사에 노회 끌어들여

그러나 그것은 순진한 성도들의 착각이었다. 사죄문을 발표한 목사는 반성의 안식년 대신 교회 내 자신을 지지하는 일부 장로들과 총무들, 교구장들을 규합했다. 발표했던 사죄문조차 자신에게 불리해 질 듯하자 "자신이 쓴 것 아니다" 라고 했다가 다시 "자신이 썼다"고 번복하더니 사죄문 발표가 있던 날 나온 당회 결정마저 당회장인 자신이 없었으므로 무효라고 선언했다.

교회 일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고 한 안식년 약속을 깨고 나온 목사는 임시당회를 소집하고 당회장 자격으로 교회 재정 감사를 노회에 맡기는 것으로 의결해버렸다. 투명한 재정감사를 통해 깨끗한 교회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성도들이 제안해 만든 재정감사위원회의 감사를 받기가 두려웠던 것이다.

도대체 회계 장부 속에 무엇이 있기에, 얼마나 크고 무서운 비리가 숨겨져 있기에 목사와 장로들이 당회와 목사라는 권력을 이용해 성도들과의 약속을 깨고 요구를 원천봉쇄하기위해 노회를 끌어들이려 했던 것일까? 목사는 성도들에 의해 회계장부가 파헤쳐지는 것보다는 그동안의 친분으로 자기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되는 노회에 감사를 맡기는 편이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비리에 연관된 교회에 다니는 성도로서 이런 기사를 쓰게 된 것이 참으로 참담하다. 어쩌면 당회에서는 이 같은 기사를 썼다는 이유를 들어 나의 교적을 박탈하는 등의 징계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물론 교회를 사랑하고 그 치부를 감싸고 싶어하는 개신교인들의 질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나는 교회와 목사의 비리에 눈감고 입 다물어 교회가 타락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방관하는 비겁한 성도가 되기보다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아픔을 드러내기로 결심했다. 목사의 잘못된 행동이 알려지게 된 두 달 전부터 오늘까지 매일 밤을 새워 가슴을 치고 눈물로 기도하는 수많은 성도들의 찢어지는 신음과 기도소리가 들려 잠을 이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담임 목사는 11일 수석목사를 통해 "아직 거취를 표명하기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만 답변했다. 아울러 현재 성도들이 요구하는 재정감사 등에 대해서는 공식답변을 내지 않았다.


태그:#목사, #연봉 6억 목사,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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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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