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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을걷이가 끝난 농촌 밭에는 무엇이 자라고 있을까. 남편 후배가 충청도 홍성 신동리 마을이란 곳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떠난 농촌에서 어르신들의 손발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모양이다. 후배목사는 목회를 하면서 짬짬이 농사도 짓고 어르신들의 밭에서 나는 농작물을 도시와 연계도 해주고 한다.

 

얼마 전부터 포털사이트에 '신동리체험농장ch'라는 카페를 개설하더니 그곳에다 동네소식과  그곳에서 생산되고 있는 농작물도 소개하면서 도농 간 교류에 힘을 쏟고 있다.


'냉이랑 농촌체험 하세요'

 

지난 가을에는 '수세미걷이' 체험을 기획하더니 이번에는 냉이다. 봄도 아니고 12월 한복판에 무슨 냉인가 하는 생뚱맞은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사람들한테 알려서 함께 가자고 한다. "냉이요? 이 겨울에?" 모두들 뜨악하다. 하기야 사계절 내내 슈퍼에서 냉이를 보기는 본다. 이제는 비닐하우스에서 각종 채소들을 재배해 생산하니 채소들이 나오는 적정 계절도 잊게 생겼다.

 

아무튼지 지난 토요일, 냉이는 봄볕 따뜻한 날 캐어야 제 맛이지 하면서도 어렵게 꾸려진 체험단을 따라나섰다. 초등생 4명, 유치원생 1명, 어른 3명을 9인승에 꽉 채워 태우고 신동리마을에 도착했다.

 

 

밭에서 거둘 것이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시골 논밭은 갈색이다. 모든 것이 땅 속에 숨었다. 들녘에 띄엄띄엄 있는 집들도 겨울햇볕에 조용히 엎드려 있다. 마을에는 주로 어르신들만 사신다. 그런 곳에 아이들을 풀어 놓으니 "아이고 오랜만에 아들(아이들) 소리를 듣네" 하신다. 사모님이 만들어준 냉이 빈대떡에서 미리 봄 향기를 맛보았다. 입속에서 살근살근 씹힐 때마다 냉이향이 가득하다.


추수가 끝난 휑한 논밭을 둘러보자니 군데군데 파란 잔디 같은 풀들이 깔려 있는 게 보인다. 몇몇 어르신들이 햇볕바라기를 하듯 엎드려 그 파란 작물을 캐신다. 냉이다. 그렇게 캐어 놓으면 중간상인들이 짬짬이 들러 수거해 간다고 한다.

 

 

"이곳에는 비닐하우스에서 키우지 않고 노지에 씨를 뿌려 키웁니다. 가을 고추농사가 끝난 밭에 냉이 씨를 뿌리고 약 2달 정도가 지나면서부터 수확을 하죠" 하얗게 눈을 뒤집어 쓴 속에서도 잘 자라기에 봄 농사지을 때까지 캘 수 있으며, 씨앗은 종묘상에서 사오는 것이 아니라 각 자의 밭에서 종자 냉이를 키워 갈무리해 두었다 쓴단다.


목사님은 냉이의 유래와 냉이의 효능에 대해 설명을 하고, 밭주인 할아버지는 어떻게 캐는지 우리들에게 시범을 보이신다. 호미와 장갑과 비닐봉지를 할당받은 우리들은 지체 없이 밭에 엎드렸다. 꾀를 부릴 것 같았던 아이들이 더 열심이다. 밭고랑에 털퍼덕 앉아서 열심히 호미질을 한다. 도심의 아이들이 흙을 만지는 놀이(?)에 흠뻑 취했다. 바람도 없는 겨울들녘의 햇볕은 따스하게 사람들 등에 내려앉는다. 비닐하우스가 아닌 자연 그대로를 벗 삼을 수 있어 금상첨화의 농촌체험을 하게 되었다.

 


"냉이는 채소 중에 단백질 함량이 가장 높은 게 특징입니다. 또 알칼리성 식품으로 칼슘, 철분, 망간도 많이 들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특수성분으로 인한 약리 효과도 높습니다" 냉이를 캐는 우리 옆에서 목사님의 냉이사랑 설교는 끝이 없다. 무쳐도 먹고, 국도 끓여 먹고, 전도 부치고, 효소도 만들어 먹을 수 있으며 어린이 성장발육에도 좋고 노화방지 에도 좋고, 등등...아주 좋은 나물이니 평소에도 자주자주 해 먹으란다.


주인 할아버지는 시범만 보이시고 들어가시더니 대신 할머니가 나오셨다. 뿌리가 깊게 박힌 냉이를 뽑느라 아이들과 함께 낑낑거리는데 시원시원 뭉텅이로 뽑아내신다.

 

"어르신 손놀림이 젊은이 같다"는 말에 "뭘 어렵다고" 하시며 우리들 봉지에 듬뿍듬뿍 채우신다. 뿌리가 실한 것을 하나 뽑아 장갑으로 쓱쓱 문질러 흙을 털어내고 입에 넣었다. 달큰하면서도 진한 향이 입안을 채운다. 냉이를 캐는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하고 행복해 보인다.

 

 

사택에서 차려준 점심을 맛있게 먹고, 아이들은 뒤풀이로 논밭을 뛰놀았다. 그런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자연의 속성을 몸으로 체득해볼 이런 도농간 교류가 많이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마다 캔 냉이 봉지를 발밑에 오도카니 내려놓고 잠에 빠진 아이들로, 돌아오는 차 속은 조용하다. 서로 맞댄 머리들이 정겹다.


태그:#신동리체험농장CH, #냉이캐기, #충청도, #홍성, #신동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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