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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6·2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정치에 대한 뜨거운 논의를 꾸준히 보도했다. 한국정치에 어떤 가치와 정책을 담을 것인가 여러 갈래 고민도 담았다. 한국정치의 대변신을 위한 토론과 논쟁의 제2부 '의제와 담론' 편을 시작한다. 이념적 스팩트럼을 통해 정당 간 통합의 가능성을 타진해본다. 네번째로는 '신사민주의론'을 다룬다. [편집자말]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자신의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국가의 역할이 전무한 상황을 우려하면서 "21세기 국방의 의미는 바로 복지"라며 "현대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가 외부로부터의 위협과 내부로부터의 위협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것인데 현 이명박 정부는 아무것도 제대로 하는 게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자신의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국가의 역할이 전무한 상황을 우려하면서 "21세기 국방의 의미는 바로 복지"라며 "현대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가 외부로부터의 위협과 내부로부터의 위협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것인데 현 이명박 정부는 아무것도 제대로 하는 게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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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대표가 젊은 분인데 북한 3대 세습을 비판하지 않는다면 그건 종교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일 게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국의 대형교회를 보라. 아무리 비판해도 변화하지 않는다. 계몽주의 이후 진보운동이 발전한 건 과학적 비판 때문이다. 도그마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한다. 21세기 진보정당이 나갈 길을 퇴행적인 데서 찾는다면 누가 미래를 걸겠나."

한국의 대표적 진보지식인 중의 한 사람인 신광영(56)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비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민주노동당을 겨냥했다. 21세기 진보정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의 진보정당이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지 못한다면 삼성의 이재용 3대 세습도 비판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늘 보편주의를 주장하면서 북한에게 이중잣대를 적용한다면 진보가 자멸하는 길 아니고 무엇이냐는 게다. 21세기 진보정당이 퇴행적인 데서 나아갈 길을 찾는다면 거기에 미래를 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신 교수는 6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2012년 진보집권플랜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21세기 진보정당들이 취해야 할 태도와 관련해 분명한 자기 입장을 전달했다. 퇴행적 권위주의적 과거지향적 태도와는 안녕하고, 미래지향적 가치중심적으로 활동해야 진보정치에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한국의 진보정당들은 북유럽의 보수정당에서 배우라며 어떻게 연립정부에 성공했는지, 무엇을 먼저 합의하고 연대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도저히 합의할 수 없는 정책은 뒤로하고 우선 예산부터 합의하고, '그림자 내각 정치놀이'를 통해 사람을 정한 뒤에 정책협의를 해도 늦지 않는다는 얘기다.

안 되는 정책부터 합의하려고 하면 지루한 싸움만 길어지게 되니 보다 더 현실적이고 가능한 방향으로 연합정치의 판을 짜라는 충고다.

그는 "스웨덴 보수당의 전략에서 한국의 진보정당이 배울 게 있다"며 "예산(돈)→장관(사람)→정책 순으로 합의해 국민 공표하는 방식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쉐도우캐비닛 놀이를 야 5당은 물론 야권단일정당운동을 하는 '민란운동'에서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고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해법, 사회적 합의 통한 혁신모델 개발"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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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신 교수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국가의 역할이 전무한 상황을 우려하면서 "21세기 국방의 의미는 바로 복지"라며 "현대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가 외부로부터의 위협과 내부로부터의 위협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것인데 현 이명박 정부는 아무것도 제대로 하는 게 없다"고 비판했다.

진보진영은 이처럼 무능한 이명박 정권의 퇴행적 행태에서 새롭게 '복지국가의 비전'을 세우고 논리와 담론으로 무장해 중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의 쉬운 용어로 체감되는 복지국가의 상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설파했다.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치권에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국민에게 호소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에서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대기업은 전혀 관심이 없고, 노동자들은 각기 처지에 따라 서로 다른 얘기를 하기 때문에 결국 시민단체나 정치권에서 큰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는 "개별 사업장이 풀 수 있는 시기는 넘어갔다"며 "과거에 말했던 사회적 합의를 통해 새로운 혁신모델을 만드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신광영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최근 이창곤 <한겨레> 기자가 쓰고 엮은 책 <어떤 복지국가에서 살고 싶은가>를 감수하셨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복지국가 담론이 화두가 됐는데 긍정적 신호로 보시나.
"하하. 복지담론이 식자층 사이에서 논의되는 것과 일반 유권자 대중이 이해하는 것은 체감온도가 다른 것 같다. 지식인들이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바로 대중의 눈높이다. 대중의 눈높이에서 쉽게 체감되는 방식으로 복지국가 담론도 논의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연구자나 일부 관심계층에서만 논의되는 수준 아닌가?"

- 복지국가 담론논의가 좀 무겁게 가고 있다는 비판이신가.
"복지국가의 구체적인 모습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복지국가가 수립되면 개인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학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나 논리로 제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명박 정부 3년이 지났다. 어떻게 평가하나.
"이명박 정부 역시 노무현 정부와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 집권 초반 노 대통령은 탄핵을 맞이했고, 이 대통령은 촛불국면을 맞았다. 지지층과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기대감이 굉장히 높았다가 일거에 외면받았다. 이명박 정부도 초기엔 굉장히 거창한 구호를 내걸었지만 결국 공염불이 됐다. 노무현 정부 말기 현상과 비슷한 상황을 겪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지난 3년간 이명박 정부를 돌아볼 때 가장 잘못한 정책은 무엇이라고 평가하나.
"상징적인 것과 실질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상징적인 것은 부자감세정책이다. 이것은 신자유주의자들이 내세우는 대표 정책 중 하나다. 대처, 레이건, 부시, 고이즈미, 이명박 모두 마찬가지다. 문제는 감세정책을 통한 정책효과가 나와야 하는데 그게 없다는 점이다. 일자리가 늘고 경제활성화가 돼서 조세수입이 늘어나야 하는데, 아니다. 정부 부채만 늘어났다.

정말 부자감세가 효과를 내려면 내수기업들이 혜택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가 늘어나니까. 그런데 우리 경제구조는 수출 대기업 위주다. 대기업들은 외국시장을 겨냥하기 때문에 일자리를 늘리지 않는다. 그들에겐 그것이 유리하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에서는 일자리가 늘어날 수가 없다. 오히려 줄었다. 감세정책의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 실질적으로 비판할 정책은 무엇인가.
"비정규직 문제다.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시장정책, 고용정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경제정책과 맞물려 있다. 비정규직이 늘어나면 실질임금이 줄어들고 이른바 구매력, 총수요가 떨어진다. 내수가 살아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경제 활성화에 부정적이다.

일본이 지금 이 늪에 빠졌다. 일본의 비정규직은 35%로 한국 비정규직과 같은 비율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 돼 있는데 원인은 바로 비정규직 확대와 내수침체에 있다. 복지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정규직이 확대되니 사람들은 노후가 불안해서 돈을 쓰지 않는다. 결국 극단적인 디플레현상이 나타난다.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으로 집을 사면 그날부터 값이 떨어지는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이게 바로 일본경제의 특징이다.

한국도 비정규직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비정규직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일본과 같은 만성적인 문제에서 벗어나기 힘든 구조로 가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현재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 시스템이 고착화 되면 우리 경제는 만성적인 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일본보다 우리는 수출의존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일본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이미 국내 시장은 그 상황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정규직 해법, 덴마크식이냐 스웨덴식이냐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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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고용문제에서 사민주의(사회민주주의) 방식을 많이 논하던데, 대표적으로는 스웨덴식과 덴마크식이 있다. 덴마크식은 비정규직 문제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을 인정하되,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여러 제반의 문제들을 정부가 복지정책으로 해결해주는 방식이다. 저임금이라면 사회임금으로 정부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게다.

이것은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성을 인정하고, 복지를 강화해서 비정규직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고용안정이 아닌 생활안정 방식으로 문제를 푸는 방법이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인정하고 국가복지를 강화하는 고용활성화 정책인 것이다."

- 스웨덴은 어떤 식인가.
"스웨덴은 아직도 노조가 중심이 돼서 문제를 푼다. 파트타이머로 일하면서 겪는 불이익, 시간당 임금, 복지혜택 등에서 비정규직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없애는 거다. 노조가 개입해서 문제를 풀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 노조의 적극적 개입에 정부와 정당들이 반대하지 않나.
"스웨덴에서 복지는 사회적 합의이기 때문에 진보정당이나 보수정당이나 함부로 손댈 수 없다. '필수적 합의'다. 복지를 건드리면 지지를 못 받기 때문에(웃음) 절대로 건드리지 않는다. 예컨대, 노인이 돼서 건강상의 어려움이 생기면 공공시설로 들어가지 않고 자기 집에서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등 선택의 폭을 넓히는 방식으로는 조절해도 혜택을 줄이지 못한다.

지난여름 스웨덴 정당관계자들을 여럿 인터뷰했는데, 보수당 관계자 한 명이 내세우는 게 스웨덴 남성의 출산휴가제도였다. 스웨덴의 출산휴가는 여성에게 56주다. 남성 필수 출산휴가는 10주다. 그런데 이 사람이 주장하는 건 남성에게도 똑같은 휴가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공히 23주씩. 양성평등 문제를 바라보는 보수당의 인식이 이 정도다. 이 사람이 한국에 오면 꽤 진보정당 축에 들겠지만 스웨덴에선 보수당이다.(웃음)"

- 덴마크식과 스웨덴식 가운데 어떤 방법이 우리에게 맞겠나.
"우리의 노동현실을 보자. 10%가 조직된 노조고, 90%는 미조직 상태다. 기업은 대기업 중심이고, 고용의 90%는 중소기업이 담당한다. 정부는 노동자 전체를 대화파트너로 할 수 없고, 10% 조직화 된 노동자 가운데 5%하고만 대화한다. 그러니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들의 문제를 정부가 앞장서서 해결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문제는 누가 이를 해결할 것인가인데, 결국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고용문제는 결국 정치권에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국민에게 호소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은 관심 없고, 노동자들은 각기 처지에 따라 서로 다른 얘기를 한다. 결국 시민단체나 정치권에서 큰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문제는 현대차 개별 사업장이 풀 수 있는 시기는 넘어갔다. 과거에 말했던 사회적 합의를 통해 새로운 혁신모델을 만드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합의는 일방적 양보가 아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국가의 역할에 대해 회의하는 시각이 많다. 시쳇말로 위협에 처한 국민에게 국가가 해주는 게 무엇이냐는 볼멘소리다. 어떻게 생각하나.
"국방문제가 현안이라고 본다. 국방개념은 내부와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외부로부터의 위협은 외침, 내부로부터의 위협은 질병, 빈곤, 실업 등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외부 위협에만 신경을 썼다.

그러나 현대국가는 국민이 외부로부터 혹은 내부로부터 위협에 노출됐을 때 보호하고 삶의 질을 안정시켜줄 의무가 있다. 실업이나 저임금, 주거 빈곤 등으로 인해 삶의 위협을 받는다면 이건 국가가 국방을 제대로 못 한 것이다."

- 연평도 포격 이후 줄곧 찜질방 생활을 하고 있는 주민들이 시위까지 벌였다.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당연히 난민이 생긴다. 난민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당연히 국가의 시설을 통해 보호해야 한다. 찜질방이라니? 정말 이상한 상황인 것이다. 외부의 위협을 받아 국민이 삶의 터전을 잃었는데 찜질방? 대책이 전무하다는 얘기다.

전면전이 나면 어떻게 할 건가. 찜질방까지 다 무너졌다면? 그땐 온 국민이 어디로 가나? 면밀하게 국민을 방어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가 마련돼야 하는데 이 부분이 너무 허술한 것이다. 태풍, 홍수, 전염병, 빈곤, 실업 모두 개인과 가족의 삶을 위협하는 요소들인데 이런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방어하는 정책과 제도를 잘 구비하는 게 바로 복지국가다."

"박근혜표 복지는 일부 혜택받는 영미식 모델 될 듯"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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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복지국가를 강조한다. 진보와 차별화 된 무엇이 있겠나.
"전두환 취임연설 때도 복지국가 건설 얘기가 나온다. 복지국가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도 복지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웃음) 그럼 복지가 뭐냐?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복지는 시혜성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동정심으로 돈 나눠주고 봉사활동하면 그게 복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복지국가가 아니라는 것의 표징이다. 시혜에 의존하지 않고 제도적으로 국내외의 여러 위협으로부터 보호받고 살아가는 게 복지다. 복지라는 말이 오염된 것이다.

또 복지국가의 중요요소는 민주주의다. 국민의 삶이 총칼로 위협받는데 무슨 복지가 되겠나. 국민의 자유와 민주주의, 삶의 안전을 지켜주어야 체계적인 복지시스템이 구축되는 거라고 볼 수 있다. 출산부터 보육, 탁아, 교육, 주택, 고용, 산재, 의료, 노후에 이르기까지 국민 개개인의 생애과정 전 과정에 걸쳐 촘촘히 복지가 발달돼 있어야 하는데 우린 그런 게 너무 없다."

- 그래서 박근혜표 복지와 진보의 복지는 무슨 차별이 있을까.
"전형적인 시혜성 복지일 것이다. 아직 정확하게 박근혜표 복지가 구체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기는 하나, 대체로 일부가 혜택받는 영미식 복지국가 개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북유럽식 사민주의 복지국가 모델은 아닐 것이다."

- 북유럽식 사민주의 복지국가 모델에서 한국의 진보정당들이 배울 것은 뭐라고 보나.
"유럽의 30년 경험은 한국 진보정당에게 굉장히 중요한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우리 국민은 상당히 오랜 기간 민주주의에 대해 학습했다. 이런저런 대통령과 이런저런 정부, 정책 등을 통해 이제 우리 국민들은 아, 이런 게 좋고 이런 게 나쁘다 정도는 어느 정도 알게 됐다.

- 2012년 진보집권플랜 중 빅텐트론이나 민란, 비민주 진보대통합론 등 다양한 전략적 논의가 진행 중이다. 어떤 선택이 가장 현실 가능성 있다고 보나.
"우리나라의 정치제도는 좀 이상하다. 다당제이긴 한데 유럽처럼 연정은 안 된다. 유럽은 여러 정당들이 결집해서 연합정권을 구성한다. 우리는 1표라도 더 얻으면 집권하게 돼 있다. 이런 정치제도는 굉장히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집권하자마자 소수당으로 전락하게 되고 국민 다수가 지지하지 않는 정당의 후보가 권력을 잡게 되는 역설적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 현실정치가 다당제 형태로 구조화 돼 있다면 정치 안정성 문제를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합정권을 제도화 하거나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권자 과반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만들어지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금과 같은 방식이 계속된다면 다음에도 정치 불안정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 영화배우 문성근의 민란운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시민운동 차원에서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모여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무엇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노무현 정권은 준비되지 못한 정권이었다. 따라서 정책과 지향이 뚜렷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통령은 책임질 큰 무엇을 갖고 있어야 한다. 졸속정책을 하지 않기 위해서다. 따라서 일종의 '섀도 캐비닛' 같은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 구체적인 정책준비를 하자는 얘기다. 유럽의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 그림자 내각(섀도 캐비닛)을 시민들이 만들어보자는 주장인가.
"그렇다. 얼마든지 해볼 수 있는 정치놀이다. 스웨덴 보수당의 전략에서 한국의 진보정당이 배울 게 있다. 그것은 바로 '합의'다. 오랜 세월 사민당이 집권해온 스웨덴에서 보수당은 2006년 선거 전에 연정에 참여할 정당끼리 모여 2004년에 예산을 합의했다.

그 다음 장관을 누가할 것인가 미리 합의했다. 보통 정당 득표율에 따라 자리를 나누는데 이걸 미리 하고 시민들에게 공표했다. 집권에 성공하면 누가 무엇을 하겠다는 걸 다 합의한 것이다. 과거 사민당의 접근과 굉장히 다른 접근법이었다. 그다음 정책협의를 했다. 여성, 환경, 에너지, 교육, 노인복지, 의료 등 200개 정책에 4개 정당이 합의하고 사인했다.

그 다음에 coalition for sweden, alliance for sweden 식으로 만들었다. 정책을 먼저 합의하려고 하면 싸움이 생긴다. 기업관련 규제를 강하게 할 거냐, 약하게 할 거냐 등등 논하다 보면 싸움이 된다. 연정도 안 된다. 그러니까 예산(돈), 장관(사람), 정책까지 싹 합의를 해서 준비를 마쳤다고 대국민 선언을 하고 선거운동을 했다. 보수연합정당이 이걸 내세워서 아주 근소한 차이로 사민당을 이길 수 있었다."

-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국의 연합정치는 선 정책연합 후 후보조정 식이었는데.
"정책연합 한 게 현실로 된 게 있나? 다 휴짓조각 되지 않았나. 중요한 건 예산부터 합의한다는 것이다. 예산에 따라 이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 정책합의를 한다. 정책은 절대로 합의가 안 된다. 돈이 한정돼 있고, 이 돈을 어떻게 쓸 거냐,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훨씬 쉽다는 얘기다. 산업정책, 국방, 여성, 아동 등 좀 더 구체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구체적 생각 없이 우왕좌왕하는 방식으로는 정책연합이 안 된다."

"진보정당, '북한문제 옹호' 바른 태도 아니다"

- 최근 정치권에서는 진보의 새로운 담론으로 진보적 자유주의론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자유주의면 자유주의고, 내용상 북유럽식 사민주의와 다를 바 없다면 사민주의지, 왜 진보적 자유주의냐 비판도 있다. 어떻게 보시나.
"우리나라는 워낙 자유주의 전통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한나라당은 자유주의 정당이라고 보기 힘들다. 서구의 관점에서 보자면 권위주의 전통을 이어받은 정당이다. 민주화 이행과정에서 뭔가 해낸 역할이 없다. 경제적 차원에서 '시장의 자유'는 강조하지만 '시민적 자유'는 굉장히 우려한다. 이래서는 자유주의 정당이라고 표방하기 어렵다.

반대로 서구에는 소셜 리버럴이라는 게 있다. 사회적 자유주의 노선이다. 19세기 초와 20세기 초 고삐 풀린 시장의 폐해를 막기 위한 사회제도를 도입했던 노선인데, 한국적 관점에서 보자면 굉장히 좌파적이다. 대표적인 정책이 상속제도 폐지였으니까. (웃음)

공정경쟁을 해치는 상속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게 소셜리버럴들이었다. 그들은 막스주의도 아니었고 그야말로 자유주의도 아니었다. 제3의 길이었다. 어느 집안에서 태어나든 상속유산이 없는 사람에게 어떤 핸디캡이 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한국의 진보적 자유주의가 이 같은 사회적 자유주의 노선이라면 굉장히 센 거다. 우리나라에선 자유주의를 내세우는 사람들이 권위주의에 뿌리를 둔 것이니까 이와 대별되는 개념으로 진보적 자유주의를 선택한 게 아닌가 싶다. 사회주의나 사민주의를 내세우면 거부감을 느끼는 유권자층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 한국의 이념노선은 북한문제 때문에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
"북한문제와 관련해서는 진보정당과 진보세력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체제를 좋은 체제라거나 옹호하려는 입장, 감싸는 것은 좀 아니라는 생각이다. 북한의 정치는 독재체제이고 권위주의 체제다.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를 비판하듯이 똑같이 비판해야 한다. 북한에 대해 이중잣대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 이건 진보가 자멸하는 길이다. 진보가 보편주의를 주장한다면 그 가치대로 해야 한다. 진보는 퇴행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노선과 단절해야 한다. 그래야 진보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북한 3대 세습과 관련해서 말하지 않는 것이 자신의 입장이라고 했다. 민노당 울산시당은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한 <경향신문>을 절독했다. 어떻게 보나.
"정말 문제가 있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21세기 진보정당이 나갈 길을 퇴행적인 데서 찾으려 한다면 누가 거기에 미래를 걸겠나.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는 태도다. 아주 잘못된 판단이자 노선이다. 우리가 과거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비판했던 것은 민주주의가 모자라서 그랬던 것이지 독재권력을 지지하기 위해서 그랬던 게 아니다.

보다 더 발전된 민주주의, 확대된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북한의 세습은 논할 가치도 없는 수준이다. 21세기 진보정당을 내세우면서 그렇게 말한다는 것은 정말로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고 본다.

이정희 대표가 젊은 분인데도 그렇게 말하는 것은 북한 문제를 종교로 믿기 때문이다. 많은 부분 믿음으로 가져간다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을 보라. 또 한국의 대형 교회들을 보라. 아무리 비판해도 변화하지 않는 것처럼 마찬가지다. 계몽주의 이후 진보운동이 발전한 것 중 하나는 과학적 비판이다. 도그마에 빠지게 되면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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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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