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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통한 적의 도발 억제라는 절대 안보의 신화에서 벗어나, 상대의 체제를 인정함으로써 오히려 불안 요인을 구조적으로 제거하는 공동안보야말로 적극적 평화정책이다. 이를 통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는 것, 동북아에 남아있는 냉전체제를 역사의 유산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진보신당의 거시적인 안보정책, 평화정책이다."

 

종북주의 논쟁을 본격적으로 제기했었고 '김정은 3대세습'을 적극 비판한 것은 물론,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도 "명백한 도발행위"라는 입장을 밝힌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내놓은 '연평도 해법'이다. 

 

그는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북 규탄 결의안에 '한반도 평화 실현 방안이 빠졌다'며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져 "빨갱이"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당 내에서 입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북한의 도발 행위는 규탄해야 하지만 이를 계기로 전쟁 가능성을 높여가는 것에 대해 분명하게 반대하는 것이 진보신당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화시키는 게 필요"

 

1일 국회에서 만난 조 대표는 북한과 남한 정부 모두에 대해 가차 없는 비판을 가했다. 그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유를 ▲NLL(북방한계선) 분쟁지역화 ▲평화체제 필요성 부각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교착국면돌파 ▲김정은 후계체제 공고화 등 4가지로 분석한 뒤 "후계체제와 연결된 내부 목표 달성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앞의 세 가지는 이런 방식으로 달성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북한에 대한 회의적인 인식들을 확산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 스스로 군사적 모험주의와 핵을 포기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사실상 비핵화를 포기한 것"이라면서 "기본적인 대북정책이라고 내세운 비핵·개방·3000을 스스로 폐기하고 부정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정부의 서해5도 전력강화와 국방비 증액에 대해 "올해 국방예산안 31조 8천억원은 북한 국방비의 약 20배 이상으로 추정되고, 국방부 자료로도 최소 5배 이상으로 이미 우리는 수십 배 이상의 국방비를 써왔다"며 "국방예산을 늘린다고 해서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거나 긴장상황이 해소되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전력을 증강하면 북한도 전력증강으로 맞서는 '안보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전규칙 강화에 대해서도 "(사실상) 강력한 보복 응징 개념을 새로 도입하겠다는 것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연평도 사건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에 대해서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진지한 대화 노력이 없는 대북규탄 결의안에 찬성했다"며 "평화 정당을 표방했지만 긴박한 상황에서는 국민 정서를 이유로 그 뒤에 숨어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도 "북한정권에 대해 객관적으로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얘기를 해 왔다면 (대북규탄결의안에) 기권이라는 애매한 태도를 취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문답정리.

 

- 당 대표에 나서기 전에 북한 공부를 했다고 들었다.

"2008년도에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장을 할 때 시작했다. 진보진영에서 북한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가 부족한 게 아닌가 싶어서 동국대 북한학과 박사과정에서 북한 공부를 했다. 북한 체제 쪽으로 논문 주제를 잡았는데, 학위가 목표가 아니어서 논문을 언제 쓸지는 기약이 없다."

 

- 북한이 연평도 포격에 나선 배경을 무엇이라고 보나.

"네 가지 정도로 분석하는 것 같다. 우선 서해NLL(북방한계선)이 갖는 불확실한 성격 때문에 그 지역을 분쟁지역화 하려는 의도다. 이와 연동해서 정전상태임을 드러내 평화체제의 필요성을 국제 사회에 의제화 시키려는 것이 그 다음이다. 셋째가 핵심적인데, 남북관계와 대미관계의 교착국면을 흔들어 돌파하려는 것이다. 마지막이 김정은 후계 체제의 공고화다. 그런데 그 의도가 무엇이었든 후계체제 공고화라는 내부 목표 달성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앞의 세 가지는 이런 방식으로 달성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오히려 북한에 대한 회의적인 인식들을 확산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다."

 

-국회 대북규탄 결의안에 반대이후 반응은 어땠나.

"당내에서 입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고심을 많이 했다. 민간인까지 사망한 초유의 상황이라 공당이 대중적 정서와 배치되는 결정하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고 보류 의견도 있었다. (반대한 이후) 항의성 전화가 오고 제 홈페이지나 당 게시판에 비판들이 있었다. 그런데 북한의 도발행위는 규탄해야 하지만 이를 계기로 전쟁 가능성을 높여가는 것에 대해 분명하게 반대하는 것이 진보정당이 한국 사회에서 해야 할 역할이라고 봤다. 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없지 않아 있었는데 대체로 '잘했다, 올바르다, 견지해야 할 자세다'라고 평했다.

 

일반 시민의 전화 한 통을 직접 받은 적이 있다. 점잖은 말투의 충청도 분이었는데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대비하라'는 역사적 교훈처럼 분명하게 규탄했어야 하지 않았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규탄의사는 분명히 밝혔었고, '전쟁에 대비하라'는 교훈은 과거 냉전과 전쟁의 역사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럴 수 있지만 모든 상황에 적용될 말은 아니라고 설명을 했다. 평화는 소극적이 아니고 적극적 개념이니 전쟁이 아닌 수단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게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고 했다. 무력을 준비하면서 평화를 준비하는 건 논리적으로는 맞지만 불안정한 평화일 수밖에 없다. 더불어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비판했었다고 설명을 했더니 수긍을 해주더라."

 

"MB정부 남북정상회담도 이벤트로 접근"

 

- 지난 29일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어떻게 평가하나.

"안보무능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니까 책임 통감한다고 하면서도 강경대응 기조로 일관하고 있는데 대단히 우려스럽다. 위키리크스 자료를 보면 현 정부의 주요 참모진들이 기본적으로 (현 상황을) 북한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임기 말까지 이런 기조를 가져가겠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북한에 대한 강경한 대응이 일상적 시기에도 필요하고, 필요하다면 확전도 불사하는 자세를 가져가는 게 옳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대화를 통한 안정적인 한반도 상황 관리 외에는 해결방법이 없다는 것을 지금까지의 남북관계가 증명하는데, 무엇을 근거로 저쪽이 무너지기만을 기다리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 이 대통령은 "북한 스스로 군사적 모험주의와 핵을 포기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논리적으로 이 정부에서 북한과 대화나 교류, 협력을 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건이 터졌다면 가능한 말이지만, 현 정부는 지난 10년의 대화협력 기조를 부정하고 대북 강경책을 계속 써왔다. 이명박 정부가 시도했던 남북 정상회담도 정권적 차원의 이벤트로 접근했던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는 한반도의 평화적 관리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이다. 이 정부 들어 비핵화를 위한 협상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 능력만 강화시켜왔다. 대통령의 말은 사실상 비핵화를 포기한 것이며 주관적 판단일 뿐이다. 기본적인 대북정책이라고 내세운 비핵·개방·3000을 스스로 폐기하고 부정하는 것이다."

 

- 정부는 서해5도 전력강화를 위해 첨단무기 배치와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7900억원 정도의 국방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국방 예산 증액이 결코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억제할 수 없다는 것은 역사에서 확인돼 왔다. 국방 예산은 1999년에 13조 7500억원 정도였다가 2008년에 26조 2500억원으로, 두 배가 늘었다. 국방예산을 늘린다고 해서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거나 긴장상황이 해소되는 게 아니다. 대화를 했느냐,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어려움은 있지만, 북한에 대해 대화를 요구하고 결단을 내려가는 방법밖에는 없다."

 

- 정부는 교전규칙을 동일무기대응이 아니라 피해를 기준으로 응징하는 쪽으로 바꾸겠다고 한다.

"말로 보면 '비례성의 원칙'을 넘어 '충분성의 원칙'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전규칙은 어떤 공격을 받았을 때 현장 지휘관이 대응한 방법을 얘기하는 거다. 항공기를 띄워서 미사일 쏘는 건 교전 규칙과 상관없다. 교전 규칙 핑계를 대고 있지만 강력한 보복 응징 개념을 새로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단순한 규칙 개정이 아니다. 대단히 우려스럽다. 전력증강 방안이라는 것도 휴전선에 배치된 전력을 빼서 옮겨가는 상황이다.

 

윗돌을 빼서 아랫돌에 괴는 거다. 정부는 연평도를 향해있는 북한의 포가1000문이고 우리는 9문뿐이라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1000문은 연평도를 유효 사격거리로 하는 게 아니라 서해상 전체에 위치한 포의 숫자다. 실제로는 10대1 미만이다. 또 국민들은 증강된 K-9 자주포가 연평도로 들어간 걸로 알지만 국방부 장관에게 물어보니 백령도로 들어간 거다. 연평도는 좁아서 들어갈 수가 없다. 서해 5도에 엄청난 장비가 들어간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렇지 않다.

 

2011년 정부의 총 예산이 309조원 중에 국방예산이 31조 2800억 정도다. 10%가 넘는다. 북한 국방비의 약 20배 이상으로 추정되고, 국방부 자료로 봐도 최소 5배 이상이다. 이미 우리는 수십 배 이상의 국방비를 써왔다. 대대적인 군비증강이 이루어졌지만, 효율적인 배분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배치된 K-9 6대 중 3대가 작동하지 않을 정도로 정비소홀이나 장비 자체의 문제가 있는데, 그런 문제에 대한 교정 없이 군비증강만 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다. 군비 증강을 통해 평화가 온 게 아니다. 즉각적인 남북 대화 정책만이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

 

- '안보딜레마'라는 지적인데.

"예결위에서 통일부 장관에게 우리가 전력을 증강하면 북한도 전력증강으로 맞서지 않겠냐고 했더니 '잘 모르겠다, 강력한 보복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답변만 내놓더라. 이게 답이 되겠나."

 

"군비증강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한미연합훈련 이후에 긴장 더 높아져"

 

- 한미서해연합훈련이 끝났다. 이후 상황을 전망한다면.

"북한의 의도나 여기에 대응하는 한국 정부의 대응 기조를 봤을 때, 새로운 돌발 상황이나 긴장 상황을 부정할 수 없다. 긴장도가 더 높아진 상황이다. 북한이 자신들의 의도를 완전히 달성했다고 확신하지 못하면 이 방식(무력 도발)을 계속할 것인데, 이는 냉전시대로 회귀하는 것 아닌가. 대화의 가능성이 있지만 정부는 6자 회담을 사실상 거부했다. 한미일이 이렇게 가져가는 것 같은데 이건 굉장히 위험스러운 상황이다. 당장에 대화가 어렵다 하더라도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게 정부로서 취해야 할 태도다."

 

-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민주당도 4대강 예산 조정 등을 전제하기는 하지만 국방예산 자체 증가는 인정하고 있다.

"국방위에서 예산안이 통과되는 걸 보면 그런 분위기가 없지 않다. 대피 시설이나 방공호를 비롯해 연평도 주민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투입돼야 하지만 전력 증강에 들어가는 예산들이 현 상황을 이유로 이렇게 무분별하게 편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정부와 여당은 햇볕정책 탓이라고 한다.

"(웃음) 이명박 정부 3년 동안의 대북 강경책의 잘못을 덮으려고 하는 것이다. 지난 3년 동안의 대북강경기조로 인해, 북한을 옹호해서가 아니라 북한이 이런 방식이 아니면 선택할 수 없게 카드를 좁혀 놨다. 심지어 'regime change(정권교체) 얘기까지 하면서 체제보장의 문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전략을 드러내는 게 한반도 안전과 평화에 무슨 도움이 되나. 엉뚱한 곳에 화살을 퍼붓고 있다."

 

- 이번 사건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을 평가한다면.

"아쉽고 유감스럽다. 햇볕정책을 승계했다는 민주당에서 반대 목소리 없이 북한 규탄에 동의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진지한 대화 노력이 없는 대북규탄 결의안에 찬성했다. 평화 정당을 표방했지만 긴박한 상황에서는 국민 정서를 이유로 그 뒤에 숨어버린 게 아닌가.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때 대북정책의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모든 걸 걸고 햇볕정책을 옹호했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남북관계와 평화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그의 행동을 이어받았어야 했다."

 

- 민노당은 대북규탄 결의안에 기권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 문제 혹은 북한 정권에 대해 객관적으로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얘기를 해 왔다면 기권이라는 애매한 태도를 취할 이유는 없지 않았나 싶다. 북한에 대한 애매한 관점과 태도가 지금의 애매한 대응으로 이어진 게 아닌가 싶다."

 

- 진보진영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등을 적극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힘을 얻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이나 미국의 보수적인 세력들이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해온 측면이 적지 않다. 그런데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연평도 사건에 대해 '전쟁이 아니라 지금 즉시 대화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인권 등 보편적 가치에 대해 분명히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만이 평화에 대한 이야기도 호소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권문제의 악용을 경계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 인권에 대한 발언을 평화와 통일에 바람직하지 않은, 정권을 도와주는 논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 현 상황의 돌파를 위한 진보신당의 대안을 제시한다면.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북한은 독립변수로 존재하고 있고,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들이 벌어진다. 하지만 북한 문제는 우리의 내부정치 문제일 수밖에 없고 주요 정치세력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중요하다. 진보정당은 전쟁가능성이나 위기를 고조시키는 어떤 대응에도 단호하게 반대하는, 평화주의 정당으로서 자기역할을 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는 내정의 문제도 있겠지만, 체제의 안보를 물리력으로 지키려고 하는 마음도 강할 것이다. 평화체제 형성은 단지 평화협정에 서명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군축 등 물리적 위협을 낮추고 해소하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지금 분위기에서는 꺼내기 힘든 말일 수도 있으나, 진보신당은 남한이 먼저 과도한 국방비를 선제적으로 동결하고 재래식 군비의 감축을 선도하라고 주장한다.

 

힘을 통한 적의 도발 억제라는 절대 안보의 신화에서 벗어나, 상대의 체제를 인정함으로써 오히려 불안 요인을 구조적으로 제거하는 공동안보야말로 적극적 평화정책이다. 이를 통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는 것, 동북아에 남아있는 냉전체제를 역사의 유산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진보신당의 거시적인 안보정책, 평화정책이다."


태그:#조승수, #연평도사건, #군비증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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