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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주가가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폭등한 채 출발했지만, 빠르게 제자리를 찾으며 2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96포인트(0.15%) 내린 1,925.98, 원-달러 환율은 4.8원 오른 1,142.3원에 마감됐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주가가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폭등한 채 출발했지만, 빠르게 제자리를 찾으며 2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96포인트(0.15%) 내린 1,925.98, 원-달러 환율은 4.8원 오른 1,142.3원에 마감됐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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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흥분하지 않았다. 결과론으로 보면 그렇다. 지난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국내외 금융시장을 출렁이게 했다. 당일 저녁 주식시장 외 거래에서 주가는 폭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크게 올랐다. 이어 24일 새벽 미국의 뉴욕과 유럽 증시는 한국발 국지전 위기 뉴스에 속절없이 추락했다.

24일 오전 9시 국내 주식시장 개장 때도 그랬다. 하지만, 이내 곧 냉정을 찾았다. 이날 아침 일찍부터 정부는 직접 주식,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냈고, 외국계 신용평가사들 역시 화답했다. '북한 리스크에 따른 국가신용등급에는 영향이 없다'는 선물이었다.

이날 '6·25 이후 북한의 최대 도발'이라는 불안심리가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돈은 생각보다 빨리 불안을 떨쳐낸 듯했다. 하지만 북한의 전례없는 포격으로 인해 앞으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또 다른 마찰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더 커졌다.

게다가 보수언론을 비롯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북한에 대한 무력대응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점 역시 이같은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당장 냉정을 찾은 듯해 보이는 시장이지만, 실제로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주식시장 열리자마자 한때 폭락... 외국인들 되레 주식 사들이고 '잠잠'

24일 아침 정부와 금융당국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이미 전날(23일) 밤부터 비상대기 상태에서 연평도 사태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뛰어 다닌 것이다.

오전 7시30분 서울 명동은행회관에서는 임종룡 기획재정부1차관을 중심으로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 당국자들이 모였다. 이어 주식시장이 열리기 30여 분 전에 회의 결과를 내놨다.

이날 아침 정부가 내놓은 자료에는 "과도한 불안심리로 인해 시장이 급변하지 않도록 적기 대응하겠다"면서 "금융, 외환시장에서 쏠림현상이 발생하는 경우 정부와 한국은행이 긴밀히 협조해, 적극적인 시장 안정조치를 시행하겠다. 필요시 원화 및 외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할 것"이라는 표현까지 들어 있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먹는 수준의 고강도 대책이다. 이를 쉽게 풀이하면, 주가가 폭락하거나 환율이 폭등하면, 즉각 돈을 투입해 안정 시키겠다는 것이다.

오전 9시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종합주가지수(코스피)는 45.02포인트 폭락하면서 1900선이 무너졌고, 코스닥도 2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다 팔았다. 하지만 이미 정부의 강력한 신호를 읽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오히려 개인들이 내놓은 싼 값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어 미국계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가 "북한 포격으로 한국의 신용등급에는 이상이 없을 것"이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은 냉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결국 주가는 오전에 이미 1900선을 회복했고, 오후에도 하락폭을 줄이면서 어제보다 2.96포인트(0.15%) 떨어진 1925.98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어제보다 4.8원 오른 수준에서 장이 끝났다.

하루 만에 끝난 북한의 연평도 약발... '살얼음' 불안감 여전

이날 주식시장에선 개인들이 5799억 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반면 국내 기관은 투신과 연기금을 통해 4516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잠시라도 한국시장에서 빠져나갈 것이라고 예상됐던 외국인들은 이날 189억 원어치 주식을 매입했다. 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5666계약을 순매수했다.

한 민간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재와 같은 정부의 스탠스가 유지된다면, 추가적인 남북간 군사적 행동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에 개인들이 오늘 팔아치운 주식을 기관과 외국인들은 싼값에 (주식을) 사들이는 기회로 삼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시장에는 이미 북한 리스크에 대한 상당한 내성이 쌓여 있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전날밤 미국과 유럽 증시가 크게 하락한 것 역시 북한 리스크와 연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과거 북한의 핵실험이나 연평해전 등의 사건들이 터져나왔을 때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발표 때, 당일 코스피지수가 한때 3.58%까지 폭락했던 것이 가장 큰 충격이었다.

작년 5월25일 2차 북한 핵실험 사태 때에는 코스피지수가 장중에 6.31%까지 떨어졌다가, 장 막판에 0.2% 하락으로 그치면서 폭락치를 거의 회복하기도 했다. 올 3월 천안함 침몰 사건이 터진 직후에도 코스피지수는 0.34% 내리는 데 그쳤다.

'6·25 이후의 최대의 무력도발'이라는 정부와 보수언론의 강력한 성토에도 금융시장은 "이번도 마찬가지"라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증시 주변에선 북한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하다. 특히 한국정부의 향후 북한 대응과 예상하기 힘든 북쪽의 맞대응에 대한 불확실성은 아직도 크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애널리스트는 "당장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겠지만, 연평도를 향해 수백 발의 포탄을 날릴 북한이라면 앞으로 어떤 추가 대응이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게다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오히려 보수진영의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점을 볼 때,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태그:#연평도 사태, #무력대응, #금융시장,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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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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