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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다음카페 '70년 개띠들의 추억만들기'(http://cafe.daum.net/1970doges) 친구들과 함께 '경주 수학여행'이라는 주제로 여행을 다녀왔다.

나이 마흔 한 살에 떠나는 수학여행이라고는 하지만 기분과 마음은 20여 년 전의 학창시절 그때나 지금이나 설레기는 마찬가지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시피하고 출발 장소에 도착해보니 이미 멀리 인천, 안산, 안양, 구리시에서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 온 친구들은 도착해 있다. 계란도 삶아오고 김밥도 싸오고 떡과 과일도 준비해오고…. 정말 여행가는 기분이든다.

이른새벽 집은 나선 친구들은 전날 설레이는 마음에 잠을 설쳤다고 한다.그래서였을까?버스를 타자마자 깊은 잠에 빠진다.
▲ 70년 개띠들의 수학여행 이른새벽 집은 나선 친구들은 전날 설레이는 마음에 잠을 설쳤다고 한다.그래서였을까?버스를 타자마자 깊은 잠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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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페 70년 개띠들의 추억만들기

처음 '경주 수학여행'이라는 주제(테마)를 갖고 여행을 준비하면서 과연 전국적인 친구들의 호응도가 있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러나 그건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멀리 경상남도 김해시와 부산광역시에 사는 친구들과 강원도 원주시와 평창군에 사는 친구들이 이번 여행에 모두 동참을 했다. 대부분 여행카페에 가입한 동갑내기 친구들이 수도권에 많이 모여있음에도 지방에 거주하는 친구들이 열정이 놀라울 정도였다. 일부 친구들은 아이들과 함께 참석해 이번 여행이 말 그대로 정말 수학여행인 셈이 되었다.

늦가을 새벽공기를 가르며 우리의 수학여행 버스는 신나게 고속도로 위를 달린다. 잠시 여주휴게소에 들려 군것질거리도 사고 화장실도 다녀온다. 그리고 이곳에서 강원도 원주와 평창에서 온 친구들이 휴게소에 가져온 차를 두고 버스에 탑승해서 여행을 함께 시작한다.휴게소를 뒤로하고 2시간 남짓 달리다 보니 어느새 어두웠던 밤이 지나고 동이트면서 차창밖으로 따사로운 햇볕이 살며시 찾아든다. 칠곡휴게소에서 대구에서 참석하는 친구를 태우고 다시 한 시간을 더 내달려 목적지인 경주에 도착한다.

그 나라와 그 도시의 역사를 알고자 한다면 박물관에 가보라고 말하곤한다.국립 경주박물관에 가면 신라시대때의 아름다운 유물들과 당시의 문화상을 모두 볼 수 있다.
▲ 국립 경주박물관 그 나라와 그 도시의 역사를 알고자 한다면 박물관에 가보라고 말하곤한다.국립 경주박물관에 가면 신라시대때의 아름다운 유물들과 당시의 문화상을 모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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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문화의 보물창고 국립경주박물관

친구들과 함께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국립 경주박물관이다. 신라시대의 유물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이곳은 다양한 유물과 함께 당시의 문화, 그리고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한참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는데, 멀리 김해시와 부산시에서 도착한 친구들이 합류한다. 지난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연신 찍는다. 특히 여자친구들은 금귀고리와 금관등 금과 연관된 유물들에 관심이 많은가 보다. 자리를 떠날생각을 안 하고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다.

박물관을 나와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반월성으로 간다. 가는 길에 안압지를 지나치게 되는데 안압지는 낮과 밤의 풍경이 상당히 다르다고 한다. 경주시와 포항시에 사는 동갑내기 친구들이 이곳에서 합류해 여행을 함께한다. 어느덧 처음 서울에서 출발할 때와는 다르게 왁자지껄한 모습에서 친구들이 상당히 늘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라의 역사가 담겨있다는 계림을 지나 신라시대 때 천체관측소 즉 천문대 역할을 했다고 하는 첨성대를 관람하고 친구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어 추억 속에 담아논다.

경주에서 맛좋고 유명하다는 한식뷔폐를 찾아 시장끼를 달래본다. 가격에 비해서 음식들이 깔끔하고 맛이 있어 친구들이 좋아한다. 90여 가지의 한식메뉴로 짜여 있었는데 남녀노소, 그리고 어른 아이 모두 좋아할 만한 다양한 메뉴로 손님들을 맞이하는 곳이었다. 이른새벽 4시간여를 버스를 타고 달려와서인지 친구들이 많이 시장했던 모양이다. 연방 빈접시가 옆에 수북히 쌓이기 시작한다.

아직 천년고도 경주에는 가을이 남아있다.수북히 쌓여가는 가을과 아직 남아있는 가을이 여행자를 반겨주는듯하다.
▲ 경주의 가을 아직 천년고도 경주에는 가을이 남아있다.수북히 쌓여가는 가을과 아직 남아있는 가을이 여행자를 반겨주는듯하다.
ⓒ 양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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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밀레니엄파크와 고급호텔들이 호수 주변으로 즐비하게 위치하고 있는 보문호를 지나 우리나라 유명관광지로 손꼽히는 불국사로 향한다. 서울과 중부지방에는 이미 단풍이 졌지만 아직 이곳은 남쪽지방이라서 그런지 단풍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여기저기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볼 수 있다. 그리고 날씨 또한 봄날씨라고 착각을 할 정도로 포근해서 여행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날씨가 추울 줄 알고 파커점퍼와 두꺼운 니트를 준비해 온 친구들은 연방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훔쳐내기에 바쁘다.

늦가을이라고는 하지만 날씨는 봄날씨처럼 포근하다.불국사를 찾은 우리들은 지난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떠올리면서 불국사 곳곳을 둘러본다.
▲ 불국사의 가을 늦가을이라고는 하지만 날씨는 봄날씨처럼 포근하다.불국사를 찾은 우리들은 지난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떠올리면서 불국사 곳곳을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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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지로 사랑을 받았던 불국사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불국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유명한 절이고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일 것이다. 지금이야 20여 년 전과는 다르게 시대가 많이 변하고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다 보니 수학여행장소로 제주도나 해외를 선호를 한다고는 하지만 우리 때만해도 경주는 수학여행지로서 최고의 명소였다. 지금은 중고등학생들 보다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즐겨 찾는 수학여행장소로 시대에 따라서 변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들에게 있어서 소중한 젊은날의 추억들이 깃든 장소가 바로 불국사이다.

20여 년 전의 기억들을 더듬어가며 입장료 4000원을 내고 단풍이 고운 오솔길을 따라 불국사로 올라간다. 어디선가 다람쥐 한 마리가 후다닥 뛰어왔다가 바람처럼 지나쳐간다. 이따금 연못 위로 낙엽들이 떨어질 때마다 잉어들이 마치 먹잇감인줄 착각하고 큰입을 연신 벌려댄다. 연못을 거쳐 사천왕상을 지나 불국사에 다다르니 붉은 단풍이 하나 가득 불국사를 뒤덥고 있는 듯하다. 붉은색이 많아서 불국사는 아닐텐데... 무엇이 그리도 신나서였을까? 함께간 친구들은 이미 잰걸음으로 불국사 경내에 들어선 모양이다. 여유있게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가을을 만끽하고 있는데 친구들이 빨리 오라고 불러댄다.

다보탑앞에서 친구들과 중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
▲ 다보탑 다보탑앞에서 친구들과 중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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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경내에 들어서니 한눈에 들어오는 것은 학창시절 수학여행 때 마주했던 다보탑과 석가탑이다.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고 해서 무영탑이라고 했다던 석가탑에 오늘은 청명한 가을날씨 대문에 선명한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전형적인 파란가을하늘과 흰색의 다보탑과 석가탑이 대조적인 듯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서 있다.

친구들과 함께 다녀간다는 증거용사진 즉, 인증샷을 함께 찍는다. 청운교, 백운교, 그리고 자하문까지 둘러보고 뒷뜰로 나오니 마치 불이 난듯 붉디붉은 단풍이 우리들과 마주한다. 설악산의 단풍과 내장산의 단풍이 이처럼 고왔을까? 카메라를 가져 간 친구들이 연방 사진을 찍기에 손놀림이 분주하다.

단풍
▲ 불국사의 단풍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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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문화유산 '석굴암'

불국사를 둘러보았으니 토함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세계문화유산 석굴암을 보러 갈 차례다.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올라가기를 20여 분 남짓. 오르면 오를수록 낙엽이 떨어진 앙상한 나무들만이 우리들을 반겨준다. 석굴암주차장에 도착해보니 외국인 관광객들이 여기저기 많이 보인다. 할머니들이 노점에서 파는 은행, 군밤, 그리고 각종 군것질거리들을 보면서 신기해하는 모습이 이채롭기까지하다. 석굴암도 입장료가 예전보다도 상당히 많이 올랐다고 한다. 무려 30% 이상 인상 되었다고 하니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난다. 600여 미터를 오솔길을 따라 걸어들어가니 어느덧 석굴암이 시야에 들어온다.

바위틈에서 흘러나온다는 석간수로 목을 축이고 돌계단을 오르니 바위밑에 작은 암자처럼 보이는 석굴암이 보인다. 옛 선조들이 불심을 통해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과학적으로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석굴암을 마주하고 있노라니 신비감마저도 든다.

경주 불국사 뒷편에 위치한 토함산.그곳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석굴암이 있다.
▲ 토함산 석굴암 경주 불국사 뒷편에 위치한 토함산.그곳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석굴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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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맛집 "사또밥상"

저물지 않을 것 같던 해가 어느덧 서산으로 뉘엿뉘엿 넘어가고 저녁밥을 먹으로 간다. "사또밥상" 여행을 오기 2주 전에 미리 예약을 해놓았지만 다시 봐도 음식점 이름이 특색있다는 생각이든다. 옛날 사또가 먹던 밥상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여행을 하면서 먹는 즐거움은 또 하나의 여행의 묘미일 것이다.그 지역의 음식들을 맛봄으로해서 또 다른 보이지 않는 문화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여 가지의 밑반찬이 소박한 접시에 담겨 나온다. 구수한 된장찌개와 조를 넣은 쌀밥과 홍합을 넣고 끓인 미역국까지...
잘 져며진 장아찌하며 묘하게 맛있었던 북어껍데기로 만든 무침은 특색있는 반찬이었다.
여행으로 지쳐있었던 친구들의 몸과 마음이 잘 차려진 밥상 앞에서 행복해지는것 같다.

여행중에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 맛보는 즐거움은 또다른 여행의 묘미이다.
▲ 사또밥상과 친구들 여행중에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 맛보는 즐거움은 또다른 여행의 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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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안압지

저녁밥을 먹고 낮에 보았던 안압지로 향한다. 안압지를 다른 명칭으로는 '임해전지'라고도 불린다. 안압지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궁중 안에 있던 연못이었는데 이곳에서 고려태조왕건의 잔치를 열어주었던 장소라고 전해진다.

안압지를 찾은 친구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 나온다. 낮과 밤의 안압지의 모습이 확연하게 다른 것에 놀라며 아름다운 조명과 물 위에 반사된 아름다운 안압지의 야경에 탄성이 나오는 것이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안압지의 야경을 제대로 사진에 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야경이 정말 멋진 곳이 안압지이다. 낮과 밤 두 얼굴의 모습을 갖고 있는 안압지의 아름다운 모습을 뒤로하고 우리의 경주 수학여행은 추억 속의 한 페이지로 남겨진다.

야경
▲ 안압지야경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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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여행은 보통 1박을 하고 여행을 하는 코스가 정석이다. 하지만 나이 마흔이 넘은 우리친구들에게 있어서 1박은 가정 문제와 아이들 문제 때문에 아직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도 당일치기 여행을 진행한 것이다. 또한 우리 나이 때 가정 형편 때문에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던 친구들도 당시에는 많았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수학여행을 다녀왔던 친구들은 그 시절을 회상하는 좋은 시간이었을 것이고, 처음 경주로 수학여행을 온 친구들은 또다른 추억을 가슴 속 깊이 새겨 넣었을 것이다. 70년 개띠들의 추억만들기 여행은 계속된다.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와 다음카페



태그:#70년 개띠들의 추억만들기, #불국사, #수학여행, #석굴암, #안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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