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이 국정감사를 위해 충남도를 찾은 국회의원들을 향해 기자회견을 하고 구호를 외쳤다는 이유로 사회를 맡았던 시민단체 간부에게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
대전지방법원 형사 1단독 김양호 판사는 22일 오전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형식상 기자회견으로 진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피켓과 플래카드를 게시하고, 구호를 외치는 등 집시법상 신고의무의 대상이 되는 집회에 해당하며, 피고인이 주장하는 공공의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미신고 집회행위가 정당행위가 될 수는 없다"며 이 같이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정부가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앞세워 세종시 수정을 강력히 추진하던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행정도시 무산 음모 저지 충청권비상대책위원회'와 연기군주민연대, 민주당 대전시당·충남도당, 자유선진당 대전시당·충남도당 등 100여 명의 충청주민들은 지난해 10월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충남도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하기 위해 충남도를 방문하자 충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세종시 원안 추진'이라고 쓰인 붉은색 머리띠를 두른 이들은 '행정도시 변질 음모 한나라당 규탄한다', '명품도시 공약 걸고 폐품도시 웬 말이냐'는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국감을 위해 도청으로 들어가는 국회의원들을 향해 구호를 외치거나 야유를 보냈다.
이들은 또 국감이 시작하는 순간까지 구호를 외치거나 규탄발언을 진행하며 30여 분 동안 충청주민들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행동을 이어갔고, 곧바로 자진해산했다.
문제는 그 다음날 경찰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회를 맡았던 금홍섭 사무처장을 비롯해 최교진 통일교육협의회 회장, 박범계 민주당 대전서구을당협위원장, 김인식 대전시의원, 박용갑 자유선진당 대전시당 부위원장, 진영은 충남 연기군의회 의장, 유환준 연기 출신 충남도의원 등에게 출석요구서를 발송한 것.
그 후 경찰과 검찰은 수차례의 소환조사를 진행해 지난 9월 금홍섭 사무처장만을 벌금 1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당일 규탄발언을 하거나 구호 제창을 주도했던 정치권인사들은 모두 기소에서 제외됐다.
법원은 금 사무처장에 대한 검찰의 약식기소에 대해 '이번 사건은 법리적으로 다툼의 소지가 있다'며 정식재판에 회부했고, 재판 결과 검찰의 구형을 그대로 받아들여 벌금 100만원이 선고된 것.
이번 판결에 대해 금 사무처장은 "당일 행사는 사익을 위한 활동이 아닌 공익을 위한 활동이었고, 기자회견 형태로 진행되었으며, 물리적 충돌도 전혀 없이 30분 만에 해산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하고, 법원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결국, 세종시 수정 추진은 국민의 뜻을 거스르다 좌초해 원안대로 추진되게 되었는데, 이제 와서 그 과정에서 터져 나온 국민의 목소리를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하고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