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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5시 현대차 정문 앞에는 1,000여명이 모여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규탄 집회를 열었습니다.
▲ 오후 5시 현대차 정문 앞 일요일 오후 5시 현대차 정문 앞에는 1,000여명이 모여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규탄 집회를 열었습니다.
ⓒ 울산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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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4시, 집을 나섰습니다. 오후 5시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여는 불법파견 규탄 집회에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집에서 큰 길로 나가 버스를 타고 현대자동차 정문으로 가는데 성내 고갯길에 전경버스와 경찰 차량이 20여 대 정도 줄줄이 서 있었습니다. 공권력을 투입 시키려나 하는 불안감을 안고서 정문 앞으로 가니 그곳에는 작은 무대가 설치되고 있었습니다.

"효문 쪽에도 경찰차 쫙 깔렸어요."

삼산동에 사는 같은 처지의 해고자가 다가오기에 성내 고갯길에서 본 이야기를 했더니 그도 그렇게 답했습니다. 현대차 울산공장 안 1공장에서는 5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7일째 점거 파업을 벌이고 있고 정문 앞에는 3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가운 길가에서 노숙 농성 중입니다. 현대차 사측이 1공장을 침탈할 것을 염려해 파업을 사수하려고 은박지 깔개 하나 깔고 홑이불 하나 덮고서 밤샘 농성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불법파견 규탄 집회에 모인 수많은 노동자들

현대차 정문 앞에 불법파견 정규직화 공동농성장이 마련 되었습니다.
▲ 현대차 정문 앞 공동농성장 현대차 정문 앞에 불법파견 정규직화 공동농성장이 마련 되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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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가 가까워오자 비정규직 노동자와 지역 노동자가 무대 앞에 모였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법파견에 대한 규탄 집회가 시작된 것입니다. 사전 허가를 득했는지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교통 경찰이 3미터 간격으로 서서 교통 정리를 했습니다. 경찰은 긴 줄을 펼쳐 한 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는 빨간색 신호기를 들고 신호를 주었습니다. 차선의 절반이 집회를 위해 허용됐습니다.

비정규직 노조와 민주노총이 주관하는 '불법파견 규탄 집회'가 열렸습니다. 노조 대표자가 나와서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을 규탄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잠시 후 멀리서 꽹과리 소리가 났습니다. 그 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었습니다.

"동지 여러분, 민주노동당이 전국 당원 대회를 이곳에서 열기로 결의를 모았답니다. 현대자동차의 불법 만행을 규탄하기 위해 전국에서 당원들이 모여서 저쪽 명촌 쪽에서부터 이곳 현대차 정문 앞까지 걸어서 왔습니다."

민주노동당에서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촉구하며 
농성장을 만들고 함께 하고 있습니다.
▲ 민주노동당 농성장 민주노동당에서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촉구하며 농성장을 만들고 함께 하고 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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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의 말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일제히 "와"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를 쳤습니다. 민주노동당은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을 규탄하는 현수막과 깃발을 들고서 집회 장소에 도착해 잠시 사물놀이 시범을 보였습니다.

모두 자리에 앉자 본노동자대회가 시작됐습니다. 민중 의례를 하고나서  집회의 시작 때 언제나 먼저 불려지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했습니다.

앞에서는 노동자 대표들이, 뒤에는 정치인 대표가 나와서 연설을 했습니다. 먼저 민주당 대표로 참석한 천정배 의원이 단상에 올랐습니다. 저는 집회장에서 멀찍히 떨어진 곳에서 작은 간판 하나를 앞에 놓고 서 있었습니다. 차량을 타고 지나가는 분들에게 불법파견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마침 제가 서 있는 곳으로 지나가던 천정배 의원이 저에게 먼저 악수를 청했습니다.

"수고 많습니다. 천정배입니다."

저는 천정배라는 정치인을 잘 모릅니다. 나중에 저와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해고자 한 분이 와서 함께 시위 간판을 잡고 서 있는 동안 물어 보았더니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법무부 장관을 했던 분이라고 했습니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와~ 그럼 내가 높은 분이랑 악수한 거네요."

그 분은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저처럼 바닥을 넘지 못하는 노동자 인생살이가 언제 그런 높은 분을 만나보겠습니까. 지나가면서 그냥 모르는 체 하고 지나가면 그만인 것을 그분은 수고 많다며 저에게 악수를 청했습니다. 그래서 기분 좋았던 것입니다.

정몽구 회장의 8700억 사회환원, 절반으로도 정규직화 가능

비정규직 노조에서 농성장을 마련 했습니다.
▲ 현대자동차 정문 앞 비정규직 노조 농성장 비정규직 노조에서 농성장을 마련 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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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대법원에서 인정한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하루 빨리 해주기 바랍니다. 우리나라가 무법천지입니까? 정몽구 대표가 나서서 협상자리를 마련해야 합니다. 우리 민주당은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 불법파견 문제가 해결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천정배 의원은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에 대해 강도 높게 규탄하면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문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다음으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의 연설이 이어졌습니다.

"우리 민주노동당은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문제를 국회로 가지고 가서 해결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비정규직 탄압은 도가 지나친 것 같습니다.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위해 우리 당은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국에 현수막도 만들어 내걸고 성명서도 내고 1인 시위도 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없는 살기 좋은 세상 우리 함께 만들어 갑시다."

다음으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단상에 올라 말했습니다.

"사회 기금 8700억 사회 환원을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은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 기금의 절반만 있어도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해결하는 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우리 당도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를 국회에 상정해서 야당과 함께 해결해 나가겠습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이경훈 지부장도 나와서 말했습니다.

"어제 집회 도중 한 동지가 분신을 시도했습니다. 착잡하고 가슴이 아픕니다. 저는 정규직의 이기주의라는 말이 듣기 싫어서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에 노력해 왔습니다. 그렇게 1년을 몸부림쳐왔습니다. 그리고 농성자들이 배고프지 않게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 안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했지만 용역 깡패가 아닙니다. 우리 회사 과장급 이상 비조합원들입니다. 저는 29일 회사에 폭력을 중단하라, 휴업조치를 중단하라, 교섭을 시작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지금 투쟁이 아름다운 연대의 투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측이 교섭에 나와야 합니다. 제가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진보신당에서도 농성장을 만들고 함께 하고 있습니다.
농성장 앞에서 집회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 진보신당 농성장 진보신당에서도 농성장을 만들고 함께 하고 있습니다. 농성장 앞에서 집회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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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사회자는 이어 1공장에 있는 비정규직 노조 대표와 전화 통화를 시도했습니다. 전화는 연결됐고 스피커를 통해 크게 공장 안에서 점거 파업을 벌이고 있는 비정규직 노조 대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비정규직 노조는 분명히 사측에 경고했습니다. 시트사업부 탄압시에 우리는 즉각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현대차 사측이 이를 무시해서 우리는 파업에 들어 가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현대차 사측이 성실히 교섭에 임할 때까지 파업을 사수할 것입니다. 우리는 황 동지가 분신한 데 대해 분노합니다. 우리는 약속을 지킬 것입니다. 전국의 노동 형제들에게 부탁드립니다. 이번 불법파견 파업 투쟁을 지지 연대해 주십시오. 비정규직 철폐하고 불법파견 정규직화 실시하라, 투쟁!"

농성하는 남편 위해 아이 등에 업고 집회 참석하기도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에 가족 모임도 합류 했습니다.
▲ 가족 대책위 모임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에 가족 모임도 합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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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월요일 오후부터 10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내걸고 1공장 내 점거를 시작해 21일 일요일부로 파업 7일째를 맞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공장 점거 농성에 들어 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18일 목요일 가족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비정규직 노조 사이트를 살피며 농성 정보를 알아보던 중에 누군가 "우리 가족도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내일(17일) 점심 때 정문 앞에 모여 1시간 동안 항의 시위합시다"고 올렸고 다음날인 17일 3명의 여성이 어린 아기를 등에 업고 정문에 모였습니다. "처음이라 서먹하고 경비가 여기 있지 말고 저리 가라고 해서 무서워 그냥 길 건너서 정문을 지켜 보다 들어 왔다"는 소식을 게시판에 전했습니다.

그 3명이 모여 다시 가족들이 모이자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고 10여 명의 가족이 모여 가족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18일 목요일, 가족들은 작은 시위 간판을 만들어서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21일 일요 집회에 가족 부대표가 나와서 말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후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서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불법파견 규탄 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 몽구 산성이라 이름 부르고 있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 비정규직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후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서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불법파견 규탄 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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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나고 남편이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에 나섰습니다. 저도 남편 투쟁에 동참 하려고 또 우리 가족을 지키려고 집회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오늘 여기 현대차 노조 이경훈 지부장님도 오셨는데요. 비정규직 노조 불법파견 투쟁에 함께 연대해 주세요. 부탁 드립니다."

10여 명이 넘는 가족 중에는 벌써 일주일째 1공장 안에서 점거 농성을 하느라 집에 들어 오지 않는 남편을 생각하며 또,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생각하며 억울하고 분해서 눈물을 삼키는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대부분 젊은 여성들인 것 같았습니다. 아직 아이가 어려서 대부분 아이를 등에 업고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집회는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을 규탄하는 내용으로 가득했습니다. 행사는 2시간 남짓 열린 후 끝났습니다. 저는 집회를 마친 후에도 1시간 정도 더 시위 간판을 들고 서 있다가 농성단 텐트 안에서 잠시 쉬고는 집으로 왔습니다.

정문 앞에서 노숙 농성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자니 안쓰러워 집으로 오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혹시나 월요일 새벽에 사측에서 1공장 침탈을 강행하지나 않을까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엔 꼭 비정규직 없는 공장 만들어야 한다면서 결연한 의지로 모여든 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들은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내걸고 오늘 밤도 차가운 땅바닥에 누워 추위에 몸을 뒤척이며 새우잠을 잘 것입니다.

현대차 사측과 대치 과정에서 1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다쳐 병원에 입원하고 치료를 받았으며, 비정규직 노조 장아무개 대의원은 사측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 경찰에 넘겨지고 지난 17일 수요일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20일 토요일 규탄 집회 도중 4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한 명이 무대 위에 오르자마자 몸에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질러 3도 화상을 입고 부산 병원에서 치료 중에 있기도 합니다. 비정규직 노조의 요구대로 하루 빨리 성실한 대화와 협상이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 컨테이너 박스에 설치된 
비정규직 노조의 8가지 요구안 입니다.
▲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8대 요구안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 컨테이너 박스에 설치된 비정규직 노조의 8가지 요구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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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불법파견, #정규직화, #현대자동차, #투쟁,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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