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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박근혜 의원은 한나라당 창당 기념식에서 영상 메시지를 통해 "국민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다 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몇백 년 가는 정당이 될 수 있고 국민의 버림을 받고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백번 맞는 말이다.

 

그러나 박 의원은 한나라당의 앞날은 내다볼 줄 아는듯하지만 정작 그 말이 자신에게도 해당된다는 점은 모르고 있는 듯하다.

 

박근혜 의원에게는 요즘 찾아오는 친이계 의원들이 많다고 한다. 박근혜 의원의 달라진 위상을 반영한다. 또 호남에서 정치인 가운데 1위라는 여론조사는 박의원 측을 고무시키기에 충분한 뉴스다. 이 대통령이 민간인사찰과 대포폰 그리고 측근인사의 비리 문제 등으로 레임덕이 이미 시작된 시점과 맞물리면서 친박계열과 박근혜 의원이 함박웃음을 참느라고 힘들어하는 것 같아 보인다.

 

박 의원이 트위터도 직접 하면서 누리꾼들과 허심탄회한 소통을 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보기에 좋다. 허무개그를 즐기는 모습에 흐뭇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펜카페 회원들과 배추뽑기 모임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박근혜 의원은 우리 사회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세종시 문제처럼 자신에게 명확하게 득이 될 가능성이 높은 문제 말고는 우리 사회의 현재진행형인 정치현안, 민생현안, 환경현안에 침묵하고 있다. 그는 4대강 문제와 SSM 문제, 대포폰 의혹과 정권의 정치사찰, 대통령 측근 비리, 검찰비리 문제, 인권위 파행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앞서 말한 대로 박의원은 "국민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다 하느냐 못 하느냐" 에 따라 한나라당의 운명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박 의원에게 똑같은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 박 의원은 바로 지금 국민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가?

 

워터게이트 사건은 조족지혈에 불과하다고 하는 어느 국회의원의 말은 무시하더라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어서 절대 안 되는 민간인사찰, 국민에 대한 정치사찰에 침묵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인가?

 

천신일 사건 등 대통령 측근비리와 그랜저 검사 등 사법비리에 눈감는 것이 정의와 부합하는가? 끔찍한 오진으로 엉뚱한 수술을 해서 온몸을 망가뜨린 격인 4대강사업, 모든 국민에게 사실상 무상의료의 길을 열 수 있는 천문학적인 세금을 쏟아 붓는 4대강 낭비사업을 보고도 침묵하는 것은 어떤 정당성이 있는가? 

 

중소, 영세상인들이 대기업과 외국 대자본의 SSM 입점으로 인해 맥없이 쓰러져 갈 때 '약자 배려 정치'를 외치는 박근혜 의원이 침묵했다는 것은 결국은 앞뒤 다르고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 아니겠는가? 작년에만 SSM은 200개 이상 들어와서 영세상인들이 하루 15, 16시간씩 일해서 가꾸어 온 골목상권을 싹쓸이 수준으로 장악했다는 점을 알고 있는가? 현장에 가서 영세상인들의 고통과 한숨소리를 직접 들어보길 권하고 싶다.

 

박 의원이 지금은 30% 넘나드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고통에 찬 서민들의 아픔과 국가의 거룩한 존재 앞에서 스러져가는 삼천리 강산의 뭇 생명들의 신음소리와 썩은 내 진동하는 권부의 부패와 권력남용, 폭정을 보고도 침묵하길 계속한다면 박 의원 말대로 박 의원의 존재감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잘 새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 의원이 침묵하는 이유를 친박계 모의원은 '대통령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을 불편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잔머리 굴리는 국민생각'은 어서 그만 두고 '진정성 있는 국민생각'을 하기 바란다.

 

박 의원이 2위군의 다른 후보에 훨씬 앞서는 여론에 만족한 탓에 현안에 침묵하는 거라면 오만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이 두려워서 침묵하는 거라면 대통령 후보 나갈 생각을 일찌감치 접어라! 부정비리와 폭정에 타협해서 얻는 후보라면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고 그 스스로도 전임자와 똑같은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클 것이다.

 

자기 철학이 현 대통령과 같거나 동조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침묵하는 것이라면 세상에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밝히고 검증받으려고 해야 옳다. 미디어법이나 감세 논쟁 같은 경우처럼 막판에 어부지리를 얻으려는 꼼수를 쓰는 얄팍한 태도는 버려야 할 것이다.

 

박 의원이 침묵을 깨고 '책임정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언행일치'하는 정치인인지 아닌지 행동으로 보여주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서프라이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박근혜 , #박근혜 침묵 , #4대강 , #SSM , #민간인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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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창우입니다. 특별히 내세울 게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뜨겁습니다. 옳은 일이랄까 상식이랄까 나름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고 때론 슬퍼하고 때론 즐거워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한 여인의 남편이고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노원구 상계동에서 30년 동안 살아오면서 가난 때문에 힘들고 지친 사람들의 모습을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 현실에 눈감지 않고 할 말을 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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